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명단과 같음((대리인 법무법인 ○세 담당변호사 ○○○○ ○○))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 이○구는 1938. 2. 28. 부산에서 출생한 후 중국으로 이주하여 흑룡강성 연수현에서 생활하다가 1992년경 대한민국에 입국한 이래 현재까지 불법체류중인 중국동포로서 2003. 11. 13. 대한민국 법무부에 국적회복허가신청을 제출한 자이며, 나머지 청구인들 역시 위 청구인과 동일한 지위에 있는 자들이다. 청구인들은 2003. 11. 14. 대한민국이 1992년 8월 한중수교 이후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을 체결할 헌법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어 헌법이 요청하는 의무를 위반하였고, 또한 법무부장관이 ‘중국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이라는 차별적인 내부규정을 통해 국적회복의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청구인들의 국적선택권, 평등권, 행복추구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심판대상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첫째, 대한민국정부가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또는 그 이후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인 중국동포에 대하여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중국정부와의 조약을 체결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이하 ‘입법부작위’ 부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와, 둘째, 국적회복에 있어 중국동포를 차별취급하고 있는 법무부예규인 ‘중국동포국적업무처리지침’(이하 ‘업무처리지침’ 부분이라 한다)의 위헌 여부이다.
2. 청구인들의 주장 및 이해관계인의 의견
가. 청구인들의 주장요지
(1)청구인들은 해방 전에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중국동포로서 1945. 5. 11. 남조선과도정부법률 제11호로 제정된 국적에관한임시조례 제2조 제1호의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는 조선의 국적을 가진다.”는 규정에 따라 조선국적을 취득하였다가 1948. 7. 17. 제헌헌법에 따라 대한민국국적을 취득하였다.
또한 1948. 12. 20. 제정된 국적법 제12조는 “자진하여 외국의 국적을 취득한 자”( 제4호) 또는 “이중국적자로서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국적을 이탈한 자”( 제5호)에 한하여 국적을 상실하는 것으로 규정하였으며, 현행 국적법 제15조 제1항도 “대한민국의 국민으로서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한 자는 그 외국 국적을 취득한 때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청구인들은 ‘자진하여’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 아니므로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지 아니하여 중국 국적과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한 이중국적자에 해당한다.
(2)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 을 계승하고”라고 하였고,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대한민국은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또는 그 이후 이중국적자인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중국정부와의 조약을 체결할 헌법적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이행하지 아니한 입법부작위에 의하여 청구인들의 ‘국적선택권’을 포함한 행복추구권, 평등권, 거주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였다.
청구인들이 설령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다 하더라도 법무부예규인 위 업무처리지침이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중국동포의 국적회복 허가신청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불허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청구인들의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
나.국회의장의 의견요지
(1)한 나라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에 대한 국적부여의 문제는 그 나라의 입법정책의 소산이고, 대한민국과 중화인민공화국 간 교류가 불가능함으로 인해 국적선택의 자유가 원천적으로 봉쇄되었다는 것을 이유로 중국동포가 당연히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없는 논리적 비약이다.
헌법 전문(前文)은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로서 국가가 입법을 하거나 법을 해석하고 집행함에 있어서 대원칙을 규정한 것이고 헌법상의 지도이념 내지 지도원리를 선언한 것에 불과하므로, 법집행 과정 등에서 존중되어야 하나 그 자체에서 국적선택권이라는 구체적인 권리가 파생되는 것은 아니다.
(2) 헌법 제2조 제2항은 중국동포의 국적선택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의 체결을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않다. 한편, 입법자는 헌법의 위임을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이 되는 요건을 규정한 ‘국적법’을, 재외국민의 보호와 관련하여 ‘재외동포의출입국과법적지위에관한법률’ 등을 제정하였으며, 위 법률에서의 중국동포의 국적취득과 관련된 입법상의 불비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헌법 제2조 제2항을 근거로 중국동포의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 또는 조약을 체결할 명시적인 입법위임이 있다는 것을 이유로 헌법소원을 제기함은 부적법하다.
다.법무부장관의 의견요지
(1)헌법의 명문규정상 또는 헌법의 해석상 국가에게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국동포들에 대하여 국적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입법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으며, 가사 그러한 입법의무가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1997. 12. 13. 전문개정된 국적법은 동법 개정 이전에 이중국적자가 된 경우의 국적선택방법과 절차, 그리고 국적회복 및 귀화의 방법과 절차에 관하여 각 규정하고 있으므로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입법이 부존재한다고 볼 수 없다.
또한 국가 간의 합의인 조약을 체결하는 것은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항으로서 특정사안에 관한 조약내용 및 조약체결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행정부의 권한에 속하고, 조약이 입법사항에 관한 것일 경우 체결·비준에 관한 동의 여부는 국회의 권한에 속하는 사항이다. 그러므로 헌법이 일반적으로 국가로 하여금 특정 사안에 관하여 다른 나라와 조약을 체결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는 해석은 불가능하다.
(2)‘업무처리지침’은 중국동포가 국적취득신청을 할 때 업무처리의 방법을 규정한 행정규칙으로서 대외적 구속력을 갖지 아니하므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며,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행사라 하더라도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기본권침해는 청구인들의 국적회복 허가신청에 대한 법무부장관의 불허가처분 또는 신청접수거부처분에 의하여 초래된 것이므로 직접성 요건을 결여하고 있으며, 2001. 5. 7. 개정시점으로부터 1년이 훨씬 지난 2003. 11. 14. 헌법소원이 청구되었으므로 청구기간도 경과하였다.
가사 적법요건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국적법상 귀화허가요건이나 국적회복허가요건 및 출입국관리법을 고려할 때, 불법체류자는 그 사실만으로도 대한민국의 형사법규에 의하여 처벌받아야 할 사람이므로 이들에 대하여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적회복이나 귀화가 허가될 수 없다. 따라서 불법체류자와 합법적인 체류자를 차별취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3. 판 단
가.국적선택권의 의의 및 중국동포의 법적 지위
(1)국적선택권의 의의
근대국가 성립 이전의 영민(領民)은 토지에 종속되어 영주(領主)의 소유물과 같은 처우를 받았다. 근대국가에서도 개인은 출생지 또는 혈통에 기속되고 충성의무를 강요당하는 지위에 있었으므로 국적선택권이 인정될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천부인권(天賦人權) 사상은 국민주권을 기반으로 하는 자유민주주의 헌법을 낳았고 이 헌법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존중하므로, 개인은 자신의 운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정치적 공동체인 국가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즉 국적선택권을 기본권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세계인권선언(1948. 12. 10.)이 제15조에서 “① 사람은 누구를 막론하고 국적을 가질 권리를 가진다. ② 누구를 막론하고 불법하게 그 국적을 박탈당하지 아니하여야 하며 그 국적변경의 권리가 거부되어서는 아니된다.”는 규정을 둔 것은 이를 뒷받침하는 좋은 예다. 그러나 개인의 국적선택에 대하여는 나라마다 그들의 국내법에서 많은 제약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므로, 국적은 아직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권리에는 이르지 못하였다고 할 것이다( 헌재 2000. 8. 31. 97헌가12, 판례집 12-2, 167, 175).
그러므로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권”이라는 개념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일반적으로 외국인인 개인이 특정한 국가의 국적을 선택할 권리가 자연권으로서 또는 우리 헌법상 당연히 인정된다고는 할 수 없다고 할 것이다.
(2)중국동포의 법적 지위
국적의 선택은 그 개념상 이중국적의 가능성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과연 청구인들과 같은 중국동포들이 이미 중국국적을 취득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살핀다.
(가)정부의 입장
1992년 8월 한중수교가 이루어지기 이전인 1988년 노태우 대통령의 이른바 ‘7·7선언’을 계기로 1980년대 후반 무렵부터 극소수이지만 독립유공자 후손을 비롯한 일부 중국동포들의 한국방문 또는 영주귀국이 이루어지기 시작하였다. 당시는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중국 국적을 인정할 수 없었던 관계로 한국으로 입국하는 중국동포들에 대하여는 중국여권이 아닌 우리 정부가 발급한 “여행증명서”로 입국하도록 하였고, 영주를 목적으로 귀국한 독립유공자 후손들에 대하여 한국국적을 부여함에 있어서는 중국국적을 전제로 한 국적변경절차 대신 한국 국적을 계속 보유하고 있던 자로서 “국적판정”을 하는 등 당시 시대상황에 따라 예외적 조치를 취하였다. 그러다가 1992년 한중수교에 따라 중국동포를 중국 국적을 보유한 중국공민으로 보게 되었다. 이와 같이 정부는 출입국관리사무나 국적사무와 관련하여 중국 국적 동포들을 중국 국적만을 보유한 중국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나)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입장
대법원은 1998. 9. 18. 선고한 98다25825 손해배상 사건에서 중화인민공화국 흑룡강성에서 거주하다가 국내에 입국한 조선족 김 아무개 씨에 대하여 “일시적으로 국내에 체류한 후 장래 출국할 것이 예정되어 있는 외국인”이라고 판시하였고(공1998하, 2521), 헌법재판소도 2001. 11. 29. 선고한 소위 ‘재외동포법’ 헌법소원 사건에서 중국동포들은 중국국적의 “외국인”이라는 점을 전제로 판단하였다( 헌재 2001. 11. 29. 99헌마494, 판례집 13-2, 714, 723-724).
(다) 소 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정부와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는 중국동포를 중국 국적만을 보유한 “외국인”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청구인들은 1997년 전문개정된 국적법 제12조 내지 제14조, 부칙 제5조 등은 출생이라는 사유 또는 자진하여 이중국적자가 된 자들의 일반적 이중국적 해소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을 뿐이므로,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대한민국 국적 선택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입법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이하에서는 우리 헌법상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대한민국 국적 선택의 요건과 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체결의 의무가 인정되는지 여부를 살펴 보기로 한다.
나.입법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1)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대한민국 정부에게 1992년 한중수교 당시 또는 그 이후 이중국적자인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선택할 수 있는 절차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거나(이하 ‘법률부작위’ 부분이라 한다) 또는 중국정부와의 조약을 체결할(이하 ‘조약부작위’ 부분이라 한다) 헌법적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본다.
(가)법률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1)어떠한 사항을 법규로 규율할 것인가의 여부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입법자의 정치적·경제적·사회적 각종 고려하에서 정하여지는 입법정책의 문제이므로, 국민이 국회에 대하여 일정한 입법을 해달라는 청원을 함은 별론으로 하고, 법률의 제정을 청구하는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해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입법자가 이를 방치하고 있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에게 구체적인 기본권이 생겨 이를 보장하기 위한 국가의 행위의무 내지 보호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입법자가 전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은 경우가 아니면 원칙적으로 인정될 수 없다( 헌재 1995. 5. 25. 90헌마196, 판례집 7-1, 669, 676).
2)그러므로 헌법 전문이나 제2조 제2항에서 청구인들 주장의 구체적인 입법의무가 도출될 수 있는지 여부를 살펴 본다.
헌법 전문은 헌법의 이념 내지 가치를 제시하고 있는 헌법규범의 일부로서 헌법으로서의 규범적 효력을 나타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는 헌법소송에서의 재판규범인 동시에 헌법이나 법률해석에서의 해석기준이 되고, 입법형성권 행사의 한계와 정책결정의 방향을 제시하며, 나아가 모든 국가기관과 국민이 존중하고 지켜가야 하는 최고의 가치규범이다( 헌재 1989. 9. 8. 88헌가6, 판례집 1, 199, 205). 우리 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 을 계승하고”라고 하여, 대한민국헌법이 성립된 유래와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헌법 제2조 제2항은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재외국민’이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고 있으면서 외국에서 영주하거나 장기간 외국에서 체류하며 생활하는 사람을 말하는데, 재외국민을 국가가 보호해야 하는 이유는 그들도 우리 나라의 인적인 존립기반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살피건대, 청구인들과 같은 중국동포들의 현재의 법적 지위는 일반적으로 중국 국적을 가진 외국인으로 보고 있고, 가사 중국동포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 국적을 취득한 것이므로 당시 그들의 중국 국적 취득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것이 아니라고 보는 경우에도, 1997년 전문개정된 국적법은 국적선택 및 판정제도를 규정하고 있다. 즉, 이중국적자로서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하고자 하는 자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외국 국적을 포기한 후 법무부장관에게 대한민국의 국적을 선택한다는 뜻을 신고하여야 하고 그 때까지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그 기간이 경과한 때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다( 동법 제12조, 제13조). 다만, 동법 시행전에 대한민국의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자로서 만 20세 이상인 자는 동법의 시행일(1998. 6. 14.)로부터 2년 내에 대한민국 국적 선택의 신고를 하여야 한다( 동법 부칙 제5조).
나아가, 법무부장관은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 또는 보유 여부가 분명하지 아니한 자에 대하여 이를 심사한 후 판정할 수 있다( 동법 제20조). 이와 같은 국적판정제도는 법무부예규인 “국적업무처리지침”에 기하여 중국 및 사할린 동포에 대하여 시행되다가 위와 같이 개정 국적법에서 실정화되어, 이들뿐만 아니라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에서 국외로 이주한 자와 그 비속으로서 출생 이력면에서는 대한민국 혈통으로 추정되면서도 혈통의 연원이나 대한민국 국적 취득경과의 입증이 어려운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한다.
따라서 청구인들의 주장과 같이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갖고 있었다면 이들에게도 이러한 국적선택 및 국적판정의 기회가 주어진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는 별도로 헌법 전문의 ‘대한민국임시정부 법통의 계승’ 또는 제2조 제2항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규정이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국적선택을 위한 특별법 제정의무를 명시적으로 위임한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동 규정 및 그 밖의 헌법규정으로부터 그와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나)조약부작위 부분에 대한 판단
헌법 제6조 제1항은 “헌법에 의하여 체결·공포된 조약과 일반적으로 승인된 국제법규는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고, 제60조 제1항은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조약이란 국가 간에 법률상의 권리·의무를 창설·변경·소멸시키는 2개 국 또는 그 이상의 국가 간의 약속을 말한다. 국가 간의 합의인 조약의 체결은 대통령의 권한에 속하는 것으로서( 헌법 제73조), 고도의 정치적 판단을 요하는 사항이다. 대통령은 조약을 체결·비준함에 앞서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야 하고( 헌법 제89조 제3호), 특히 중요한 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는 사전에 국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제60조 제1항).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청구인들이 심판청구 당시나 현재에도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을 보유하고 있다는 전제가 성립한다고 볼 수 없고, 설사 그렇다고 본다 하더라도 고도의 정치적 판단 및 국가 간의 합의를 요하는 조약체결의 성격에 비추어 볼 때, 우리 헌법 전문이나 제2조 제2항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듯 중국동포와 같이 특수한 국적상황에 처해 있는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국적선택을 위한 조약을 우리 정부가 중국과 체결할 의무를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다고 볼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동 규정 및 그 밖의 헌법규정으로부터 그와 같은 해석을 도출해 낼 수도 없다고 할 것이다.
(2)청구인들의 추가주장에 대한 판단
청구인들은 2005. 8. 10. 제출한「의견서」에서 종전의 주장에서 나아가, 비록 청구인들과 같은 중국동포들이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것으로 본다 하더라도 국가에게는 이들에 대하여 대한민국 “국적회복”의 요건과 절차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의 체결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하여 살펴 본다.
1948년 제정된 구 국적법은 제14조에서 “전 2조의 규정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상실한 자가 대한민국에 주소를 가진 때에는 법무부장관의 허가를 얻어 대한민국의 국적을 회복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1997년 전문개정된 국적법도 제9조(국적회복에 의한 국적취득)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은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적인 대한민국 국적회복에 대하여는 이미 입법이 이루어진 것이고 이들 조항이 중국동포의 경우에도 적용됨은 물론이다. 그러므로, 이와는 별도로 헌법 전문이나 제2조 제2항이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중국동포의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여 그들의 국적회복을 위한 특별법을 제정하거나 조약을 체결할 헌법상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는 명시적인 위임으로 볼 수 없고, 뿐만 아니라 동 규정 및 그 밖의 헌법규정의 해석상 그와 같은 법률의 제정 또는 조약체결 의무가 국가에게 있다고 할 수도 없다.
(3) 소 결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헌법 전문이나 제2조 제2항의 규정이 중국동포와 같은 특수한 상황에 처한 자들의 이중국적 해소 또는 대한민국 국적 선택이나 회복에 관한 법률의 제정 혹은 조약의 체결을 명시적으로 위임하고 있지 않고, 이들 규정 또는 헌법의 다른 어떤 규정의 해석으로부터도 국가의 이와 같은 헌법적 의무를 도출해 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헌법소원 중 입법부작위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다.
다.업무처리지침 부분에 대한 판단
(1)업무처리지침은 2001. 5. 7. 법무부예규 제551호로 개정된 것으로서, 중국동포에 대한 국적업무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동 지침 제1조).
동 지침 제3조의 규정에 의하면, 중국동포 중 중국국적자 또는 무국적자는 국적법, 동법시행령, 동법시행규칙 및 동 지침이 정하는 요건을 갖춘 때에 한하여 법무부장관의 “국적회복”허가 또는 “귀화”허가를 받아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할 수 있는데(제1항), 한반도 및 그 부속도서에서 중국으로 이주한 자 및 그 부계혈통 직계비속으로서 중화인민공화국의 수립일인 “1949년 10월 1일” 전에 출생한 자는 국적회복허가 대상자이고(제2항 제1호), 1949년 10월 1일 이후에 중국에서 출생한 자는 귀화허가 대상자이다(제2항 제2호).
국적법 제9조는 대한민국의 국민이었던 외국인이 국적회복허가를 받기 위한 요건을 규정하고 있고, 국적법시행령 제8조(국적회복허가의 신청) 및 제9조(국적회복허가신청에 대한 심사), 그리고 국적법시행규칙 제6조(국적회복허가신청서의 서식 및 첨부서류)는 그 절차에 관하여 자세히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국적회복신청과는 별도로 중국동포에 대한 국적업무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하기 위하여 법무부예규로 마련된 행정규칙으로서 중국동포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법령의 규정에 의하여 행정관청에 법령의 구체적 내용을 보충할 권한을 부여한 경우나 법령의 직접적인 위임에 따라 수임행정기관이 그 법령을 시행하는데 필요한 구체적 사항을 정한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즉, 업무처리지침은 법무부장관이 반복적으로 행하는 국적업무에 관한 행정사무의 통일을 기하고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지침을 정해 주기 위한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할 뿐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법규적 효력은 없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따라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2)가사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에 대하여, 재량권행사의 준칙인 행정규칙이 그 정한 바에 따라 되풀이 시행되어 행정관행이 이룩되게 된 경우이어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한다고 보더라도( 헌재 1990. 9. 3. 90헌마13, 판례집 2, 298, 303 참조), 업무처리지침의 위헌확인을 구하는 심판청구 부분은 아래와 같은 이유로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다.
법무부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청구 후인 2004. 4. 1. 법무부예규 제703호로 “외국국적 동포의 국적회복 등에 관한 업무처리지침”을 제정하면서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을 실질적으로 폐지하였다(공식적으로는 2005. 6. 17. 법무부예규 제729호로 개정하면서 그 부칙 제2조의 규정에 의하여 폐지된 것으로 보인다). 새 지침은 외국국적 동포가 국적법령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회복하거나 대한민국에 귀화함에 있어 그 업무처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제정되었다(새 지침 제1조). 새 지침은 “외국국적 동포”를 대한민국의 국적을 보유하였던 자 또는 그 직계비속으로서 외국국적을 취득한 자를 말한다고 규정함으로써(제2조) 중국동포와 그 밖의 동포를 차별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고, 종전의 업무처리지침보다 국적회복이 제한되는 범위를 대폭 축소하고 있다. 이와 같이,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과 위 새 지침은 그 제정목적이 다르고 또한 그 규율대상, 즉 국적회복 허가가 제한되는 인적 범위도 다르므로 동일성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요컨대,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위 새 지침의 시행으로 폐지되어 더 이상 중국동포들에게 적용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을 대상으로 한 심판청구 부분은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할 것이다.
(3)이와 같이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하지 아니하거나 이미 폐지되어 권리보호이익이 상실되었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심판청구도 역시 부적법하다.
4.결 론
이상 살펴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심판청구는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조대현의 아래 5.와 같은 일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 전원의 의견일치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조대현의 일부 반대의견
이 사건 청구 중 입법부작위 부분은 받아들일 수 없지만,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재외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하여야 한다.
가. 최초의 대한민국 국민의 범위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헌법 제1조 제2항). 따라서 누가 대한민국의 국민인가는 필수적인 헌법사항이다. 우리 헌법은 제헌 헌법 이래 지금까지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하여 왔다. 그런데 우리 국적법은 혈통주의를 택하여 대한민국 국민의 자녀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1948. 12. 20. 국적법 제정 이래 누가 최초의 대한민국 국민인지에 관해서는 명문의 규정을 두지 아니하여 왔다.
국적법 제정 시까지 조선인의 국적을 확립하여 법률관계의 귀속을 명백히 하기 위하여 1948. 5. 11. 공포된 남조선과도정부 법률 제11호 국적에관한임시조례(이하 ‘임시조례’라 한다) 제2조는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한 자 등은 조선의 국적을 가진다고 규정하였고, 1948. 7. 17. 공포된 제헌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국민되는 요건은 법률로써 정하도록 하고, 제헌 헌법 제100조는 현행 법령은 이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하는 한 효력을 가진다고 규정하였다.
그런데 일제는 대한제국을 강제병합한 후 칙령 제318호로 대한제국을 조선이라 개칭한 점, 일제는 대만인과 사할린인에게는 일본 국적법을 적용하면서도 조선인에게는 일본 국적법을 적용하지 아니한 점, 일제시대 민적법에 따른 민적이나 조선호적령에 따른 조선호적은 일본의 호적법에 따른 일본호적과 준별되었으며 조선호적과 일본호적 간의 교류는 혼인·이혼·입양·인지 등 특별한 신분변동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었던 점, 그리하여 일제시대에는 호적을 기준으로 일본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사람과 조선인으로서의 지위를 가진 사람에 대한 법적 구별이 존재하였던 점, 일제는 1941년부터 3개년 계획으로 만주 거주 무호적 조선인에 대하여 간이한 절차로 취적케 하는 재만조선인(在滿朝鮮人) 취적사업을 실시한 점, 조선호적령은 일제 패망 이후에도 재조선미국육군사령부군정청 법령 제21호에 의하여 효력이 지속된 점, 임시조례 제5조는 일본호적을 취득한 혈통상 조선인이 일본호적에서 이탈하면 조선국적을 소급적으로 회복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는 점, 호적의임시조치에관한규정(1948. 4. 1. 남조선과도정부 법령 제179호)에 의하여 38선 이북에 본적을 두고 38선 이남에 거주하는 자의 신고를 받아 38선 이북에 거주하는 자에 대해서도 가호적이 편제된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위 임시조례에서 말하는 조선인이란, 일제시대에 조선인으로서의 법적 지위를 가졌던 사람, 즉 조선호적에 등재되었거나 등재될 사람을 의미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제헌 헌법 전문(前文)이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국민은 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한다고 밝히고 있고, 1919년 3·1운동을 계기로 수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헌법인 대한민국임시헌법(1919. 9. 11.) 제1조는 “대한민국은 대한인민으로 조직함”이라고 규정하고 있고, 대한민국임시헌장(1944. 4. 22.) 제3조는 “대한민국의 인민은 원칙상 한국민족으로 함”이라고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임시조례 제2조의 내용은 제헌 헌법에 저촉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므로, 1948. 5. 11. 임시조례에 의하여 조선의 국적을 부여받은 조선인 및 그의 후손들은 1948. 7. 17. 제헌 헌법 제3조, 제100조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최초의 대한민국 국민은 임시조례상의 조선인, 즉 조선호적 입적자 또는 입적대상자라고 할 것이다.
나.재중동포의 국적
청구인들을 비롯한 재중동포들도 재일동포나 재소련동포 등과 마찬가지로 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하는 등 임시조례상의 국적취득의 요건을 충족한다면, 1948. 7. 17. 제헌 헌법 공포와 동시에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보아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재중동포의 자녀들 역시 혈통주의를 취한 우리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의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재중동포들은 이에 더하여 1949. 10. 1. ‘56개 민족 대가정’을 표방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과 더불어 중국 국적도 취득하였다고 할 것이다.
우리 국적법은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재중동포들은 일제의 수탈을 피하여, 또는 일제에 항거하기 위하여, 또는 일제의 만주이주정책에 의하여 조국을 떠나 중국에 정착한 뒤, 중국 공산당 정부에 의하여 일방적으로 중국 국민으로 인정된 것이고, 광복 후 분단과 한국전쟁,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장기간 왕래나 연락이 두절되고 대한민국 정부의 보호도 받지 못한 채 현지 주민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었으므로, 그들이 삶을 영위하기 위한 방편으로 중국 국적을 수용하고 장기간 생활하여 왔다든지, 광복 후에 조국으로 귀국하지 않았다든지, 중국 여권을 소지하고 대한민국을 방문하였다는 등의 사정을 내세워 그들이 자진하여 중국 국적을 취득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할 것이다.
한편 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개정되어 1998. 6. 14.부터 시행된 국적법 제12조는 출생 기타 국적법의 규정에 의하여 만 20세가 되기 전에 대한민국의 국적과 외국 국적을 함께 가지게 된 이중국적자에 대하여는 만 22세가 되기 전까지, 만 20세가 된 후에 이중국적자가 된 사람에 대하여는 그때부터 만 2년 내에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도록 국적선택의무를 부과한 후 국적선택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다고 규정하였고, 국적법시행령 제16조는 위 국적법 제12조에서 말하는 ‘출생 이외의 사유에 의한 이중국적자’의 범위를 규정하였다.
그런데 1948. 7. 17.부터 1949. 9. 30. 사이에 제헌 헌법과 임시조례, 국적법에 따라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1949. 10. 1. 중화인민공화국의 성립으로 중국 국적을 취득한 재중동포(즉 1949. 9. 30. 이전 출생자, 이하 ‘재중동포 1세대’라 한다)의 경우는 출생에 의하여 이중국적자가 된 것도 아니고 국적법시행령 제16조에서 정하는 사유로 이중국적자가 된 것도 아니어서 국적법상 국적선택의무가 없다고 할 것이므로, 국적선택을 하지 아니하였다는 이유로 대한민국 국적이 상실되지 않는다. 따라서 재중동포 1세대의 경우는 여전히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이다.
그러나 재중동포 1세대의 자녀들(1949. 10. 1. 이후 출생자, 이하 ‘재중동포 2세대’라 한다)은 출생에 의하여 대한민국의 국적과 중국의 국적을 아울러 취득한 이중국적자로서 국적법상 국적선택의무가 있으므로, 국적법에서 정한 기간 내에 대한민국과 중국 중 하나의 국적을 선택하지 아니하였다면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하였다고 할 것이다.
다.재중동포에 대한 국적 판정 절차의 필요
이와 같이 재중동포 1·2세대의 국적은 그 혈통(조선인을 부친으로 하여 출생하였는지 여부 등), 그 출생시기와 국적선택 여부에 따라 ‘대한민국과 중국의 이중국적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중국 국적자’ 또는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적이 없는 자’로 나뉠 수 있다. 따라서 재중동포에 대해서는 위와 같은 점을 살펴서 대한민국의 국적의 취득·보유 여부를 판단할 필요가 있다.
라.국적법의 정비
1997. 12. 13. 법률 제5431호로 국적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그 제20조에서 대한민국 국적의 취득·보유 여부가 불분명한 사람에 대하여 국적을 판정하는 제도를 마련하고, 그 시행령 제24조에서 국적판정절차에서 신청자의 혈통관계, 국외이주경위,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사실 여부, 그가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후 자진하여 외국 국적을 취득함으로써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 등을 심사하도록 규정하였다. 그 밖에도 국적법은 이중국적자의 국적선택제도( 제13조), 국적상실자에 대한 국적회복제도( 제9조), 대한민국 국민이었거나 국민인 자의 자녀의 간이귀화( 제6조)·특별귀화( 제7조) 등의 제도를 정비하였다. 따라서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의 국적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더 이상 법률을 제정하거나 중국과 이중국적자 처리를 위한 조약을 체결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청구인들이 주장하는 입법부작위의 상태는 위와 같은 국적법의 정비로 해소되었다고 할 것이다.
마.정부 방침의 개선 필요
그런데 정부는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를 그 출생 시기를 가리지 않고 모두 ‘대한민국 국적을 상실한 중국 국적자’로 취급하여 왔고,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도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으로 인하여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중동포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지 못하고 중국인으로서 취급받게 되었고, 재외국민이 아니라 재외동포로 취급되어 국내체류기간의 제한을 받았고, 국내체류기간을 넘겼다는 이유로 국적회복신청까지 거부되었다.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까지도 재외국민이 아니라 재외동포로 취급하는 점에서 국가의 재외국민 보호의무( 헌법 제2조 제2항)를 저버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보호받을 기본권을 송두리째 침해하는 원인으로 작용하였고, 그러한 기본권 침해를 다수인에게 계속적·반복적으로 일으키는 근본원인이 되었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그 지침이 법무부 내부의 사무처리준칙에 불과하다 하여 방치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와 같은 기본권침해의 결과는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으로부터 직접 생긴 것이 아니고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에 따른 행정처분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구체적인 행정처분에 대한 심판은 법원의 행정소송절차가 담당할 일이지만, 그러한 행정처분 및 기본권침해의 근본원인이 된 업무처리지침과 정부 방침에 대해서는 헌법재판소가 심판하여 이를 취소하거나 위헌임을 선언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75조 제3항). 기본권침해를 반복적으로 발생시키는 근본원인이 있을 때에는 그 근원을 해소하는 것이야말로 헌법질서를 수호하기 위하여 긴요한 일이고, 그것은 법원이 아니라 헌법재판소에게 맡겨진 사명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이 2005. 6. 17. 폐지되어 권리보호의 이익이 없어졌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침의 바탕이 된 정부의 기본방침은 변하지 않았고, 그 지침이 폐지되기 전에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보유하고 있는 재중동포의 기본권을 침해한 이상, 이를 분명히 밝힐 필요가 있다. 이미 폐지된 업무처리지침을 취소할 법률상 이익은 없어졌다고 하더라도, 그 지침으로 인하여 과거에 기본권이 침해되었던 사실은 분명히 밝혀 주어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헌법소원제도는 현존의 기본권침해를 배제하는 기능뿐만 아니라 과거의 기본권 침해 여부를 확인하는 사명도 담당하는 것이다. 더구나 재중동포를 모두 재외동포로 보는 정부의 기본방침이 변하지 않은 이상 그들 중 재외국민이라고 보아야 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기본권을 침해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사건 업무처리지침은 재중동포를 출생시기와 관계없이 무조건 중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로 취급함으로서 재중동포 중 대한민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의 기본권을 침해하였음을 분명하게 선언하여야 한다. 그리하여 청구인들과 같은 재중동포들을 무조건 중국 국적을 가진 재외동포로 취급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하였는지 여부와 아직도 보유하고 있는지 여부를 판정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우하도록 개선시킬 필요가 있다.
〔별지〕 청구인 명단:생략재판관 윤영철(재판장) 권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 전효숙 이공현 조대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