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청구인오○영
대리인 법무법인 ○한양 담당변호사 ○○○ ○ ○○
주 문
피청구인이 2002. 1. 29. 서울지방검찰청 2002년 형제6139호 특수절도 사건의 피의자 오○영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서울지방검찰청 2002년 형제6139호 불기소사건 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가.청구외 하○렬은 2001. 11. 27. 강남경찰서에 청구인 외 2명을 특수절도죄로 고소하였는데, 그 고소사실의 요지는,
청구인은 청구외 오○화 등 2명과 합동하여
2001. 4. 28.경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아파트 6동 1105호에 있는 청구외 하○렬의 집에 침입하여 그곳에 있던 장롱 등 시가 약 3,515만원 상당을 가지고 가 절취하였다는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조사한 후 2002. 1. 29. 청구인에 대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청구인의 행위가 절도죄를 구성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수사미진 및 법리오해로 인하여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혐의가 있는 것으로 인정하고 기소유예처분을 함으로써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으므로 위 기소유예처분은 취소되어야 한다며 2002. 3. 25.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적법요건에 대한 판단
가. 구제절차의 경유 여부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피의자에 대하여는 항고나 재항고 등 특별히 다른 법률에 정한 구제절차가 없으므로, 기소유예처분에 대하여 직접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 사건 심판청구는 적법하다.
나. 청구기간 준수여부
청구인은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이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 기소유예처분이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으므로, 청구기간은 준수되었다.
다. 기타 적법요건의 판단
청구인은 위 피의사실에 대하여 범죄혐의가 인정되어 기소유예처분을 받은 자이므로 자기관련성이 인정되는 등 기타 적법요건을 갖추었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이 2000. 4. 22.경 청구외 하○렬과 결혼식을 올리고 그 때부터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 ○○아파트 6동 1105호에 있는 위 하○렬의 집에서 약 1년간에 걸쳐 사실혼관계를 지속하여 오다가 혼수품 문제 등으로 인한 불화로 말미암아 위 사실혼관계가 파탄에 이르러 별거를 하던 중, 2001. 4. 28.경 위 하○렬의 집에 청구인이 소지하고 있던 열쇠로 시정된 출입문을 열고 들어가 그 곳에 있던 장롱 등 가구와 텔레비전 등 가전제품 및 가스레인지 등 주방기구를 가지고 간 사실, 위 물건들은 위 사실혼관계 시작 전에 청구인이 자신의 비용으로 마련한 이른바 혼수품인 사실이 인정된다.
나.그런데,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그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하는 것( 대법원 2001. 10. 26. 선고 2001도4546 판결 등)이므로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죄가 성립하려면 청구인에게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다는 데 대한 인식, 즉 절취의 범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다.청구인은 청구인이 가지고 간 물건들은 결혼 전에 청구인의 비용으로 마련한 혼수품이므로 청구인의 소유물로 생각하고 가져갔을 뿐 남의 물건을 가지고 간다는 인식이 전혀 없었다면서 절취의 범의를 극구 부인하는바, 기록에 의하면 혼수품 마련에 필요한 비용 일체를 청구인이 부담한 사실, 사실혼관계 지속 중이던 2000. 12. 19.경 위 하○렬이 청구인에게 "이혼 또는 헤어질 시에는 모든 재산 및 권리를 포기한다."라는 내용의 각서를 써 준 사실, 위 사실혼관계가 그 후 불과 약 1년만에 파탄에 이른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같은 각 사실 및 위 사실혼관계 파탄의 책임이 주로 위 하○렬측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청구인이 혼수품인 위 물건들이 자기의 소유라고 생각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위 물건들에 대하여 민사상 청구인이 단독으로 소유권을 갖는다고 볼 것인지 아니면 위 물건들이 청구인과 위 하○렬의 공유에 속한다고 볼 것인지 여부에 관계없이 청구인은 위 물건들을 자기의 소유인 것으로 인식하고 가지고 간 것이므로 절도죄의 성립에 필요한 "타인의 재물"을 가져간다는 인식 내지 고의는 없었다고 볼 것이다.
라.이상에서 살펴 본 바와 같이 청구인에 대하여 절도 혐의가 인정되지 아니함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범죄혐의가 있다고 단정하여 기소유예처분을 한 데에는,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수사미진 또는 법률의 적용 및 증거판단에 있어서 현저히 정의에 반하는 중대한 잘못이 있었다고 보여지고, 이로 말미암아 헌법이 보장하는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것이다.
4. 결 론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 있으므로 피청구인이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하경철 김영일 권성 김효종(주심)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