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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가 청구한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을 이유 없다고 기각한 사례

재판요지

교차로에 비보호좌회전 표지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함께 설치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피의자에게 일반 교차로 통행시 안전운전의무 위반에 따른 사고유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신호위반을 하였다고까지는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을 한 피청구인의 결정은 타당하고,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형사소송법 제223조의 의미를 해석해 볼 때 공권력 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 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고소권행사 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 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청구인 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사건
2001헌마795 불기소처분취소
청구인
박○준
대리인 법무법인 ○산종합법률사무소 담당변호사 ○○○ ○ ○○
피청구인
수원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2002. 01. 31.

주 문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이 사건 기록과 증거자료인 수원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38382호 불기소사건 수사기록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가.이 사건 피의자인 청구외 박○수(이하 '피의자'라 한다)는 2001. 2. 14. 20:10 경 경기 42가○○○○호 승용차를 운전하여 시흥시 정왕동 건영아파트 입구 삼거리 교차로상을 중앙로 방면에서 정왕1파출소 방면으로 진행하다가 건영아파트 방면으로 좌회전하는 과정에서 마침 맞은편 차로에서 반대방향으로 직진하던 청구외 홍○욱 운전의 번호없는 오토바이를 충격, 이로 인하여 오토바이 뒷좌석에 타고 있던 청구인(남, 16세)으로 하여금 요치 약 6개월의 좌안 안구파열 및 안내용물 탈출상 등을 입게 하는 교통사고를 야기한 사실과 관련하여 수원지방검찰청 2001년 형제38382호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등 죄로 입건되었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한 후 2001. 5. 25.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피의자에 대하여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 결정을 하였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위 사고장소가 이른바 비보호좌회전 구역으로서 피의자가 신호위반을 한 상태에서 좌회전하다가 사고가 발생하였으므로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 단서 제1호의 예외적 처벌사유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피청구인이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재판절차진술권, 평등권 또는 행복추구권 등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2001. 11. 16. 피의자에 대한 위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의 취소를 구하면서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기록을 살피건대, 사고장소인 교차로에 비보호좌회전 표지가 설치되어 있기는 하지만 함께 설치된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피의자에게 일반 교차로 통행시 안전운전의무 위반에 따른 사고유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신호위반을 하였다고까지는 보기 어렵다며 자동차종합보험 가입을 이유로 공소권없음 불기소처분을 한 피청구인의 결정은 타당하고, 피청구인이 현저히 정의와 형평에 반하는 수사를 하였거나 증거의 취사선택 및 가치판단 그리고 헌법의 해석과 법률의 적용에 있어 불기소처분의 결정에 영향을 미친 중대한 잘못을 범하였다고 보여지지 아니하며, 달리 피청구인의 위 불기소처분이 헌법재판소가 관여할 만큼의 자의적인 처분이라고 볼 자료도 없으므로, 그로 인하여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수 없다. 3. 결 론 따라서, 이 사건 심판청구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아래와 같이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이 있는 외에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에 따른 것이다. 4. 재판관 한대현, 재판관 김영일의 각하의견 다수의견은 이 사건 교통사고의 피해자인 청구인이 피의자를 상대로 별도 고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피청구인의 불기소처분결정에 대하여 그 취소를 구하면서 우리 재판소에 막바로 제기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불합리하다고 생각한다.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의 의미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로 하여금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고, 한편으로 형사소송법 제223조에서는 "범죄로 인한 피해자(이하 '범죄피해자'라 한다)는 고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두 규정의 의미를 해석해 볼 때, 공권력 행사의 일종인 검사의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 기본권이 침해되었다 함은 범죄피해자가 고소를 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였음에도 검사가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여 재판절차진술권 등의 기본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 비록 범죄피해자라 하더라도 고소를 하지 아니하였다면,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 한들 그것은 범죄피해자의 공소권행사요구에 대한 처분이라 하기 어렵고, 따라서, 고소권을 행사하지 않은 한에 있어서는 '해당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서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결과적으로 당해 불기소처분결정의 취소를 구하는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이 없다고 보아야 한다. 나. 다수의견의 논리적 근거와 문제점 첫째, 다수의견에 의하면, "수사와 처분이 종결된 상태에서 별도로 고소장을 제출하고 그 처리결과에 대하여 항고 및 재항고를 모두 거친 다음 심판청구를 요구하는 것은 권리구제면에서나 국가기능의 효율적인 면에서 실익이 없다."고 하나(헌재 1992. 1. 28. 90헌마227, 1992. 10. 1. 91헌마31, 1993. 3. 11. 92헌마48, 1995. 5. 25. 94헌마185, 1998. 8. 27. 97헌마79 결정), 오히려 범죄피해자가 새로 고소를 한 경우에는 증거자료가 추가되어 실체적 진실발견이 보다 더 용이하게 될 수 있어, 그 사건에 대한 검사의 과거 판단이 변경될 여지가 있고, 또한 항고 및 재항고 절차에서는 불기소처분이 위법한 경우 뿐 아니라 부당한 경우에도 범죄피해자가 구제를 받을 수 있지만, 헌법소원심판 절차에서는 기본권 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것이므로 고소 또는 항고·재항고 절차가 권리구제를 위하여 더욱 실효적이고 직접적인 수단이라 할 수 있으며, 나아가, 그와 같은 절차에 의하여 권리구제를 받도록 하는 것이 무용한 헌법소송의 남용을 막을 수 있어 결과적으로 국가기능의 효율성 측면에서도 오히려 더 바람직한 것이다. 둘째, 다수의견은 검찰청법상의 항고·재항고가 고소·고발 사건에 대하여만 적용되는 제도이므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는 헌법소원의 요건인 보충성원칙의 예외를 인정하여야 한다고 하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단서 규정의 해석상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사건에서 보충성요건의 대상이 되는 사전구제절차란 검찰청법상의 항고와 재항고절차만을 가리키는 것이지, '고소'는 항고나 재항고와는 달리 보충성요건의 대상인 사전구제절차 자체에 해당하지 아니한다. 따라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가 제기한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청구에 대하여 '자기관련성'의 예외를 인정할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고 '보충성원칙'의 예외로 삼아야 한다는 다수의견의 논거는 그 이론구성 자체가 잘못된 것이다. 더구나, 검사의 불기소처분은 재판이 아니므로 확정력, 특히 일사부재리의 효력이 발생하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범죄피해자가 고소하지 않고 있는 동안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는 경우에 그 피해자는 언제든지 해당 범죄사건에 대하여 새로이 고소를 제기할 수 있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사가 다시 불기소처분을 하면, 항고·재항고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쳐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제기하도록 하는 것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규정취지와 불기소처분의 효력에 관한 해석론에 더욱 부합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무조건적으로 인정하게 되면, 사실상 고발사건을 제외한 모든 불기소사건의 모든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의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도대체 어느 범위의 범죄피해자에게까지 고소가 없는 상태에서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부여할지 여부에 대하여 일률적인 기준을 세울 수도 없거니와 매 사건마다 일일이 기준을 세운다 한들 구체적·개별적 기준의 설정문제에 있어 실로 적지 않은 혼란을 초래하게 된다. 또한, 고소하지 않은 범죄피해자에 대하여 헌법소원적격을 무조건 인정하게 되면, 예를 들어 고소를 제기하였다가 불기소처분결정이 있은 후 미처 검찰청법상의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은 상태에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한 범죄피해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형평성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적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즉, 수인의 범죄피해자가 있는 사건에서 일부만 고소를 제기하고 나머지는 고소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불기소처분결정이 있었고, 이에 대하여 이미 고소를 제기하였던 범죄피해자와 제기하지 않은 범죄피해자가 항고·재항고 절차의 경유 없이 불기소처분취소 헌법소원심판청구를 함께 제기한 경우를 상정하여 볼 때, 다수의견에 따르면, 막상 고소권을 성실하게 행사하였던 범죄피해자의 헌법소원은 사전구제절차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보충성요건의 흠결을 이유로 부적법각하하여야 하는 반면, 애초부터 고소권행사조차 게을리하였던 범죄피해자에게는 청구인적격이 부여되는 이상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 범죄피해자의 기본권을 두텁게 보호하려는 다수의견의 의도는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우리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틀 안에서 합법적·합리적으로 정할 문제이다. 우리 헌법재판소가 해당 형사소송법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적용하지 않고 그 형사소송법 규정을 무시하는 예외적 형사소송행위를 인정할 수는 없는 것이다. 민법이나 상법과 같은 민사실체법에는 법률의 규정 외에 관습법이나 조리(條理)도 법원(法源)으로 쓸 수 있음이 법률에 규정되어 있으나, 형사소송법에는 그것이 절차법이어서 그러한 규정도 없으며, 형사소송절차에서 법률의 규정의 흠결도 아닌 그 운영실태에 다소간의 흠결이 있는 것과 같은 상태가 보인다 하여 이내 우리 헌법재판소가 임의로 법에 어긋나는 적용을 할 수는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의 주장과 같이 범죄피해자라거나 또는 범죄피해자임을 주장한다고 해서 고소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형사소송법의 명문의 규정을 깨뜨리면서까지 굳이 헌법소원의 청구인적격을 인정하는 것은 다른 범죄피해자의 경우와 비교하여 볼 때, 헌법상 평등원칙에 어긋남은 물론, 마치 헌법재판소가 입법기능을 대행하는 것이나 마찬가지 결과가 되기도 한다. 현행제도의 운영실태에 미흡한 점이 있다면, 현행법 아래에서도 수사기관으로 하여금 범죄피해자를 위하여 이에 적절히 처리하게 하는 보충방법을 강구할 수도 있을 것이다. 다.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이 비록 교통사고의 피해자라 하더라도 피의자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지 않은 이상, 적어도 이 사건 불기소처분으로 인하여는 헌법상의 어떠한 기본권도 침해받은 것이 아니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과 별도로 피의자를 상대로 고소를 제기하여 공소권행사를 요구하고 검사의 불기소처분이 있다면, 검찰청법에 정한 사전구제절차를 경유한 후 헌법소원심판을 새로이 청구할 수 있음은 별론으로 하고, 결국 이 사건 심판청구는 헌법소원의 요건중 하나인 공권력의 행사(불기소처분)에 대한 자기관련성요건을 흠결한 부적법한 청구로서 이를 각하함이 상당하다. 이상과 같은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 주선회(주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