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할 경우에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추천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는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1999. 2. 8. 법률 제5925호로 제정되고, 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면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 등에 의한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는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배포라는 의사표현행위 전에 표현물을 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토록 하여 표현행위의 허용여부를 행정기관의 결정에 좌우되게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의 강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재판관 송인준의 반대의견
영화, 비디오 등의 영상물은 그 영향력이나 파급효과 등의 측면에서 볼 때 상영·보급 이전 단계에서 내용에 대한 사전검증절차가 필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고, 또한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행정기관적 색채를 불식한 민간 자율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므로, 외국비디오물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제도는 영상물에 대한 필요하고도 적절한 사전검증절차로서 우리나라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1999. 2. 8. 법률 제5925호로 제정되고, 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면개정되기 전의 것) 제16조 제1항 본문 중 외국비디오물에 관한 부분, 제29조 제1항 제4호 중 제16조 제1항의 외국비디오물의 수입 부분, 제30조 제5호 중 제24조 제3항 제2호의 수입비디오물을 유통 또는 보관한 자 부분은 헌법에 위반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제청신청인 손○철은 동생인 청구외 손○진과 공모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1999. 12. 초순경부터 2000. 11. 22.경까지 사이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빌딩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아마존"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하여 음란·선정성이나 폭력성이 삭제되지 아니한 외국영화 DVD 600점을 우송받아 외국의 비디오물을 수입하고, 이를 자신이 개설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하여 유통하거나 유통목적으로 보관하였다는 이유로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위반혐의로 대구지방법원에 기소되어 500만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방법원 2000고단8228).
(2)제청신청인은 같은 법원에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고( 2001노167), 대법원에 상고하여 소송계속중( 2001도3495),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제도를 규정하고 있는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제16조 제1항 등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을 하였고( 2001초472), 대법원은 동법 제16조 제1항 본문 중 외국비디오물에 관한 부분, 제29조 제1항 제4호 중 제16조 제1항의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부분, 제30조 제5호 중 제24조 제3항 제2호의 수입비디오물의 유통 또는 보관한 자 부분의 위헌 여부가 위 사건의 재판의 전제가 됨을 인정하여, 2004. 4. 13. 위 법률조항들에 대하여 이 사건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구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1999. 2. 8. 법률 제5925호로 제정되고, 2001. 5. 24. 법률 제6473호로 전면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16조 제1항 본문 중 외국비디오물에 관한 부분, 제29조 제1항 제4호 중 제16조 제1항의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부분, 제30조 제5호 중 제24조 제3항 제2호의 수입비디오물의 유통 또는 보관한 자 부분이며,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조항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라 한다).
법 제16조(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의 수입) ①외국에서 제작된 음반(음반의 원판을 포함한다. 이하 "외국음반"이라 한다)·비디오물(비디오물의 원판을 포함한다. 이하 "외국비디오물"이라 한다) 또는 게임물(게임물의 원판을 포함한다. 이하 "외국게임물"이라 한다)을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공연법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상물등급위원회"라 한다)의 추천을 받아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④ 생략
⑤영상물등급위원회는 외국음반·외국비디오물 또는 외국게임물이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수입추천을 할 수 없다.
1.헌법의 민주적 기본질서에 위배되거나 국가의 권위를 손상할 우려가 있는 경우
2.폭력·음란 등의 과도한 묘사로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사회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
3.국제적 외교관계, 민족의 문화적 주체성등을 훼손하여 국익을 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 제29조(벌칙) ①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3. 생략
4. 제16조 제1항 또는 제2항의 규정에 의한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외국음반·외국비디오물 또는 외국게임물을 수입 또는 제작한 자
5.∼10. 생략
② 생략
법 제30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4. 생략
5. 제24조 제3항 각 호의 규정에 해당하는 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 등을 하거나 유통·시청제공 또는 오락제공 등의 목적으로 진열 또는 보관한 자
법 제24조(폐쇄 및 수거조치등) ①, ② 생략
③ 문화관광부장관, 시·도지사, 시장·군수·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을 발견한 때에는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다.
1. 생략
2. 제16조 또는 제17조의 규정에 의한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수입·제작 또는 반입된 음반·비디오물 또는 게임물
3.∼5. 생략
④∼⑥ 생략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근거규정은 별지로 첨부.
2.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1)원심판결은 제청신청인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하고, 또한 등급분류도 받지 아니한 외국비디오물을 유통 및 유통목적으로 보관하였다는 공소사실에 대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들을 적용한 제1심판결을 유지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의 위헌여부는 제청신청인의 상고에 따른 이 법원의 재판의 전제가 된다.
(2)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의사표현의 자유는 바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하고, 이 사건에서 문제되고 있는 비디오물은 의사표현의 수단이 되기도 하므로 그 제작·수입 및 유통 등은 헌법 제21조 제1항에 의하여 보장을 받는다.
법 제16조 제1항이 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수입추천제도는, 실질적으로 행정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외국비디오물의 수입에 앞서 그 내용을 심사하여, 법 제16조 제5항의 수입추천 배제사유에 해당하는 외국비디오물에 대하여는 수입·유통 등을 금지하고, 수입추천을 받지 아니한 외국비디오물을 수입·유통할 경우에는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헌법 제21조 제2항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나. 문화관광부장관의 의견
(1)영화는 시청각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단 상영되고 나면 그 자극이나 충격이 매우 강하게 그리고 직접 전달되어 영향력이 클 뿐만 아니라, 비디오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해졌고, 일단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마저 없으므로 영화·비디오를 상영 또는 보급하기 이전에 심사·규제할 필요가 있다.
(2)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이 위촉하도록 하고 있어 위원회 구성에서 행정권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고,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의 입법취지 및 법규정을 종합하여 해석할 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자율성이 보장된 민간기관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자율적 민간기구인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외국비디오의 수입추천제도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라는 사전검열의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헌법 제21조 제2항의 사전검열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
3. 판 단
가. 검열금지에 관한 헌법규정과 검열의 개념
우리나라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언론의 자유를 일반적으로 보장하고, 제2항은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과 집회·결사에 대한 허가는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언론에 대한 검열금지원칙을 헌법에서 명문화하고 있다.
현행헌법은 명문으로 언론에 대한 검열금지원칙을 선언하면서, 헌법이 금지하는 검열이 구체적으로 어떠한 것인지에 대하여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 헌법재판소는 헌재 1996. 10. 4. 선고 93헌가13등 영화법 제12조 등에 대한 위헌제청 사건에서 다음과 같이 검열제도가 금지되어야 하는 이유와 더불어 헌법 제21조 제2항에서 규정하는 검열개념의 기준을 제시하였다.
" 헌법 제21조 제1항과 제2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지며,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의 검열은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사상이나 의견 등이 발표되기 이전에 예방적 조치로서 그 내용을 심사, 선별하여 발표를 사전에 억제하는, 즉 허가받지 아니한 것의 발표를 금지하는 제도를 뜻한다. 이러한 검열제가 허용될 경우에는 국민의 예술활동의 독창성과 창의성을 침해하여 정신생활에 미치는 위험이 클 뿐만 아니라 행정기관이 집권자에게 불리한 내용의 표현을 사전에 억제함으로써 이른바 관제의견이나 지배자에게 무해한 여론만이 허용되는 결과를 초래할 염려가 있기 때문에 헌법이 직접 그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헌법 제21조 제2항이 언론·출판에 대한 검열금지를 규정한 것은 비록 헌법 제37조 제2항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언론·출판의 자유에 대하여는 검열을 수단으로 한 제한만은 법률로써도 허용되지 아니 한다는 것을 밝힌 것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검열은 그 명칭이나 형식에 구애됨이 없이 실질적으로 위에서 밝힌 검열의 개념에 해당되는 모든 것을 그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검열금지의 원칙은 모든 형태의 사전적인 규제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의사표현의 발표여부가 오로지 행정권의 허가에 달려있는 사전심사만을 금지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므로 검열은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건을 갖춘 경우에만 이에 해당하는 것이다(판례집 8-2, 212, 222-223)."
위 결정에서 헌법재판소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소를 사전검열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하였다.
위 결정에서 제시된 위와 같은 기준은 그 후 검열이 문제된 일련의 헌법재판소 결정들에서 판단의 기준이 되었으며, 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가9영화진흥법 제21조 제4항 위헌제청 사건에서는 위 기준에 입각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영화에 대한 등급분류를 일정 기간 보류할 수 있게 하는 영화진흥법상의 '영화등급분류보류제도'가 헌법이 금지하는 사전검열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헌이라고 선언하였다.
나. 수입추천제도의 연혁 및 내용
(1) 입법연혁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는 1991. 3. 8. 법률 제4351호에 의해 제정된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이 규정하고 있던 외국비디오물 수입허가제도에서부터 비롯되었다. 당시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 제13조 제1항은 외국비디오물을 수입 또는 반입하거나 이를 국내에서 판매·배포·대여 등의 목적으로 복제하고자 할 때에는 문화부장관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었고, 같은법 제24조 제1항 제2호는 제13조 제1항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었다.
1995. 12. 6. 법률 제5016호에 의해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이 전문개정되면서, 문화부장관에 의한 수입허가제도는 공연윤리위원회에 의한 수입추천제도로 바뀌었고, 이 때부터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수입된 외국비디오물의 유통에 대해서도 별도의 형사처벌이 부과되었다.
1997. 4. 10. 음반및비디오물에관한법률의 일부개정으로 수입추천의 주체가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로 바뀌었다가, 1999. 2. 8. 법률 제5925호에 의해 제정된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에 의해, 수입추천의 주체는 다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 바뀌었으며,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하는 행위와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수입된 외국비디오물의 유통 및 유통목적 보관행위 등에 대해 부과하는 형벌도 강화되었다. 1999. 2. 8. 법률 제5925호에 의해 제정된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이 규정하고 있는 수입추천제도 관련조항들이 바로 제청신청법원의 당해사건에 적용되는 법률로서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다(외국비디오물에 대한 수입추천제도는 2001. 5. 24.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전문개정시에 완전히 폐지되었다).
(2) 수입추천제도의 내용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는,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수입하고자 하는 외국비디오물에 대하여 수입하기 전에 반드시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추천을 받도록 하고, 이 때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수입추천신청의 대상이 된 당해 외국비디오물이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 및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정하는 일정한 기준에 해당된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수입추천을 하지 않을 수 있으며, 수입추천을 받지 아니한 자는 당해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하거나 유통시킬 수 없고,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하여는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외국비디오물에 대한 수입추천제도의 연혁과 수입추천불가 판정의 기준에 관한 관련조항( 법 제16조 제5항)을 살펴 볼 때, 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취지는 유통을 위한 외국비디오물의 수입 이전에 외국비디오물의 내용을 검토하여 당해 비디오물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그 수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거나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수입된 외국비디오물의 유통을 금지함으로써, 폭력·음란의 과도한 묘사로부터 청소년 및 공서양속을 보호하고, 기타 국가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를 위해 외국비디오물을 규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수입추천제도가 검열금지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
(1) 외국비디오물의 수입과 언론·출판의 자유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하여 언론·출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는바, 의사표현의 자유는 바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속한다.
"음반 및 비디오물도 의사형성적 작용을 하는 한 의사의 표현·전파의 형식의 하나로 인정되며, 이러한 작용을 하는 음반 및 비디오물의 제작은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해서도 보호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판례이다( 헌재 1993. 5. 13. 91헌바17, 판례집 5-1, 275, 284; 1996. 10. 31. 94헌가6, 판례집 8-2, 395, 401 참조).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배포행위도 의사형성적 작용이라는 관점에서 당연히 의사의 표현·전파 형식의 하나에 해당함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배포행위 역시 언론·출판의 자유의 보호범위 내에 있고, 이러한 영역에 대한 사전검열은 우리나라 헌법이 금지하는 것으로 허용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다.
(2) 수입추천제도가 사전검열에 해당하는지 여부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가, 헌법재판소가 헌법상 금지되는 사전검열의 판단기준으로 제시한 "일반적으로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소를 갖춘 사전검열제도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살펴본다.
(가) 법 제16조 제1항은 외국에서 제작된 비디오물을 수입하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수입하고자 하는 비디오물에 대하여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추천을 받도록 규정하고, 같은 조 제5항은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입추천할 수 없는 비디오물에 관한 내용상의 심사기준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관련조항과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외국비디오물이라는 표현물이 국내에서 유통되기 위해서는 수입추천업무를 담당하는 기관에 유통 이전에 제출되어야 한다는 점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나)헌법상의 검열금지원칙은 검열이 행정권에 의하여 행하여지는 경우에 한정하여 적용되므로 외국비디오물의 수입추천기관인 영상물등급위원회가 검열과 관련하여 행정기관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다.
헌법재판소는 2001. 8. 30. 선고 2000헌가9 결정에서 영화진흥법(1999. 2. 8. 법률 제5929호로 전문개정된 것) 제21조 제4항이 규정하고 있던 영화의 상영등급분류보류제도의 위헌성 여부를 심사하면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성격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영화에 대한 심의 및 상영등급분류업무를 담당하고 등급분류보류결정권한을 갖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경우에도, 비록 이전의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와는 달리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보고 내지 통보의무는 없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위원을 대통령이 위촉하고( 공연법 제18조 제1항), 영상물등급위원회의 구성방법 및 절차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공연법 제18조 제2항, 공연법시행령 제22조), 국가예산의 범위 안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경비의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점( 공연법 제30조) 등에 비추어 볼 때, 행정권이 심의기관의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행정권이 주체가 되어 검열절차를 형성하고 있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비록 그의 심의 및 등급분류활동에 있어서 독립성이 보장된 기관이라 할지라도( 공연법 제23조), 그것이 검열기관인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심의기관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하는 것은 단지 심의절차와 그 결과의 공정성 및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하여 모든 형태의 심의절차에 요구되는 당연한 전제일 뿐이기 때문이다. 국가에 의하여 검열절차가 입법의 형태로 계획되고 의도된 이상, 비록 검열기관을 민간인들로 구성하고 그 지위의 독립성을 보장한다고 해서 영화진흥법이 정한 등급분류보류제도의 법적 성격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이러한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의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라는 요건도 충족시킨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2001. 5. 24. 법 개정시에 그 근거규정이 공연법에서 음반·비디오물및게임물에관한법률로 바뀌고 관련조항의 일부 내용이 변경되었지만,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서 인정되고 있는 외국비디오물의 수입추천업무를 수행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개정전 공연법에 의거 설치되고 있던 것으로서 위 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가9 결정에서 영화의 상영등급분류보류제도의 운영주체로서 행정기관성 여부를 판단하였던 바로 그 영상물등급위원회와 동일한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검열과 관련해서는 그 조직과 구성면에서 행정권의 성격을 가진 행정기관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다) 다음으로 이 사건 수입추천제도가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및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 등의 요소를 갖추고 있는지에 관해 본다.
법에 의하면, 외국비디오물이 유통을 위해 수입되기 위해서는 그 수입 이전에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수입추천을 받아야 하고( 법 제16조 제1항), 외국비디오물의 내용이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입추천을 할 수 없게 되어 있으며( 법 제16조 제5항), 추천을 받지 않고 외국비디오물을 수입하거나 또는 추천을 받지 아니하고 수입된 외국비디오물을 유통하거나 유통목적으로 보관하였을 경우에는 각 형사벌이 부과되고( 법 제29조 제1항 제4호 및 제30조 제5호), 추천을 받지 않고 수입된 비디오물에 대해서는 문화관광부장관 등이 관계공무원으로 하여금 이를 수거하여 폐기하게 할 수 있게 되어 있다( 법 제24조 제3항 제2호).
이러한 법의 내용에 비추어 볼 때, 외국비디오물의 내용이 법 및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정하는 일정한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외국비디오물 수입업자가 자진해서 문제되는 내용을 삭제하거나 수정하지 않는 한 당해 외국비디오물은 원천적으로 국내에서의 유통이 금지될 수 있다. 비록 그 외형적인 형태가 '수입추천'이라고는 하지만, 이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추천을 받지 아니하는 한 외국비디오물을 통한 의사표현이 금지되는 것을 의미하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수입추천제도는 실질적으로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에 해당하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들에 의해 인정되고 있는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는 그 절차를 관철하는 수단으로서 형사처벌규정 및 강제수거·폐기규정을 수반하고 있으므로,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라는 요소도 구비하고 있음이 명백하다.
(3) 소결론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비디오물 수입추천제도는, 외국비디오물의 수입·배포라는 의사표현행위전에 표현물을 행정기관의 성격을 가진 영상물등급위원회에 제출토록 하여 표현행위의 허용여부를 행정기관의 결정에 좌우되게 하고, 이를 준수하지 않는 자들에 대하여 형사처벌 등의 강제조치를 규정하고 있는바, 허가를 받기 위한 표현물의 제출의무, 행정권이 주체가 된 사전심사절차, 허가를 받지 아니한 의사표현의 금지, 심사절차를 관철할 수 있는 강제수단이라는 요소를 모두 갖추고 있으므로, 우리나라 헌법이 절대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들은 헌법에 위반되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 5.와 같은 재판관 송인준의 합헌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5. 재판관 송인준의 합헌의견
나는 위 다수의견에서 언급하고 있는 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가9 결정의 반대의견에서 영상물에 대한 사전검증절차의 필요성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의견을 피력한 바 있다(판례집 13-2, 134).
"무릇, 언론·출판의 영역에서 국가는 단순히 어떤 표현이 가치없거나 유해하다는 주장만으로 그 표현에 대한 규제를 정당화시킬 수는 없다. 대립되는 다양한 의견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하여 그 표현으로 인한 해악이 해소될 수 없을 때에만 비로소 국가의 개입은 그 필요성이 인정된다. 따라서 언론·출판의 영역에 있어서 국가의 개입은 원칙적으로 2차적인 것이다.
그러나, 모든 표현이 시민사회의 자기교정기능에 의해서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떤 표현은 일단 표출되면 그 해악이 대립되는 사상의 자유경쟁에 의한다 하더라도 아예 처음부터 해소될 수 없는 성질의 것이거나 또는 다른 사상이나 표현을 기다려 해소되기에는 너무나 심대한 해악을 지니고 있다. 바로 이러한 표현은 헌법상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되지 않고, 따라서 이에 대한 국가의 개입이 1차적인 것으로 용인된다.
헌법 제21조 제4항은 "언론·출판은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침해하여서는 아니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표현의 자유에 있어서의 이러한 한계를 설정한 것으로서 헌법상 보호되지 않는 표현을 예시한 것이라고 할 것이다.
'인간존엄 내지 인간성을 왜곡하는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성표현으로서 오로지 성적 흥미에만 호소할 뿐 전체적으로 보아 하등의 문학적, 예술적, 과학적 또는 정치적 가치를 지니지 않은 것'이라고 정의되는 음란표현은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크게 해칠 뿐만 아니라 사상의 경쟁메커니즘에 의해서도 그 해악이 해소되기 어려우므로 언론·출판의 자유에 의하여 보호할 수 없는 표현의 일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이 어떠한 표현이 헌법 제21조 제1항에서 보호되는 '언론·출판의 자유'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면, 이러한 표현은 사전에 적절한 방식으로 검증하고 여과할 필요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 영화는 시청각을 표현수단으로 하는 영상매체의 특수성으로 말미암아 일단 상영되고 나면 그 자극이나 충격이 매우 강하게 그리고 직접 전달되어 영향력이 아주 크다. 그뿐 아니라, 비디오의 보급이 일반화되면서 그 파급효과가 광범위하게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고, 일단 소비자에게 보급되고 난 뒤에는 이를 효율적으로 규제할 방법마저 없다. 그러므로 영화를 상영 또는 보급하기 이전에 심사·규제해야 할 필요가 있음은 물론, 특히 청소년이 음란, 폭력 등 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미리 막아야 할 절실함도 크다.
영화에 대하여 이미 다단계의 등급을 분류하는 제도가 마련되어 있어 청소년에게 유해한 영상물에 대한 접근이 차단되어 있으므로 등급분류보류제도는 청소년보호라는 공익과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주장은 법령상의 규제와 현장에서의 실행 사이에 괴리가 큰 현실을 간과한 것으로서, 더욱이 현재와 같이 동일한 영화관에서 여러 등급의 영화가 동시에 상영되는 제도하에서는 청소년보호라는 공익은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비디오 기기가 이미 광범하게 보급되고, 거의 모든 영화가 다시 비디오물로 재생되는 현실에서 영상매체로서의 비디오물 또한 그 영향력과 파급효과라는 면에서의 사전검증절차 필요성은 영화에 못지않음은 말할 나위도 없고, 나아가 다음과 같은 이유에 비추어 볼 때 비디오물에 대한 사전검증절차의 필요성은 오히려 영화의 그것에 비해 더 크다고 말 할 수 있을 것이다.영화의 경우에는 극장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상영되므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받는 영화는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하도록 규제할 수 있고, 그에 대한 선전물의 배포·게시 또한 위 제한상영관 내에서만 할 수 있도록 규제할 수 있기 때문에, 유통단계에서의 이용자별 출입제한 및 청소년 보호를 위한 규제 등을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디오물은 극장에서만 상영될 수 있는 영화와는 달리 누구든지, 언제, 어디서라도 손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유통단계에서의 관리가 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어렵다고 할 수 있으므로, 오히려 영화보다도 상영·보급 이전 단계에서의 내용에 대한 사전검증 필요성이 더 크다고 할 것이다. 특히 외국비디오물의 경우에는 내용과 관련하여 제작에 관한 형사책임을 물을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청소년의 정서를 해치는 지나치게 음란하거나 폭력적인 내용이 적지 않다는 현실을 고려할 때, 이러한 외국비디오물이 무분별하게 수입되어 국내의 청소년들에게 유포되는 것을 방지할 필요성은 매우 크다고 할 것이다.
또한 최근 인터넷 문화가 급속도로 발달하여 그 유포속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가속화 되었는바, 불법적 내용의 비디오물이 인터넷을 통해 유포될 경우에 그 해악이 정말 심대할 것임은 명약관화한 것이다. 최근 불법적으로 인터넷에 유포되어 사회적 물의를 야기하고 있는 연예인 관련 비밀파일 사건이 그 단적인 예가 될 것이다.
외국비디오물의 수입추천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성격에 관하여도 나는 위에서 언급한 헌재 2001. 8. 30. 선고 2000헌가9 결정에서,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이 각 전문분야별 순수 민간인으로 구성된 기관·단체에서 선정한 사람을 대한민국예술원회장이 추천하여 대통령의 형식적 위촉으로 선임되는 점, 과거와 달리 문화관광부장관에 대한 심의결과 보고의무 및 문화관광부장관의 위원장·부위원장 승인제도가 없다는 점, 위원장·부위원장을 위원회가 호선하고 위원의 임기가 법정되어 있으며, 임기중 직무상 어떠한 지시나 간섭을 받지 아니하고 그의 의사에 반하여 면직되지 아니하는 점, 위원회에 대한 국고보조가 20%에도 미치지 아니하는 점 등을 들어, "영상물등급위원회는 과거 공연윤리위원회나 한국공연예술진흥협의회에 대하여 행정기관성을 인정하여 검열기관으로 본 헌법재판소의 결정취지에 따라 행정기관적 색채를 불식하고 출범한 것으로서 행정권과는 독립된 민간 자율기관"이라고 설시한 바 있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볼 때,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규정하고 있는 외국비디오물에 대한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수입추천제도는 영상물에 대한 필요하고도 적절한 사전검증절차로서 우리나라 헌법이 금지하고 있는 사전검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다.
다수의견이 검열금지의 원칙을 엄격히 적용하고자 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적 정부하에서 검열을 정부입장의 옹호 내지 홍보수단으로 악용하던 데 대한 반응으로 일면 이해할 수 있는 측면은 있으나, 표출된 후의 교정이 불가능한 해악으로부터 건전한 사회윤리의식과 청소년을 보호하여 국가사회의 건전성을 유지하는 것은 가치혼돈시대의 최소한의 보호장치로서 결코 포기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이 사건 법률조항들이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