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약식절차에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경우 약식명령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할 수 없도록 한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가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이 사건 법률조항이 법관의 양형결정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약식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각종 자료를 제출하고 주장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반면, 정식재판절차는 약식절차와 동일심급의 소송절차로서 당사자인 피고인에게 제1심절차에서 인정되는 모든 공격·방어기회가 주어지며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제출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며 그 입법목적이나 효과의 면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정식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명문화한 것이므로 상소심에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인정되는 논리적·이론적 근거와 크게 다르지 않으므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약식절차에 확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나.형사재판에서 법관의 양형결정이 법률에 기속되는 것은 법률에 따라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에 의한 것으로 법치국가원리의 당연한 귀결이다. 헌법상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여부를 정할 권한은 국회에 부여되어 있고 그에 대하여는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형벌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따라서 형사법상 법관에게 주어진 양형권한도 입법자가 만든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과 방법에 따라 그 한도내에서 재판을 통해 형벌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검사의 약식명령청구사안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통상의 재판절차로 사건을 넘겨 재판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고 이 재판절차에서 법관이 자유롭게 형량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법관의 양형결정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 2004헌가27 사건
당해사건 피고인 조○우는 '2004. 3. 16. 23:50경 혈중알콜농도 0.1585%의 주취상태로 서울 56라1554호 차량을 업무상 운전하던 중 서울 송파구 방이동 89 올림픽공원 앞 노상에서 피해자 백○석이 운전하는 차량을 추돌하고 계속하여 같은 동 180 엠마누엘 교회 앞길에서 피해자 성○경의 운전 차량을 들이받아, 그 충격으로 위 백○석에게 전치 3주간의 경부염좌 등, 동승자인 피해자 김○진에게 전치 2주간의 경부염좌 등의 상해를 가함과 동시에 수리비 1,175,200원 상당의 재물을 손괴하고, 위 성○경에게 전치 3주간의 경추부 염좌 등의 상해를 입힘과 동시에 수리비 2,214,350원을 요하도록 재물을 손괴하고도, 구호조치 없이 도주하였다'는 피의사실로 기소되어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벌금 1천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았다.
이에 위 조○우는 2004. 6. 10. 위 벌금형은 감당하기 힘든 형벌이라며 징역형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여 줄 것을 희망하면서 정식재판을 청구하였다( 2004고정1183).
당해사건 법원은 2004. 9. 9. 위 사건 심리 중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가 피고인의 법관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법관의 양형결정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직권으로 위 법률조항에 대하여 위헌여부의 심판을 제청하였다.
(2) 2005헌바8 사건
청구인은 2003. 4. 11. 부산시 소재 용당세관에서 석재를 수입하면서 실제 거래대금보다 적은 금액을 세관에 신고하는 등 저가신고를 하고 석재류 수입결제대금을 수출업자가 지정한 국내의 청구외 신○애 등의 예금계좌 또는 수출업자가 아닌 제3자 명의의 예금계좌로 송금하는 등 당해 거래의 당사자가 아닌 자에게 지급함으로써 관세법 및 외국환거래법을 위반하였다는 피의사실로 소추되어 부산지방법원에서 벌금 4,000만 원의 약식명령을 고지받았다( 2004고약38709).
이에 청구인은 2004. 9. 22. 벌금형보다 징역형 및 그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여 줄 것을 바라면서 부산지방법원에 정식재판을 청구하였고( 2004고정4795) 그 소송 계속중 피고인이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할 경우 불이익변경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에 대하여 위헌제청신청( 2004초기2917)을 하였으나 같은 법원은 2005. 1. 11. 이를 기각하는 결정을 하였다. 이에 청구인은 같은 해. 2. 3.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따라서 이 사건들의 심판의 대상은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이하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의 위헌여부이며, 그 내용 및 관련조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형사소송법 제457조의2(불이익변경의 금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 대하여는 약식명령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
형법 제41조(형의 종류) 형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1. 사형
2. 징역
3. 금고
4. 자격상실
5. 자격정지
6. 벌금
7. 구류
8. 과료
9. 몰수
제50조(형의 경중) ① 형의 경중은 제41조 기재의 순서에 의한다. 단, 무기금고와 유기징역은 금고를 중한 것으로 하고, 유기금고의 장기가 유기징역의 장기를 초과하는 때에는 금고를 중한 것으로 한다.
2.법원의 위헌제청 및 기각이유,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제청법원의 위헌제청이유( 2004헌가27)와 청구인 주장( 2005헌바8)의 요지
(1)약식명령을 고지받은 피고인에게 인정되는 정식재판청구권은 공판절차에서 양형조건에 관한 변론기회와 심리를 보장함으로써 법관으로부터 가장 적절한 형벌을 선고받을 권리가 보장되는 것이어야 하므로, 약식절차에서 인정되는 정식재판청구는 제1심으로서 적법절차에 의한 공정한 재판을 말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상소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인정되는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이러한 정식재판의 청구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2)일단 약식명령이 고지되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더라도 법관은 불이익변경금지원칙에 의하여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할 수밖에 없다. 비록 법관이 통상재판에 회부할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고 하더라도 실무상 검사의 일방적인 청구에 의하여 형식적 서류심사를 거쳐 대량으로 약식명령을 발하므로 이를 실질적인 심사로 볼 수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헌법이 선언한 사법권 독립의 한 내용인 법관의 양형결정권이 본질적으로 침해된다.
나. 법원의 제청신청기각이유( 2005헌바8)
(1)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에 대하여 정식재판을 청구한 피고인에게 형식적, 실질적으로 유리한 것임이 분명하고,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사건에서 징역형 및 그에 대한 집행유예를 선고하지 못하는 것은 형의 경중을 규정한 형법 제50조 제1항 본문 및 제41조에 의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
(2)검사에 의하여 약식명령이 청구된 사건에 관하여 법원은 해당범죄의 귀책사유에 알맞게 청구된 벌금액을 증액 또는 감액할 수 있고, 그 사건이 약식명령으로 할 수 없거나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여야 하며, 발령된 약식명령에 대하여 피고인뿐만 아니라 검사도 정식재판을 청구할 수 있고 법원에 의하여 공판절차에 회부된 경우와 검사에 의하여 정식재판이 청구되어 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하는 경우에는 불이익변경금지의 원칙이 적용되지도 아니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하여 법관의 양형선택권 또는 양형결정권이 원천적으로 제한된다고 할 수 없다.
다.서울동부지방검찰청검사장( 2004헌가27) 및 부산지방검찰청검사장( 2005헌바8)의 의견요지
(1)약식명령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피고인에 대하여 더 무겁게 처벌하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피고인들의 실질적인 정식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적인 이유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새롭게 규정되었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없는 경우 오히려 피고인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권리가 침해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2)집행유예의 경우 무죄와 동일시할 수는 없으며 그 집행유예 기간 중에 과실에 의하더라도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을 때에는 다시 집행유예의 선고를 받을 수 없고 유예한 형의 집행까지 받아야 한다. 따라서 자유형의 집행유예를 벌금형보다 피고인에게 더 유리한 형벌로 볼 수는 없다.
(3)법원은 검사가 청구한 벌금액이 과다하다고 판단하면 감액할 수 있고, 과소한 경우 공판절차에 회부하여 피고인에게 더욱 적정한 처벌을 과할 수 있다. 실무상 약식담당법관이 실질적으로 양형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주장하나 이는 법원에서 적극적으로 양형결정권을 행사하지 않은 것에서 비롯된 결과일 뿐이다.
3. 판 단
가.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의 침해 여부
(1)이 사건 법률조항의 입법과정을 살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이 신설되기 이전에는 약식절차에서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불이익변경금지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이를 인정하지 않는 입장을 취해왔다. 이후 1995. 11. 1. 국회법제사법위원회 '형사소송법중개정법률안'에 대한 공청회에서 피고인들에 대한 약식명령의 정식재판과정에서 도리어 더욱 과중한 판결을 받음으로써 정식재판청구를 꺼리는 불합리한 점이 지적됨에 따라 국회에서 수정된 법률안에 이 사건 법률조항이 마련되어 본회의를 통과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더 중한 형을 선고받을 우려로 인해 위축된 나머지 정식재판청구를 기피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그 입법취지라고 할 수 있다.
(2) 무릇 헌법 제27조 제1항과 제3항에서 보장하고 있는 공정하고 신속한 공개재판을 받을 권리는 그 직무의 독립성과 중립성이 보장되고 법률이 정한 자격을 가진 법관에 의하여 공개된 법정에서 법에 정한 정당한 절차에 따라 심판받을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한다. 여기에는 원칙적으로 당사자주의와 구두변론주의가 보장되어 당사자가 공소사실에 대하여 주장과 답변 그리고 입증하는 등 공격·방어권이 충분히 보장되는 재판을 받을 권리가 포함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헌재 1994. 4. 28. 93헌바26, 판례집 6-1, 348, 356-357; 헌재 1996. 1. 25. 95헌가5, 판례집 8-1, 1, 14 참조).
약식절차에서는 피고인에게 자신에게 유리한 각종 자료를 제출하고 주장할 기회가 전혀 주어지지 않는 반면, 정식재판절차는 약식절차와 동일심급의 소송절차로서 당사자인 피고인에게 제1심절차에서 인정되는 모든 공격·방어기회가 주어지며 자신에게 유리한 양형자료를 제출할 충분한 기회가 보장된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오히려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기능을 하며 그 입법목적이나 효과의 면에서 피고인의 권리를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나아가 법원은 약식명령으로 하는 것이 적당하지 아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통상의 공판절차에 회부하여 심판할 수 있고 피고인의 청구에 의하여 정식재판절차가 진행되는 경우에도 여전히 최종형을 결정하는 것은 법관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피고인의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도 없다.
(3)불이익변경금지원칙은 통상 피고인이 또는 피고인을 위하여 상소한 사건에서 상소심이 원심판결의 형보다 중한 형을 선고하지 못한다는 원칙으로서 피고인이 상소결과 불이익한 결과를 받게 될 위험 때문에 상소제기를 주저하는 것을 방지함으로써 상소권을 보장한다는 정책적인 이유에서 보장된 형사절차상의 원칙이라 할 수 있고 대법원 역시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대법원 1964. 9. 17. 64도298 참조).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불이익변경금지원칙 역시 정식재판청구권의 실질적 보장을 위한 정책적 고려에 의하여 명문화한 것이므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이 인정되는 양자의 논리적·이론적 근거가 크게 다르지 않다. 따라서 불이익변경금지원칙을 약식절차에 확대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으로 볼 수 없다.
(4) 또한 자유형의 집행이 유예된다 하더라도 형의 본질이 변한다고 볼 수 없고 여기에 집행유예기간 중 금고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아 그 판결이 확정되는 경우 집행유예가 실효되므로 유예기간 중에는 언제든지 자유형의 집행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는 점을 보태어 살펴보면 징역형 및 그에 대한 집행유예의 형이 벌금형에 비하여 반드시 경한 처벌이라고 할 수 없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대법원도 자유형에 대한 집행유예판결을 벌금형으로 변경하는 것은 불이익변경이 되지 않는다( 대법원 1990. 9. 25. 선고 90도1534)고 하고 있다.
따라서 당해사건과 같이 피고인이 벌금형의 약식명령에 불복하여 자유형 및 그에 대한 집행유예를 희망하는 정식재판에서 법원이 피고인의 요청을 수용하는 판결을 선고하지 못한다고 하여도 이는 형의 경중을 규정한 형법 제50조 제1항 본문 및 제41조에 의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나. 법관의 양형결정권 침해 여부
(1)제청법원과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하는 경우 법관은 벌금형을 선택하여 처벌할 수밖에 없어 법관에게 부여된 형종에 대한 선택권이 검사의 일방적인 약식명령 청구에 의하여 심각하게 제한되므로 법관의 양형결정권이 침해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형사재판에서 법관의 양형결정이 법률에 기속되는 것은 법률에 따라 심판한다는 헌법 제103조에 의한 것으로 법치국가원리의 당연한 귀결이다. 헌법상 어떠한 행위가 범죄에 해당하고 이를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 여부를 정할 권한은 국회에 부여되어 있고 그에 대하여는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고 있으므로( 헌재 1992. 4. 28. 90헌바24, 판례집 4, 221, 229; 1997. 8. 21. 96헌바9, 판례집 9-2, 272, 282 참조) 형벌에 대한 입법자의 입법정책적 결단은 기본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따라서 형사법상 법관에게 주어진 양형권한도 입법자가 만든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내용과 방법에 따라 그 한도 내에서 재판을 통해 형벌을 구체화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또한 검사의 약식명령청구사안이 적당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법원은 직권으로 통상의 재판절차로 사건을 넘겨 재판절차를 진행시킬 수 있고 이 재판절차에서 법관이 자유롭게 형량을 결정할 수 있으므로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보면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여 법관의 양형결정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
(2)그밖에 제청법원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하면 영업범의 경우 약식명령을 고지받은 피고인이 정식재판을 청구한 후 판결이 선고될 때까지 위반행위를 계속하면 범죄사실이 추가되더라도 모두 포괄일죄에 해당하여 벌금액을 증액하거나 또는 징역형으로 처벌할 수 없는 불합리한 결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영업범의 포괄일죄에 대한 해석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법관의 양형권한과는 직접관련이 없다. 따라서 이로써 이 사건 법률조항이 헌법에 위반된다고 볼 수도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