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울산 소재 ○○ 주식회사의 하청회사인 ○○기업에 일용직으로 입사하여 ○○ 주식회사의 조선사업본부에서 도장공으로 일하는 근로자로서, 2004. 4. 15. 실시된 제17대 국회의원선거의 선거권자이다.
청구인은 근로자의 공민권행사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 제9조가 사용자로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을 부여받기 위한 요건으로서 ‘근로자의 청구’를 규정하여 근로자의 선거권행사에 대하여 불필요한 제한을 둠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근로자의 선거권 등이 침해되었다고 주장하면서, 2004. 4. 1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청구인은 이 사건의 심판대상으로 근로기준법(1953. 5. 10. 법률 제286호로 제정된 것) 제9조 전체를 들고 있으나, 그 주장취지가 청구인과 같은 근로자에게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도록 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것이어서, 근로자가 청구한 시각을 사용자가 공의 직무를 집행함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변경할 수 있도록 하는 단서 부분은 청구인의 주장과 무관하므로 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한다. 그렇다면,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근로기준법 제9조 본문(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라 할 것이고, 이 사건 법률조항과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근로기준법(1997. 3. 13. 법률 제5309호로 제정된 것) 제9조(공민권행사의 보장)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의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거부하지 못한다.
[관련조항]
근로기준법 제9조(공민권행사의 보장) 사용자는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의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는 거부하지 못한다. 다만, 그 권리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함에 지장이 없는 한 청구한 시각을 변경할 수 있다.
제113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 제9조 …… 의 규정에 위반한 자
공직선거법 제6조(선거권행사의 보장) ① 국가는 선거권자가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
②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선거인명부를 열람하거나 투표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은 보장되어야 하며, 이를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국민투표법 제4조(투표권행사에 대한 보장) 공무원·학생 또는 다른 사람에게 고용된 자가 투표인명부의 열람 또는 투표에 필요한 시간은 휴무 또는 휴업으로 보지 아니한다.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자가 사용자로부터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간을 보장받기 위한 요건으로 ‘근로자의 청구’를 규정하여 근로자들의 선거권을 침해한다. 또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 따라 공무원, 교사들의 경우 선거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됨으로써 선거권행사에 제한이 없는 점에 비추어 이 사건 법률조항은 합리적 이유 없이 공무원, 교사들과 근로자들을 차별함으로써 근로자들의 평등권을 침해한다.
나. 노동부장관의 의견
청구인 주장과 같이 근로자의 청구가 없더라도 선거권행사에 필요한 시간을 주거나, 선거일 전체 또는 당해 선거일의 일정 시간을 강제휴무로 정할 경우 이는 근로자의 선거권 확보를 위하여 필요한 범위를 초과하여 사용자의 재산권 및 직업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근로자와 사용자의 이익을 조절하는 조항으로서 위헌이라 할 수 없다.
3. 판 단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하면, 헌법소원심판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가 청구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기본권의 침해를 받은 자’라 함은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말미암아 자기의 기본권이 현재 그리고 직접적으로 침해받은 경우를 의미하며, 제3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기본권침해에 직접 관련되었다고 볼 수 없다( 헌재 2002. 12. 18. 2001헌마111, 판례집 14-2, 872, 879-880).
그런데, 이 사건 법률조항은 ‘사용자’에 대하여 근로자가 근로시간 중에 선거권 기타 공민권의 행사 또는 공의 직무를 집행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간을 청구하는 경우에 이를 거부하지 못하는 의무를 부과하고 있는데, 이에 위반하는 경우 근로기준법 제113조 제1호에서 정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그렇다면 이 사건 법률조항의 수범자는 ‘사용자’이고, 그 보호법익은 ‘근로자의 공민권 행사 보장’이다. 청구인과 같은 근로자는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하여 보호법익의 주체로서 관련을 맺게 될 뿐 직접적인 수범자가 아니므로 원칙적으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는 자기관련성이 인정되지 아니한다.
다만 우리 재판소는 특별한 경우에 대해서는 제3자에 대해서도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고 있다. 어떠한 경우에 제3자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무엇보다도 법의 목적 및 실질적인 규율대상, 법규정에서의 제한이나 금지가 제3자에게 미치는 효과나 진지성의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헌재 1997. 9. 25. 96헌마133, 판례집 9-2, 410, 416). 따라서 공권력 작용이 단지 간접적, 사실적 또는 경제적인 이해관계로만 관련되어 있는 제3자에게는 자기관련성은 인정되지 않는다( 헌재 2002. 7. 18. 2001헌마605, 판례집 14-2, 84, 94).
살피건대,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청구인과 같은 근로자의 공민권 행사를 보장하는 규정일 뿐 청구인과 같은 근로자의 기본권을 제한하고자 하는 입법목적을 가진 조항이라고 할 수 없는 점, 근로자에 대하여 선거권행사를 보장하는 규정을 따로 두고 있는 점( 공직선거법 제6조) 등을 종합해 보면 근로자인 청구인에 대해 제3자로서의 자기관련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청구인이 공직선거법 제6조를 대상으로 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함은 별론으로 하고, 이 사건 법률조항에 대해 근로자인 청구인의 자기관련성은 인정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4. 결 론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청구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이강국(재판장) 이공현 조대현 김희옥 김종대 민형기 이동흡(주심) 목영준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