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이 직업선택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
나.위 조항들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다.위 조항들이 평등원칙에 위반되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처벌하는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 헌법 제36조 제3항)를 이행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치로서, 위와 같은 중대한 공익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효율적으로 실현될 수 없으므로, 직업선택의 자유 등 기본권의 제한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나.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또는 법 어디에도 의료행위(한방의료행위 포함)의 정의를 규정하지 않은 채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침구시술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어 금지되고 처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의료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나, 법의 관련규정, 의료행위의 개념에 관한 대법원판례 및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 등을 종합하여 보면, 침구시술행위는 의료행위 특히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되고, 의료행위 또는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되기 어렵다거나 법관에 의한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의료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다.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60조 제1항에 의한 기존의 의료유사업자가 아닌 이상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처벌하고 있는바, 이는 기존의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자를 기존의 의료유사업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규정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법 제60조 제1항에서 기존의 침구사 등 의료유사업자에게 시술행위를 허용한 것은 침구사제도를 폐지하여 한의사가 의료행위로서 침구시술행위를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침구사 등 의료유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 역시 침구시술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의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자에게는 위와 같은 시술행위를 금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1)청구인은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중국 요녕성의 중의연구원 침술반에서 공부하여 1995년에 중국 침술자격증을 취득하고, 2000. 1. 17. 한국대체의학자격검정관리총연합에서 실시하는 침구(鍼灸)전문인 자격검정시험에 합격한 후 서울 강동구 ○○동 339의 22 지하 1층에서 ‘○○침술원’을 운영하여 왔다.
(2)청구인은 보건복지부장관으로부터 면허를 취득한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2000. 4. 22.경부터 2001. 11. 12.경까지 사이에 위 침술원에서 침구류(鍼灸類) 등 각종 의료기구를 설치해 놓고 환자들에게 침시술 등 의료행위를 하였다는 범죄사실로 기소되어 서울지방법원 동부지원(2002고단4328)에서 벌금 100만 원을 선고받고, 서울지방법원(2003노3326)에 항소하였으나 기각되었다.
(3)이에 청구인은 대법원에 상고(2003도3916)하는 한편, 그 재판계속중 의료법 제2조 제1항, 제2조 제2항 제3호,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제60조 제1항,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에 대하여 위헌심판제청신청( 2003초기304)을 하였으나, 2003. 9. 26. 대법원이 위 신청 및 상고를 모두 기각하자, 같은 해 10. 17.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구 의료법(2002. 3. 30. 법률 제6686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이하 ‘법’이라 한다)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라는 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이하 위 조항들을 ‘이 사건 법률조항’이라 한다)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다.
청구인은 그 밖에 법 제2조 제1항, 제2조 제2항 제3호, 제60조 제1항에 대하여도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나, 위 조항들은 당해사건의 재판에 단지 간접적으로 적용되거나 또는 적용된다고 보기 어려운 조항들로서, 당해사건의 재판에 직접 적용되는 이 사건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판단하면 충분하고 별도로 위 조항들을 심판대상으로 삼을 필요는 없다고 할 것이므로, 이를 심판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다.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과 관련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심판대상조항
법 제25조(무면허의료행위 등 금지) ①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단서 생략)
②, ③ 생략
법 제66조(벌칙)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1.~2. 생략
3. 제12조 제2항, 제25조 제1항, 제30조 제2항( 제61조 제3항에서 준용하는 경우를 포함한다)의 규정에 위반한 자
(2) 관련조항
법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라 함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② 의료인은 그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한다.
1.~2. 생략
3.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
4.~5. 생략
법 제60조(의료유사업자) ① 이 법 시행 전에 종전의 규정에 의하여 자격을 받은 접골사·침사·구사(이하 “의료유사업자”라 한다)는 제25조의 규정에 불구하고 그 시술소에서 시술행위를 업으로 할 수 있다.
②, ③ 생략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의료법상 한방(韓方)이라 함은 1986년 의료법 개정시 본래 한방(漢方)이었던 것이 바뀐 것인데, 한방(漢方)이란 원래 중국 한나라의 ‘약처방’이라는 뜻으로 쓰인 것이고, 일본에서도 한방은 ‘약제(藥劑)처방’의 의미로 통용되고 있다. 그리고 중국, 일본은 물론 우리 나라에서도 예로부터 침구술은 약제를 중심으로 하는 한방과는 구별되어 독립적으로 발전하여 왔다.
(2) 그런데 법 제25조 제1항, 제2조 제2항 제3호는 의료행위와 한방의료행위의 정의를 규정하지 않은 채로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한방의료행위 포함)를 금지함으로써 한방(韓方)이란 약제처방이지 침구처방을 말하는 것이 아님에도 한방의료행위에 침구시술행위가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여 이를 기준으로 법 제66조 제3호에 의하여 형벌을 부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 제2조 제1항은 의료인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로 제한하고, 법 제60조 제1항은 의료유사업자를 기존업자로 한정하고 있는바, 위 조항들은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신체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2조, 죄형법정주의를 규정한 헌법 제13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 제15조, 교육에 관한 권리와 국가의 평생교육진흥의무를 규정한 헌법 제31조, 보건에 관한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제3항에 위반된다.
(3) 세계 각국은 침술사를 의료인으로 인정하여 독자적인 시술권을 인정하고 있고, 설혹 정책적인 판단으로 독자적인 시술권을 허용하지 않는 국가들도 의사의 감독하에 시술을 허용하고 있으며, 우리와 같이 전면적인 금지를 규정하고 있는 입법례는 이를 찾아보기 어렵다. 법은 기존 의료유사업자 외에는 침시술을 전면적으로 금지함으로써 헌법 제37조 제2항이 규정하고 있는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하여 국민의 행복추구권, 신체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교육에 대한 권리와 국가의 평생교육진흥의무, 보건에 관한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
나. 대법원의 위헌심판제청신청 기각이유
법 제2조 제1항에 규정된 의료인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의사가 아닌 사람이 의료행위를 하면 기존의 의료유사업자가 아닌 이상 그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벌을 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다. 보건복지부장관 및 서울동부지방검찰청장의 의견
(1) 침술이 한방의료행위에 속하는지 여부와 의료행위의 개념에 대해서는 이미 대법원 판결 및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 구체적으로 판시하고 있고, 한의사 국가시험의 과목에 침구학을 두고 있으며,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 중 침구관련 수업시간이 전체 수업의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고, 한의사전문의 제도가 도입되어 이미 침구과전문의가 배출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침시술행위는 명백히 의료행위 특히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한방의료행위는 비록 법령에 아무런 적극적인 개념정의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더라도 침시술행위를 당연히 포함하는 것으로서, 건전한 상식과 통상적인 법감정을 가진 사람으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어떠한 행위가 이에 해당하는지 의심을 가질 정도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아니한다.
(2) 법 제60조 제1항에 의하여 의료유사업자인 침구사에게 침술을 허용한 것은 해방전 일제하에서 자격을 받은 자들에게 기득권만 인정하고 침구사제도를 사실상 폐지한 것인바, 이는 침술이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직접 관련이 있는 한방의료행위로서 특히 윤리성과 전문성이 요구될 뿐만 아니라 고도의 전문지식과 경험을 필요로 하므로, 기초의학과 연계하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전문교육 및 임상실습이 필요함에 따라 6년제 한의과대학을 졸업한 후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면허를 취득한 한의사가 침시술을 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3)의료행위는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 점에 관한 국가의 검증을 거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고, 무면허 의료행위자의 의료행위에 관한 능력은 이를 구분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며,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를 식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에서 일정한 자격인증을 하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다.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이 무면허의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도록 하는 것은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이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으로 인한 기본권의 제한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헌법적으로 정당화된다.
3. 판 단
가. 이 사건 법률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제한
이 사건 법률조항의 규정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법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라고 규정하여 무면허의료행위를 금지하고 있고, 법 제66조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라고 하면서 그 제3호에 “…… 제25조 제1항 …… 의 규정에 위반한 자”라고 규정함으로써 무면허의료행위를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법 제2조 제1항은 “이 법에서 말하는 ‘의료인’이라 함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5조는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가 되고자 하는 자는 다음 각 호의 1에 해당하는 자격을 가진 자로서 제9조의 규정에 의한 해당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아야 한다.”라고 하면서 그 제1호에 “의학 또는 치과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의학사 또는 치과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자”, 제2호에 “한방의학을 전공하는 대학을 졸업하고 한의학사의 학위를 받은 자”, 제3호에 “보건복지부장관이 인정하는 외국의 제1호 또는 제2호에 해당하는 학교를 졸업하고 외국의 의사·치과의사 또는 한의사의 면허를 받은 자”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민 누구나가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의료인, 즉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국가시험에 합격하여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는 논외로 한다)만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이는 직업의 성질상 그 직업수행이 일정한 전문성·기술성 등을 요구하는 경우 그 직업의 정상적인 수행을 보장하기 위해서 직업선택을 기본권 주체가 스스로 충족시킬 수 있는 일정한 주관적 자격요건과 결부시켜서 제한하는 경우의 하나이다.
이와 같이 이 사건 법률조항은 기본적으로 주관적 사유에 의하여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지만, 의료행위를 계속적인 생활수단적 소득활동으로 삼는 것이 아니라 취미 또는 봉사활동으로 하고자 하는 자에 대하여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에서 파생하는 일반적 행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규정이라고 할 수도 있다.
나. 헌법재판소의 결정례
헌법재판소는 이미 1996. 10. 31. 94헌가7 결정(판례집 8-2, 408), 2002. 12. 18. 2001헌마370 결정(판례집 14-2, 882) 및 2005. 3. 31. 2001헌바87 결정(공보 103, 475) 등에서 세 차례에 걸쳐 의료법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는데, 그 이유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의료법이 정하고 있는 ‘의료행위’는 질병의 예방과 치료에 관한 행위로서 의학적 전문지식이 있는 자가 행하지 아니하면 사람의 생명, 신체나 공중위생에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행위를 말한다. 한 나라의 의료제도는 그 나라의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목적으로 하여 합목적적으로 체계화된 것이므로 국가로부터 의료에 관한 지식과 기술의 검증을 받은 사람으로 하여금 의료행위를 하게 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안전하며, 사람의 생명과 신체를 대상으로 하는 의료행위의 특성상 가사 어떤 시술방법에 의하여 어떤 질병을 상당수 고칠 수 있었다고 하더라도 국가에 의하여 확인되고 검증되지 아니한 의료행위는 항상 국민보건에 위해를 발생케 할 우려가 있으므로 전체 국민의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로서는 이러한 위험발생을 미리 막기 위하여 이를 법적으로 규제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의료행위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근본인 사람의 신체와 생명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므로 단순한 의료기술 이상의 ‘인체 전반에 관한 이론적 뒷받침’과 ‘인간의 신체 및 생명에 대한 외경심’을 체계적으로 교육받고 이 점에 관한 국가의 검증을 거친 의료인에 의하여 행하여져야 하고,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아니한 방법 또는 무면허 의료행위자에 의한 약간의 부작용도 존엄과 가치를 지닌 인간에게는 회복할 수 없는 치명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것이다. 또 무면허 의료행위자 중에서 부작용이 없이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구분하는 것은 실제로는 거의 불가능하며, 또 부분적으로 그 구분이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일반인들이 이러한 능력이 있는 무면허 의료행위자를 식별할 수 있는 것은 결국 국가에서 일정한 형태의 자격인증을 하는 방법 이외에는 달리 대안이 없고, 외국의 입법례를 보더라도 의료인 면허제도를 채택하고 무면허의료행위를 사전에 전면금지하는 것 이외의 다른 규제방법을 찾아볼 수 없다.
이와 같은 사정들을 종합해 보면, 무면허의료행위를 일률적,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에는 그 치료결과에 관계없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는 의료법의 규제방법은, ‘대안이 없는 유일한 선택’으로서 실질적으로도 비례의 원칙에 합치되는 것이다.
의료법이 인정하는 의료인이 아니면서 어떤 특정분야에 관하여는 우수한 의료능력을 가진 한 부류의 의료인들(넓은 의미)이 있다고 한다면, 국민건강의 보호증진을 위하여 입법자로서는 이들의 지식과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이들에게 의료인 자격을 부여하는 경우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면밀히 검토한 후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면 이들에게도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바람직하겠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입법정책의 문제로서 이러한 입법정책의 문제 때문에 의료법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부분 및 제66조 제3호 중 제25조 제1항 본문의 전단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위반된다고는 할 수 없다.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전면적으로 금지한 것은 매우 중대한 헌법적 법익인 국민의 생명권과 건강권을 보호하고 국민의 보건에 관한 국가의 보호의무( 헌법 제36조 제3항)를 이행하기 위하여 적합한 조치로서, 위와 같은 중대한 공익이 국민의 기본권을 보다 적게 침해하는 다른 방법으로는 효율적으로 실현될 수 없으므로, 이러한 기본권의 제한은 비례의 원칙에 부합하는 것으로서 헌법적으로 정당화되는 것이다.」
이러한 결정이유는 이를 새로이 달리 판단하여야 할 사정변경이 있다고 인정되지 아니하여 그대로 유지되어야 할 것이므로, 이 사건 법률조항도 같은 이유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의료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가 요구하는 명확성원칙을 위반하였고, 법 제60조 제1항에서 의료유사업자를 기존업자로 한정하고 있는 것과 관련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평등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기로 한다.
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 또는 법 어디에도 의료행위(한방의료행위 포함)의 정의를 규정하지 않은 채로 이 사건 법률조항에서 의료인이 아닌 자에게 의료행위를 금지함으로써 침구시술행위가 의료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되어 금지되고 처벌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의료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므로 이에 관하여 본다.
(1)우리 헌법 제12조 제1항 및 제13조 제1항에서 천명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은 명확하게 규정되어야 한다는 원칙이다.
여기서 구성요건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것은 그 법률을 적용하는 단계에서 가치판단을 전혀 배제한 무색투명한 서술적 개념으로 규정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입법자의 입법의도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정도의 것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다소 광범위하고 어느 정도의 범위에서는 법관의 보충적인 해석을 필요로 하는 개념을 사용하여 규정하였다고 하더라도 그 적용단계에서 다의적(多義的)으로 해석될 우려가 없는 이상 그 점만으로 헌법이 요구하는 명확성의 요구에 배치된다고는 보기 어렵다( 헌재 1989. 12. 22. 88헌가13, 판례집 1, 357, 383; 2001. 12. 20. 2001헌가6등, 판례집 13-2, 804, 813).
(2) 법은 이 사건 법률조항이나 그 밖의 어느 조항에서도 ‘의료행위’에 관하여 적극적인 정의를 하고 있지 않지만, 법 제1조는 “이 법은 국민의료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의료의 적정을 기하여 국민의 보건을 보호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고, 법 제2조 제2항은 “의료인은 그 종별에 따라 다음 각 호의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국민보건의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의 건강한 생활확보에 기여함을 사명으로 한다.”라고 규정하면서, 그 제1호에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 제2호에 “치과의사는 치과의료 및 구강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 제3호에 “한의사는 한방의료와 한방보건지도에 종사함을 임무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의료행위의 개념은 의학의 발달과 사회의 발전 등에 수반하여 변화될 수 있는 것이지만, 대법원은 위 조항들을 근거로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판결을 통하여 다음과 같은 내용의 의료행위의 의미에 관한 확고한 판례를 정립하고 있다.
즉 대법원판례에 의하면, 의료행위라 함은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하는 경험과 기능으로 진찰, 검안, 처방, 투약 또는 외과적 시술을 시행하여 하는 질병의 예방 또는 치료행위 및 그 밖에 의료인이 행하지 아니하면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를 의미하는 것이고, 여기에서 진찰이라 함은 환자의 용태를 듣고 관찰하여 병상 및 병명을 규명·판단하는 작용으로 그 진단 방법으로는 문진, 시진, 청진, 타진, 촉진, 기타 각종의 과학적 방법을 써서 검사하는 등 여러 가지가 있고, 위와 같은 작용에 의하여 밝혀진 질병에 적합한 약품을 처방, 조제, 공여하거나 시술하는 것이 치료행위에 속한다고 한다{ 대법원 1974. 11. 26. 선고 74도1114 판결(공1975, 8222); 1978. 9. 26. 선고 77도3156 판결(공1978, 11097); 1999. 3. 26. 선고 98도2481 판결(공1996상, 818); 2001. 7. 13. 선고 99도2328 판결(공2001하, 1890); 2004. 10. 28. 선고 2004도3405 판결(공2004하, 1989) 등 참조}.
또한 위 법 제2조 제2항에 의하면 의료행위는 협의의 의료행위, 치과의료행위 및 한방의료행위로 나누어 볼 수 있는바, 대법원은 거듭하여 침술행위는 경우에 따라서 생리상 또는 보건위생상 위험이 있을 수 있는 행위임이 분명하므로 한의사의 의료행위(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된다고 보아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대법원 1994. 12. 27. 선고 94도78 판결(공1995, 738); 1996. 7. 30. 선고 94도1297 판결(공1996하, 2744); 1999. 3. 26. 선고 98도2481 판결(공1996상, 818) 등 참조}.
(3) 한편, 헌법재판소는 이미 두 차례의 결정에서 보건범죄단속에관한특별조치법(1990. 12. 31. 법률 제4293호로 개정된 것) 제5조가 규정하고 있는 ‘한방의료행위’는 불명확한 개념이라고 볼 수 없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취지의 결정을 한 바 있다.
즉 의료법의 입법목적, 의료인의 사명에 관한 의료법상의 여러 규정들과 한방의료행위에 관련된 법령의 변천과정 등에 비추어 보면 침시술행위는 그 시술방법과 원리를 보거나 현행 한의사의 시험과목에 침구학을 추가하는 한편 비록 기존의 침사·구사의 시술행위는 인정하나 새로운 침사·구사의 자격을 부여하지 아니한 사실 등에 미루어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되는 것이 명백하고, 한방의료행위는 우리의 옛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불명확한 개념이라고는 볼 수 없다고 한다( 헌재 1996. 12. 26. 93헌바65, 판례집 8-2, 785, 797; 2003. 2. 27. 2002헌바23, 판례집 15-1, 218, 222).
(4) 앞에서 살펴본 바를 종합하여 보면, 침구시술행위는 의료행위 특히 한방의료행위에 포함되고, 의료행위 또는 한방의료행위의 개념은 건전한 일반상식을 가진 자에 의하여 일의적으로 파악되기 어렵다거나 법관에 의한 적용단계에서 다의적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보기도 어려우므로, 결국 이 사건 법률조항 중 ‘의료행위’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 위반된다고 볼 수 없다.
라. 평등원칙 위반 여부
청구인은 이 사건 법률조항은 법 제60조 제1항에 의한 기존의 의료유사업자가 아닌 이상 의료인이 아닌 자의 의료행위를 금지·처벌하고 하고 있는바, 이는 기존의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자를 기존의 의료유사업자에 비하여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규정으로서 평등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살피건대, 구 국민의료법(1951. 9. 25. 법률 제221호)이 구 의료법(1962. 3. 20. 법률 제1035호)으로 대체되면서, 한의사에게 침구시술행위까지 맡겨 한방을 일원화하려는 입법적 배려에서 종전의 침구시술업자 등 의료유사업자제도를 폐지하고 다만 경과조치로서 그 부칙 제3항에서 종전에 자격을 취득한 의료유사업자의 기득권만 이를 보호하는 것으로 하였으므로 새로이 의료유사업자의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법률상의 근거는 없어지게 되었으며, 그 후 1973. 2. 16. 법률 제2533호로 개정된 구 의료법 제59조나 1975. 12. 31. 법률 제2862호로 개정된 구 의료법 제60조는 의료유사업자에 관하여 별도의 규정을 신설하여 현재에 이르고 있으나 그 내용은 기본적으로 위 법률 제1035호의 의료법 부칙 제3항과 같은 취지이다.따라서 법 제60조 제1항에서 기존의 침구사 등 의료유사업자에게 시술행위를 허용한 것은 침구사제도를 폐지하여 한의사가 의료행위로서 침구시술행위를 하도록 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침구사 등 의료유사업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들 역시 침구시술 등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한 데 지나지 아니한 것이다.그렇다면 기존의 의료유사업자의 경우 의료인이 아님에도 위와 같은 시술행위를 할 수 있도록 허용되는 데 반하여, 이 사건 법률조항이 기존의 의료유사업자 이외의 자에게는 이를 금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 차별로서 평등원칙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법률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