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박장관(대리인 법무법인 ○성 담당변호사 ○○○○ ○○)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87. 12. 4. 피청구인에게 청구인 소유인 부산 강서구 지산동 411의 3, 4, 5 소재 임야(이하 "이 사건 토지"라 한다.)에 대하여, 그 전신인 경남 김해군 녹산면 지사리 산235 임야에 포함되어 있을 당시인 1962. 8. 13. 소관청인 경남 김해군수로부터 일반개간허가를 받았고 1962. 11.초경 일반개간준공인가를 받았으며 1962. 11. 10. 종래 임야대장에 등록되어 있던 이 사건 토지가 토지대장에로 등록전환된 사실에 근거하여 그 지목인 임야를 전 또는 잡종지로 변경하여 줄 것을 신청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청구인은 2001. 8. 13. 청구인에게 '이 사건 토지가 김해군 당시 개간허가가 준공되었다고는 하나 현지 확인 결과 대부분 수목이 울창한 임야상태이며, 일부 축사, 창고, 농가주택은 위법건축물로서 건축물 추인 또는 준공이 되지 않아 지적법 제20조의 규정에 의한 잡종지 등으로 지목변경이 불가하다'는 취지의 회신(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고 한다.)을 함으로써 위 신청을 거부하였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에 대해 부산지방법원에 피청구인을 상대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부산지방법원 2002구합1060) 2002. 12. 5.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이 아니라는 이유로 각하판결을 받은 후 2002. 12. 18. 헌법재판소에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에서 심판의 대상은 피청구인이 2001. 8. 13. 이 사건 토지에 대하여 지적공부상의 지목을 임야에서 전 또는 잡종지로 변경하여 달라는 청구인의 지목변경신청을 거부한 이 사건 처분이 청구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라고 함이 상당하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청구인은 이 사건 토지를 취득한 후 그곳에 벚나무, 배나무, 관상수 등 약 1만 그루를 식재하고 기존의 축사, 창고, 농가주택 등을 이용하여 축산업을 영위하고 있다가 약 7년 전부터 이를 방치함에 따라 위 식재한 나무들과 잡풀들이 혼재하여 있으나 현재까지도 농지원부 상에는 원고의 자경농지인 전으로 등재되어 있고, 이 사건 토지의 인접토지인 부산 강서구 지사동 411의 1 4409㎡는 1990. 8. 11.자로 임야에서 잡종지로 지목변경되었는데, 이 사건 토지에 관하여서는 지목이 변경되지 않음으로써 청구인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
이 사건 토지는 1962. 8. 13. 일반개간허가를 받아 일반개간공사 준공인가까지 받았고 같은 해 11. 10. 지목변경의 전단계로 지적법 제16조 및 동법시행령 제16조 제1, 2항에 따라 임야대장에서 토지대장에로 등록전환까지 마쳐 졌으므로 그 지상에 벚나무 등이 식재된 채 잡초 등이 우거져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은 위 개간준공인가의 효력을 부인할 수 있는 사유가 될 수 없는 것이고, 이 사건 토지는 지목변경을 신청하여야 할 사유인 지적법 제20조에 따른 동법시행령 제19조 제2항 제1호의 "토지의 형질변경 등의 공사가 준공된 토지" 및 제3호의 "토지의 사용목적 또는 용도가 변경된 토지"에 해당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하다.
한편 피청구인은 이 사건 토지상에 건립된 축사, 창고, 농가주택 등이 위법건축물이므로 지목변경이 불가하다고 하나, 이들이 위법건축물이라 하더라도 적법절차에 따라 그것들을 강제철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관계법령 어디에도 그것이 지목변경불가사유로 규정된 바 없으므로 이는 정당한 지목변경불가사유가 될 수 없다.
나. 피청구인의 답변
지목변경은 토지의 사용목적에 따라 지적법 제21조, 동법시행령 제16조, 동법시행규칙 제25조의 규정에 의거 지목변경 신청서에 관계법령에 의한 토지의 형질변경 등의 공사가 준공 또는 토지의 사용목적 및 용도가 변경되었음을 증명하는 증빙서류가 있어야만 가능하나, 청구인이 요청한 지사동 411의 3(3,920㎡), 411의 4(6,018㎡), 411의 5(279㎡)번지는 토지의 실제 상황이 울창한 수림인 임야상태로 되어 있으므로 잡종지로 지목변경이 불가하다.
인근지인 411, 411의 1번지(소유자 주순태)는 1990. 7. 20.자로 건축물(주택, 창고시설, 동물관련시설, 관리사등) 8동이 사용승인된 토지로 소유자의 신청에 의거 1990. 8. 11. 잡종지로 지목변경이 된 것이다.
3. 판 단
직권으로 이 사건 심판청구가 청구기간을 준수한 것인지 여부를 살펴본다.
이 사건은 청구인이 구 지적법 제20조(현행 지적법 제21조)에 근거하여 소관청에 지목변경을 신청하였으나 소관청이 지목변경을 거부한 것을 다투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 "지목에 관한 등록이나 등록변경 또는 등록의 정정"은 재산권의 한 내포로 볼 것이므로, 구 지적법 제20조에 근거한 지목변경신청을 거부한 행정청의 행위는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 헌재 1999. 6. 24. 97헌마315 판례집 11-1, 802, 820-821 참조).
그런데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다만,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거친 헌법소원의 심판은 그 최종결정을 통지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한다."(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피청구인이 이 사건 처분을 하자 행정소송(1심)을 거쳐 이 사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는바, 청구기간 산정에 있어 위 조항의 단서가 적용될 것인지가 문제된다.
그런데 행정청이 지목변경신청을 거부(반려)하는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이 아니라는 것이 법원의 일관된 판례이며( 대법원 1989. 11. 28. 선고 89누3700 판결 등), 헌법재판소도 수차에 걸쳐 그러한 점을 선언한 바 있다(위 결정 및 2001. 1. 18. 선고 99헌마703, 2002. 1. 31. 선고 99헌마563 결정). 따라서 그러한 행위는 법원의 재판관할에 속하지 아니하는 것이 명백하므로( 헌재 2001. 1. 18. 99헌마703, 판례집 13-1, 139, 144-145), 이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단서가 말하는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를 거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청구인이 지목변경거부행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거쳤다고 하더라도 이는 구제절차가 될 수 없는 무익한 절차를 거친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청구기간의 산정은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단서가 아니라 본문의 규정에 의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처분은 2001. 8. 13. 행하여졌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 당시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년"이 경과한 것이 명백하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청구기간이 경과되었다.
4.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의 아래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5.재판관 하경철, 재판관 김효종, 재판관 주선회, 재판관 전효숙의 반대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에서 청구기간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을 적용하여 판단하였으나 이러한 견해는 수긍하기 어려워 아래과 같이 반대의견을 개진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이 있자 이의신청, 행정심판을 거쳐 행정소송을 제기하였으나 법원이 종전의 대법원 판례대로 그러한 처분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하자, 마지막으로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헌법재판소는 그동안 여러 차례 지목변경거부(반려)처분이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하였는데, 그 사건들에서 당사자는 해당 거부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바로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헌재 1999. 6. 24. 97헌마315 판례집 11-1, 802; 2001. 1. 18. 99헌마703, 판례집 13-1, 139; 2002. 1. 31. 99헌마563, 판례집 14-1, 62).
당시 헌법재판소는 법원의 판례가 그러한 처분을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음을 전제로, 그 사건들을 헌법소원에서 요구되는 보충성의 원칙의 한 예외로서 인정하고 본안 판단을 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헌법재판소는, 그러한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거쳐 헌법소원을 청구한 경우, 그러한 행정소송(항고소송)을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단서에서 말하는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청구기간 산정에 있어 청구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하고 있다.
통상 법원의 소송절차를 거치는 경우 동 조항 본문상의 청구기간은 자연히 경과될 것이고, 따라서 그러한 경우 헌법재판소는 청구인이 헌법재판소에서 지목변경거부처분을 다툴 기회 자체를 박탈하게 된다.
이는 헌법소원의 본질의 하나인 보충성의 원칙과 헌법재판소가 지목변경거부처분을 헌법소원의 대상으로 삼은 종전 판례의 취지에 반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소원은 "다른 법률에 의한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구제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고 규정하는데, 이는 헌법소원이 그 성질상 최후적, 보충적 권리구제수단이라는 것을 규정한 것이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행정청의 지목변경거부행위가 국민의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는 행정작용이라고 보았는데, 만일 그렇다면 이는 당연히 행정소송에서 본안판단의 대상으로 삼아져야 하는데도 현실이 그렇지 않은 것이다.
그렇다면 일반 국민들로서는 지목변경거부행위가 있고, 헌법소원의 보충성 원칙을 준수한다면, 당연히 이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경유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다.
비록 법원에서 그러한 사항을 행정소송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있는 판례들이 존재하지만, 그러한 법원의 판례가 항구 불변이라 단정할 수 없고, 사실상 개인의 실체적 권리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그러한 행위는 행정소송의 대상에 포함되어야 할 유형이고, 오늘날 행정소송의 유형이 다양화 되고 있고 행정소송에서 권리구제가 확대되는 추세임을 감안할 때, 과거의 판례만으로 그러한 사항에 대하여 앞으로도 법원에서 권리구제가 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더구나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일반 국민들이 그러한 법원의 판례를 미리부터 숙지하고 있다고 단정하기도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의견이 지목변경거부처분에 대한 행정소송을 헌법재판소법 이 규정하는 "다른 구제절차"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매우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청구인에게 유리한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대한 법리를 오히려 청구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하는 것이 된다.
헌법소원제도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것이며, 그러한 취지에서 헌법재판소가 지목변경 거부행위에 대하여 재산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다만 그 거부행위를 바로 헌법소원으로 다투는 경우에만 헌법재판소가 심사하고, 행정소송을 거쳤을 때는 청구기간을 청구인에게 불리하게 적용함으로써 아무런 권리구제를 부인한다면, 이는 당사자에게 설득력이 없고 일반인의 법감정에도 심히 반하는 것이다.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정작용에 대한 통상적인 구제절차는 행정소송이다. 청구인은 이 사건 처분이 자신의 재산권을 침해한다고 보았으며, 법률의 전문가가 아닌 청구인으로서 행정소송을 통한 권리구제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그 과정에서 청구인은 이의신청, 행정심판, 행정소송의 각 구제절차가 요구하는 청구기간을 모두 준수하였다. 청구인이 이 사건 헌법소원에 앞서 일부러 무익한 법원의 구제절차를 거침으로써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이 정한 청구기간 한정의 취지를 몰각시키려 하거나, 부당하게 헌법소원 청구기간을 연장하려고 한 것이라는 점은 어디에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리고 헌법소원은 보충적·최후적 권리구제수단이며, 어느 행정작용이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에 관한 법원의 판례는 영구불변한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사건에서 청구인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에 비난가능성을 물을 수 없으며, 또한 행정소송을 제기하지 아니하고 바로 헌법재판소에 지목변경거부행위의 취소를 구했던 다른 당사자에 비하여 청구인이 더 불이익을 입을 이유는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 있어서 청구인이 이 사건 처분에 대하여 행정소송을 거친 것은 적법한 사전구제절차를 경유한 것이라 보아야 하며, 비록 상소심까지 거치지는 않았지만 이는 권리구제의 기대가능성이 없는 경우로서 보충성 원칙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볼 것이고, 그러한 한 청구기간 산정은 청구인에게 불이익이 없게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단서를 적용하여야 하며, 달리 적법요건상 문제가 없으므로 이 사건에서는 본안 판단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 전효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