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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회사의 대표이사가 사임한 이후에 후임 대표이사들의 승낙을 받고 종전과 동일하게 대표이사 자격으로 회사 명의의 수표 등을 발행한 행위는 자격모용유가증권작성죄와 자격모용작성유가증권행사죄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한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수사미진과 법리오해의 잘못이 있다고 하여 불기소처분을 취소한 사례

재판요지

피고소인은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후에도 은행에서 수령하여 보관하고 있던 회사 명의의 어음과 수표용지들을 이용하여 당좌수표 등을 발행하였는데, 피고소인은 자신의 뒤를 이어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가 된 사람들의 위임을 받아서 위와 같이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피청구인도 이 점을 인정하여 불기소처분의 근거로 삼고 있으나 이 점에 관하여는 수사가 미진한 상태이고, 설령 피고소인이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들의 위임을 받았다 하더라도 자신이 여전히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인 것처럼 그 명의를 사용하여 유가증권을 발행하는 행위가 정당화되지는 않으므로 피고소인의 수표발행행위는 자격모용유가증권작성 및 자격모용작성유가증권행사죄를 구성하는 것이다.

참조조문

헌법 제11조 제1항, 제27조 제5항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형법 제215조, 제217조

참조판례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577 판결 법원공보 1991. 4. 15. (894호) 1119면

사건
2002헌마228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주식회사 ○○물류센타(소송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2003. 04. 24.

주 문

피청구인이 2000. 11. 15. 서울지방검찰청 2000년 형제106604호 피고소인 김○규에 대한 횡령 등 고소사실에 관하여 한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재판절차진술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2000년 형제106604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청구인은 2000. 2. 21. 서울지방검찰청에 피고소인 김○규를 횡령, 자격모용유가증권작성, 자격모용작성유가증권행사죄로 고소하였는바,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피고소인은 1990. 2. 16.부터 1998. 2. 7.까지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로 재직하던 자로, (1)청구인회사의 대표로 있던 1995. 4. 10.경 신한은행 ○○동지점으로부터 수표번호 마가05087400호 당좌수표용지 1장과 어음번호 자가06093439호 약속어음용지 1장을 수령하고,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후인 1998. 3. 18. 위 은행으로부터 수표번호 마가05737761, 마가05737762, 마가05737769, 마가05737773, 마가05737775, 마가05737776, 마가05737780호의 당좌수표용지 7장을, 같은 달 24. 위 은행으로부터 어음번호 자가09395144호 약속어음용지 1장을, 같은 해 5. 8. 위 은행으로부터 어음번호 자가09395721, 자가09395722호 약속어음용지 2장을, 같은 달 28. 위 은행으로부터 어음번호 자가09399012호 약속어음용지 1장 등 위 회사 소유의 당좌수표 및 약속어음 용지 13장을 각 수령하여 보관하고 있던 중, 1998. 9. 5.경 청구인회사로부터 이를 반환할 것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이유없이 반환을 거부하여 이를 횡령하고, (2)1998. 2. 7. 대표이사직을 사임하였으므로 청구인회사를 대리하거나 대표할 권한이 없음에도 행사할 목적으로, 1998. 4. 21.경 장소불상지에서 볼펜을 이용하여 위와 같이 피고소인이 보관하고 있던 위 수표번호 마가05737761호 당좌수표용지의 금액란에 '오천만원整', 발행일자란에 '1998. 4. 21.'로 각 기재하고, 소지하고 있던 '서울특별시 강남구 □□동 159번지 (주)○○물류센타 대표이사 김○규'로 새겨진 고무명판을 찍고, 그 옆에 청구인회사 대표이사 인감을 날인함으로써 청구인회사 대표이사 자격을 모용하여 청구인회사 명의의 유가증권인 당좌수표 1장을 작성하고, 즉석에서 청구외 장○수에게 교부하여 이를 행사한 것을 비롯하여 그때부터 같은 해 8. 15.까지 사이에 같은 방법으로 청구인회사 명의의 유가증권인 당좌수표 6장을 각 작성하고, 이를 청구외 장○수 등에게 교부하여 이를 각 행사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2000. 11. 15. 각 혐의없음의 불기소처분(위 검찰청 2000년 형제106604호)을 하였고, 청구인은 이에 항고·재항고하였으나 기각되자, 2002. 4. 2. 위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쟁점정리 피고소인은 이 사건 약속어음과 수표 각 용지들을 보관하고 그 중 일부를 발행한 것은 당시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이던 김○재와 이○만의 위임을 받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피청구인도 이 점을 중시하여 불기소처분을 한 것이라 보이는바, 실제로 피고소인이 위와 같은 위임을 받아서 한 것인지의 여부, 그리고 그런 경우에는 자격모용유가증권작성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 것인지를 살펴보기로 한다. 나. 인정되는 사실관계 (1)피고소인은 1993. 6. 8.부터 청구인회사의 대표이사를 지내다가 1998. 2. 7. 사임하였고, 그 후 같은 해 3. 27.까지는 김○재가, 같은 해 7. 8.까지는 이○만이 각 대표이사를 역임하였다. (2)피고소인은 회사의 돈을 횡령하고 배임행위를 하였다는 이유로 회사의 주주 등으로부터 고소당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죄로 기소되기도 하는 등 회사운영을 둘러싼 분쟁이 많았는데, 대표이사직무집행정지가처분과 해임청구소송을 당하여 그 소송진행 중에 위와 같이 사임한 것이다. (3)피고소인은 대표이사 사임 후에도 실질상 청구인회사의 경영에 관여하면서, 재임 중 또는 사임 후에 은행에서 수령하여 보관하고 있던 이 사건 어음과 수표 각 용지들을 이용하여 일부 당좌수표 등을 발행하였다. (4)청구인회사에서 1998. 9. 5.자 내용증명우편으로 피고소인에게 보관 중인 어음·수표 각 용지를 반환하라고 요구하였으나, 피고소인은 반환하지 않았다. 다. 판 단 (1)김○재와 이○만이 피고소인에게 어음·수표의 발행을 위임하였는지의 여부 피고소인(수사기록 3권 2298-2309)과 이○만(수사기록 3권 2332-2339)은 이○만이 피고소인과 친분이 있어 피고소인의 부탁을 받고 대표이사에 취임하기는 하였으나 회사의 사정을 알지 못하여 취임 직후부터 피고소인에게 회사의 운영을 사실상 맡겼고, 따라서, 어음과 수표의 발행에 대하여도 피고소인에게 전적으로 위임하였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한편 김○재(수사기록 3권 2323-2331)는 검찰에서 피고소인에게 어음·수표의 발행권한을 위임하지 않았다고 진술하고 있는바, 이○만이 피고소인과는 어릴 때부터의 친구로서 1980.경부터 함께 사업을 해 온 관계이므로 피고소인을 위하여 유리한 진술을 할 개연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과연 위 김○재와 이○만이 실제로 피고소인에게 위와 같은 권한을 위임하였는지는 좀더 조사해 보아야 알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2) 위임받은 경우 범죄가 성립하는지의 여부 설령 검찰에서 판단한 대로 피고소인이 대표이사이던 김○재, 이○만의 위임을 받고 어음과 수표 각 용지를 보관하다가 이 중 일부 수표를 발행한 것이라 하더라도, 피고소인이 개인자격으로서가 아니라, '(주)○○물류센타 대표이사 김○규'라 하여 청구인회사 대표이사의 명의로 이를 발행한 것이고 김○재와 이○만이 대표이사로서도 이러한 권한을 피고소인에게 위임할 근거는 없는 것이므로, 적어도 피고소인의 수표발행행위는 정당화되기 어렵다{ 대법원 1991. 2. 26. 선고 90도577 판결, 법원공보 1991. 4. 15.(894호) 1119면 이하 참조}. (3) 이 사건 수사와 불기소결정의 문제점 이 사건 수사는 우선 피고소인이 대표이사를 사임한 후에도 실질적으로 회사의 경영에 관여한 경위를 충분히 밝히지 못하고, 만연히 피고소인이 김○재, 이○만 등 피고소인의 뒤를 이어 대표이사로 취임한 사람들로부터 어음·수표 등의 발행에 관한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인정하여 이를 전제로 판단한 잘못이 있다. 또한 고소사실 중 당좌수표부분은 이미 혐의없음 불기소결정한 99형제71251호 범죄사실에 포함되는 것이라 하여 위 사건의 결론을 원용하고 있으나, 실제로 중복되는 수표는 마가05737761, 마가05737775, 마가05737776의 세 장뿐이고, 위 사건에서의 불기소이유는 피고소인이 청구인회사의 주식 65% 정도를 소유하고 있는 실질적 사주로서 김○재, 이○만 등 대표이사로부터 위임을 받아서 한 것이므로 혐의없다고 판단된다는 사법경찰관 작성의 의견서를 원용하고 있는 것이어서, 이 사건 혐의없음결정의 이유를 보강하는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결정적으로, 피청구인은 법리를 오해하여 피고소인이 대표이사들로부터 어음·수표의 발행을 위임받은 경우에는 자격모용유가증권작성죄 등이 성립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 판단하고 이 사건 불기소결정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은 이 사건에 관하여 검사가 당연히 의심을 갖고 자세히 조사해야 할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소홀히 하는 등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자의적인 조사를 하였고, 법리에 어긋난 잘못된 판단에 기하여 불기소결정을 한 것으로 판단된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불기소처분은 청구인을 차별하여 청구인에게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재판절차상의 진술권 등을 침해한 위헌적인 처분이라 할 것이므로, 피청구인의 피고소인에 대한 불기소처분은 이를 취소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어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