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 여부(한정소극)
나.대법원판결이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한다고 본 사례
다.대한민국이 1980. 11. 12.자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라 청구인에게 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에 대한 심판청구부분이 청구기간을 준수하였는지 여부(소극)
라.언론통폐합계획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국회가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심판청구부분이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을 충족시키는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위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위헌이라는 취지의 한정위헌결정을 하여 그 위헌부분을 제거하면서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가 있으므로, 이 조항은 위헌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그 위헌을 주장하는 이 사건 청구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나.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인바, 문제의 대법원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위에서 본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이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다.
다.위 공권력 행사는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로서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고,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리고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나, 다만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되기 전에 있었던 이 사건에서의 공권력 행사와 같은 것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기산하여 위의 청구기간을 준수하면 될 것인데, 이 청구는 위 1988. 9. 19.로부터 180일이 지난 2001. 2. 17. 제기됨으로써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청구인은 대법원의 민사판결에 의한 구제를 신뢰하여 이 부분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니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주장하나, 이러한 사유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려워, 결국 이 부분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다.
라.이 사건의 경우 언론통폐합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배상 또는 전보하기 위한 입법의무를 인정하는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찾아볼 수 없고, 나아가 청구인이 구제되지 않는 것이, 헌법해석상 청구인과 같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먼저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로 기본권이 침해되어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국가배상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의사의 흠결과 하자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구제하는 민법 규정 즉, 법률행위의 무효, 취소 등을 규정한 민법 제103조 내지 제109조 등이 이미 입법되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부적법하다.
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비록 도과되었지만 헌법질서를 유지, 수호하는 데 기여하는 헌법소원의 객관적 기능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므로 반드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이 소원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 본안에 대하여 판단해야 한다.
이 사건은 국가의 공권력을 장악한 군부세력이, 비상계엄하에서 저항할 수 없는 공권력의 위력으로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언론매체인 방송국을 자진폐업의 형식으로 폐쇄한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임이 분명하다. 이 사건의 경우 방송국폐쇄의 근거가 된 이른바 언론통폐합계획이라는 것이 무슨 법률이나 긴급명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그 집행과정 또한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요건에 따라 처리한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언론기관이 소유, 경영하는 중요한 매체의 하나인 방송국에 대하여 그 활동에 일부 제약을 가하거나 조직을 일부 축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방송국 자체를 송두리째 폐쇄하여 버린 것으로서, 이것은 그 제한의 과잉 여부나 합리성 유무를 따질 것도 없이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전면적으로 침해하여 이를 박탈한 것이므로, 이 사건 방송국의 폐쇄는 헌법 제37조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또한 정부가 군사조직의 하나인 국군보안사령부를 시켜 청구인을 강요하여 청구인이 경영하는 방송국을 폐업하도록 하고 방송사업과 관련된 청구인의 재산을 국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 억지로 양도하도록 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위력으로 국가조직이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그의 재산권을 박탈한 것에 해당하고,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재산양도의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금의 지급 여부를 불문하고, 원하지 않는 처분을 강요하여 처분을 실현한다면 그 처분의 실현 자체가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되므로 이는 위헌임이 분명하다.
입법부작위에 대한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전쟁이나 쿠데타 등 위난의 시기에 국가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또는 그 비호나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개인의 기본권침해가 있었고 이에 대한 구제가 통상의 법체계에 의하여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법부재적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헌법 제10조 제2문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근거로 하여 그 구제를 위한 의회의 특별한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 사건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종래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으로서의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라는 것은,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문제를 규율하는 기존의 입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는 뜻으로 종래 사용하여 왔으나, 의회의 보호의무 내지 입법의무에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의무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할 의무도 포함되어야 한다.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기본권의 침해를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의회의 보호의무에서 제외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 피해구제에 관한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의 관계규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이를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고, 오히려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 기존의 관계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입법개선의무를 불이행하는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중단되거나 위축되었던 헌정질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의회가 위난의 시기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국민을 다시 통합하고 국가를 전진시키기 위하여 의회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것인바, 문제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이미 22년이 경과하였고 헌정을 중단시킨 세력의 집권이 종료된 날로부터도 이미 10년 이상이 경과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회가 아무런 특별입법이나 개정입법을 하지 아니한 것은 명백한 입법의무의 위반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하므로, 의회의 입법의무 존재를 부인하는 다수의견에 반대한다.
1.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에 대한 청구인의 심판청구를 기각한다.
2. 청구인의 나머지 심판청구를 모두 각하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기록에 편철되어 있는 서울고등법원 1998. 6. 10. 선고 94나28163호 판결사본 등 관련자료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인정된다.
(1)청구인은 신문사업, 방송사업, 광고사업, 출판사업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법인인데 그 사업의 일부로 1961. 1. 16. 동아방송의 설립인가를 받고, 1963. 1. 12. 무선국설치허가를 받은 뒤 같은 해 4. 25. 방송국을 개국하였다.
(2) 1980. 5. 17. 비상계엄을 전국적으로 확대실시함과 동시에 정치전면에 등장한 이른바 신군부세력은 1980. 11. 12. 사회정화차원이라는 명분 아래 신문사, 잡지사의 통합 또는 폐쇄조치와 민간방송의 공영화 및 민간상업방송의 경영권 장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언론통폐합계획'을 수립하고 그 구체적 집행을 국군보안사령부(이하 '보안사'라 한다)에게 담당시켰고 보안사와 그 예하부대는 같은 날 전국에 있는 각 신문사와 민간방송의 경영주, 발행인 또는 대표자들을 일제히 보안사 및 예하의 지역보안부대로 소환 또는 연행하여 그들로부터 신문 및 방송사의 경영권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징구하기로 하였다.
(3)당시 청구인의 대표이사 회장 김상만과 대표이사 사장 이동욱은 1980. 11. 12. 17:30경 보안사로 연행된 뒤 그곳에서 그 요원인 홍성경으로부터 동아방송의 허가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과 방송의 기자재 일체를 포기하고 이를 한국방송공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각서 작성을 요구받고는, 그 무렵 전국적으로 실시된 비상계엄 하에서 국회가 해산되고 과거의 권력층 인사와 정계의 고위인사들이 감금조사 및 재산환수를 당하며 많은 공직자와 언론인들이 강제해직되어 공포분위기가 무겁게 드리워진 상황에서 개혁조치를 주도적으로 집행하던 보안사의 군인요원들로부터 각서작성을 강요받고는 만약 그 요구에 불응하였다가는 자신들의 신변에 어떤 위해가 가해지거나 청구인이 발행하는 동아일보마저 통합 또는 폐간될지 모른다고 외포된 나머지 보안사의 요구대로 각서를 작성, 교부하였다. 당시 청구인의 동아방송을 비롯하여 신문사, 방송사 등 45개 언론사의 사주 등이 유사한 내용으로 된 52장의 포기각서를 작성하였다.
(4)한편 각 방송사대표들로 구성된 한국방송협회는 보안사의 지시로 1980. 11. 14. 서울코리아나 호텔에서 임시총회를 열었고 청구인은 여기에 총무부장 조부성을 대표로 참석시켰다. 당시 참석한 방송사는 대부분 그 사주나 대표이사 등이 이틀전에 보안사 또는 지역보안부대에 연행되어 이미 위에서 본 바와 같은 각서를 쓴 상태였다. 이 총회에서 당시 한국방송공사의 사장이자 한국방송협회장이었던 이원홍이, 사법인이나 개인이 신문이나 방송을 경영·지배하는 것은 공익에 배치되므로 이를 자율적으로 시정하겠다는 취지의 '건전언론육성과 창달을 위한 결의문' 문건을 낭독하고 총회가 이를 채택하였다.
(5)청구인은 위 각서와 결의의 내용대로 1980. 11. 20. 방송국 폐업신고서 및 무선국 폐지신고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고 이어 신군부의 지시대로 1980. 11. 29. 한국방송공사와의 사이에 송신소의 부지, 건물 등 부동산과 음반, 방송용 기계기구 등의 유체동산 등을 양도하는 재산양도계약을 체결하여 한국방송공사에게 동아방송의 재산일체를 양도한 다음 1980. 12. 31.부터 1984. 11. 10.까지 8회에 걸쳐 한국방송공사로부터 합계 금 4,169,940,465원을 지급받았다.
(6)청구인은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에 대한민국과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동아방송양도무효확인등의 소( 90가합23169호)를 제기하였으나 패소하였고 항소심( 서울고등법원 94나28163호)에서도 패소하고 상고( 대법원 98다34034호) 또한 2001. 1. 16. 기각되어 패소가 확정되었다.
(7)이에 청구인은 아래 나.와 같은 심판대상에 대하여 아래 2.와 같은 주장을 내세워 2001. 2. 17. 헌법소원을 제기하였다.
나. 심판대상
이 사건 심판대상은 다음과 같다.
①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부분의 위헌 여부
이 조항의 내용은 이러하다. "공권력의 행사 또는 불행사로 인하여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받은 자는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다른 법률에 구제절차가 있는 경우에는 그 절차를 모두 거친 후가 아니면 청구할 수 없다."
② 대법원 2001. 1. 16. 선고 98다34034 판결의 위헌 여부
③ 대한민국이 1980. 11. 12.자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라 청구인에게 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의 위헌 여부
④ 언론통폐합계획으로 인한 피해자들에게 국회가 원상회복 및 손해배상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지 않고 있는 입법부작위의 위헌 여부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1980. 5. 17. 비상계엄의 전국확대로 시작된 신군부의 일련의 폭동행위는 내란죄에 해당하는 헌정질서파괴의 범죄행위라고 할 것인바 대한민국이 언론통폐합계획의 이름으로 행한 청구인에 대한 일련의 공권력 행사는 내란행위의 일환으로 행하여진 것으로서 헌정질서파괴의 범죄행위이므로 이는 청구인의 언론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2)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데 이는 법원에 대하여 다른 공권력 행사 기관에게는 인정되지 않는 특권을 부여하는 것으로서 재판을 받을 권리 및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3) 이 사건 재산양도행위의 전제가 된 언론통폐합계획이 위헌이어서 무효인 이상 이에 기초한 재산양도행위 역시 위헌임에도 불구하고 위 대법원판결은 언론통폐합계획이 위헌이라고 하여 이 사건 재산양도행위가 당연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결하였는데 이 판결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재판을 받을 권리, 언론의 자유와 기업활동의 자유, 재산권과 평등권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4) 내란세력에 의하여 침탈된 권리의 원상회복의무는 명시적인 위임입법의 부존재 사실이나 헌법해석에 의하여 부정될 수 없는 헌법핵(憲法核)의 문제이므로 국회도 광주민주화운동관련자보상등에관한법률, 5·18민주화운동등에관한특별법 등의 입법을 통하여 12·12 군사반란이나 5·18 내란과정에서 기본권을 침해당한 국민에 대하여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조치를 취하여 왔던 것인데 유독 청구인과 같이 언론기본권을 침해당하고 기업활동의 자유와 재산권을 박탈당한 경우에 대하여서만은 아직까지 원상회복과 손해배상을 하는 입법을 하지 않고 있는데 이는 언론의 자유, 평등권 및 재산권 등을 침해하여 위헌이다.
나. 법무부장관의 의견
별지와 같다.
3. 판 단
가.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대한 청구부분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하는 부분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이미, "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본문의 '법원의 재판'에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하는 한도 내에서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은 헌법에 위반된다."라는 한정위헌결정( 헌재 1997. 12. 24. 96헌마172등, 판례집 9-2, 842, 854-862)을 하여 그 위헌부분을 제거하면서 그 나머지 부분이 합헌임을 밝힌 바가 있다. 그러므로 이 조항은 위헌부분이 제거된 나머지 부분으로 이미 그 내용이 축소된 것이고 이에 관하여는 이를 합헌이라고 판단한 위 선례와 달리 볼 이유가 없으므로 그 위헌을 주장하는 이 사건 청구부분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
나. 대법원판결에 대한 청구부분
법원의 재판 자체는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함이 원칙이고 다만 헌법재판소가 위헌으로 결정한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재판에 대하여만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그런데 문제의 대법원판결은 헌법소원심판의 대상이 되는 위에서 본 예외적인 재판에 해당되지 아니함이 명백하므로 이 재판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고 따라서 이 부분 청구는 부적법하여 이를 각하한다.
다. 공권력 행사에 대한 청구부분
이른바 신군부세력이 신문사, 잡지사의 통합 또는 폐쇄와 민간방송의 공영화 및 민간상업방송의 경영권 장악 등을 내용으로 하는 언론통폐합계획을 수립한 후 그 실행을 위하여 청구인의 대표이사 회장 김상만과 대표이사 사장 이동욱을 보안사에 연행하여 청구인으로 하여금 위 동아방송의 허가와 관련된 일체의 권한과 방송의 기자재 일체를 포기하고 이를 한국방송공사에 양도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작성하게 한 행위, 방송국 폐업신고서 및 무선국 폐지신고서를 관계기관에 제출케 한 행위 및 한국방송공사와의 사이에 송신소의 부지, 건물 등 부동산과 음반, 방송용 기계기구 등의 유체동산 등을 양도하는 재산양도계약을 체결하여 한국방송공사에게 동아방송의 재산일체를 양도케 한 행위 등은 그 실질이 공권력의 힘으로 동아방송을 폐쇄하고 그 재산을 한국방송공사에 흡수, 통합시키는 결과를 실현시키는 행위로서 일종의 권력적 사실행위라 할 것이므로 이는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소정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는 공권력의 행사에 해당된다( 헌재 1993. 7. 29. 89헌바31, 판례집 5-2, 87, 105-106 참조).
그러나 공권력 행사에 대한 헌법소원은 그 사유가 있음을 안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그리고 그 사유가 있은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청구하여야 하고( 헌법재판소법 제69조 제1항 본문) 다만 헌법재판소법이 시행되기 전에 있었던 이 사건에서의 공권력 행사와 같은 것에 대하여는 헌법재판소가 구성된 1988. 9. 19.부터 기산하여 위의 청구기간을 준수하면 될 것인데( 헌재 1995. 3. 23. 91헌마143, 판례집 7-1, 398, 414) 이 청구는 위 1988. 9. 19.로부터 180일이 지난 2001. 2. 17. 제기됨으로써 청구기간을 도과하였다.
그런데 5·18 내란행위의 유죄를 선고한 형사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된 1997. 4. 17. 에 신군부세력의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른 여러 조치의 위헌성을 청구인이 비로소 알게 되었지만 한편 청구인이 대한민국과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제기하였던 동아방송양도무효확인등의 소에 대한 상고심판결(이 사건 심판대상의 하나인 대법원 98다34034호 판결)이 그 뒤인 2001. 1. 16.에 선고가 있게 되어 청구인으로서는 대법원이 당연히 이 민사판결에서도 형사판결에서와 같이 언론통폐합계획에 따른 재산권양도행위의 위헌무효를 선언하리라 신뢰하여 이 부분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않은 것이니 청구인이 청구기간을 준수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청구인은 주장한다. 그러나 그 주장과 같은 신뢰가 있었다 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할 바가 아니므로 이러한 사유는 헌법소원을 제기하지 못할 정당한 사유로 보기 어려워 이 주장은 이유 없다.
그렇다면 이 부분청구는 청구기간을 도과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다.
라. 입법부작위에 대한 청구부분
(1)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은 헌법에서 기본권 보장을 위하여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하지 않았거나 헌법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입법자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만 허용된다는 것이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헌재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 6-2, 395, 405 등).
그리고 기본권 보장을 위한 법규정이 불완전하여 그 보충을 요하는 경우에는 그 불완전한 법규 자체를 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헌법위반이라는 적극적인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이를 입법부작위라 하여 헌법소원을 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역시 헌법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헌재 1993. 3. 11. 89헌마79, 판례집 5-1, 92, 102; 헌재 1996. 6. 13. 93헌마276, 판례집 8-1, 493, 496 등).
(2) 이 사건에서 보면, 언론통폐합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가 배상 또는 전보하기 위한 의회의 입법의무를 인정하는 헌법상의 명문규정은 물론 찾아볼 수 없고 나아가 청구인이 구제되지 않는 것이, 헌법해석상 청구인과 같은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3) 왜냐하면 먼저 국가 자신의 불법행위로 기본권이 침해되어 발생하는 손해를 배상하도록 하는 국가배상법이 이미 제정되어 있고 의사의 흠결과 하자 등으로 인한 불이익을 구제하는 민법 규정 즉, 법률행위의 무효, 취소 등을 규정한 민법 제103조 내지 제109조 등이 이미 입법되어 있기 때문이다. 청구인이 피해를 회복하지 못한 것은 재산양도 당시에 국가가 청구인에게 가한 강박의 정도가 그 양도의 의사표시를 무효로 평가할 정도의 것은 아니었고 또한 취소권의 행사도 적법한 기간내에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본 법원의 사실인정과 법률해석에 따른 것일 뿐 피해회복에 관한 입법의 부존재나 미비때문은 아니다.
(4) 그렇다면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규정 자체의 위헌성을 문제삼아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언론통폐합조치로 인한 피해를 구제할 입법에 대한 부작위가 바로 위헌이라 하여 그 확인을 구하는 헌법소원은 허용할 수 없다( 헌재 1996. 6. 13. 93헌마276, 판례집 8-1, 493, 496-498 참조).
따라서 이 부분 심판청구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여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한다.
4. 결 론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 중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1항 중 "법원의 재판을 제외하고는"이라고 한 것에 대한 부분은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모두 부적법하므로 이를 각하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에 대하여는 언론통폐합조치의 위헌을 지적하는 다음 5. 와 같은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이 있고, 입법부작위의 위헌을 지적하는 다음 6.과 같은 재판관 권 성의 반대의견이 있는 이외에는 다른 관여재판관 전원의 의견이 일치된다.
5.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재판관 윤영철,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언론통폐합조치에 대한 헌법소원의 청구기간은 다수의견이 밝힌 바와 같이 비록 도과되었지만 헌법질서를 유지, 수호하는 데 기여하는 헌법소원의 객관적 기능의 관점에서 볼 때 이 문제는, 개인적으로는 인간의 존엄성의 본질을 구성하고 국가적으로는 민주주의의 초석이 되는, 언론의 자유와 직결되므로 반드시 헌법적 해명이 필요하고 따라서 이 소원을 적법한 것으로 받아들여 본안에 대한 다음과 같은 판단이 선명(宣明)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 언론통폐합조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언론의 자유는 물론 개인의 기본권이긴 하지만 언론을 담당하는 기업에게도 그 기본권으로 인정된다 .
이른바 언론기관이 국가와 사회의 주요 관심사에 관한 언론을 집중적으로 담당, 주도하는 현실에서 볼 때 언론의 자유가 이들 언론기관에게도 기본권으로서 인정되어 보장되지 아니하면 언론의 자유는 국가와 사회 전체의 차원에서 본질적인 침해를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언론의 자유에 방송의 자유가 포함됨은 물론이고 방송의 자유가 민주주의국가에 있어서 사상의 자유시장을 형성하기 위한 중요한 의의를 가지고 있음 은 설명을 요하지 않는 일이다.
헌법 제21조가 보장하는 이러한 언론의 자유는, 언론매체를 소유, 경영하는 언론기관이 자기의 의사에 반하여 언론매체를 폐쇄(다른 언론기관에 통합되는 경우를 포함한다)당하지 않을 자유를 포함한다. 신문사나 방송국을 강제로 폐쇄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를 그 근원에서 없애버리는 가장 강력한 침해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 보면 1980. 5. 17. 이후 전개된 헌정질서의 왜곡상황에서 이른바 신군부의 주도하에 있는 정부가, 군사조직의 하나인 국군보안사령부를 시켜 1980. 11.경 청구인회사의 대표들을 보안사 사무실로 연행하여 청구인회사가 경영하는 언론매체의 하나인 동아방송을 국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 통합시킬 것을 강요하여 그 동의를 받고 이어 그 절차의 일환으로 무선국폐지신고서와 방송국폐업신고서를 관계기관에 제출하도록 하여 동아방송을 폐업시키고 이어 동아방송의 자산 일체를 한국방송공사에 양도하는 계약을 쳬결하도록 시킨 것은 국가의 공권력을 장악한 군부세력이, 비상계엄하에서 저항할 수 없는 공권력의 위력으로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언론매체인 방송국을 자진폐업의 형식으로 폐쇄한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로서 위헌임이 분명하다.
언론의 자유도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법률로 제한할 수 있는 것이지만 제한의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 내용은 이를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
그런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첫째로 방송국폐쇄의 근거가 된 이른바 언론통폐합계획이라는 것이 무슨 법률이나 긴급명령에 근거하여 이루어진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그 집행과정 또한 적법한 권한을 가진 기관이 법률이 정하는 절차와 요건에 따라 처리한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비상계엄지역안에서 계엄사령관은 군사상 필요한 때에는 언론에 대하여 특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하지만 이 사건의 경우에는 특정한 일개 방송국을 완전히 폐쇄까지 하여야 할 군사상의 필요 내지 위험이 명백히 현존함을 인정할 자료가 전혀 없는 데다가 폐쇄를 위한 일련의 집행조치가 계엄사령관에 의하여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이루어졌다고 볼 자료 또한 전혀 없다. 둘째로 언론기관이 소유, 경영하는 중요한 매체의 하나인 방송국에 대하여 그 활동에 일부 제약을 가하거나 조직을 일부 축소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방송국 자체를 송두리째 폐쇄하여 버린 것이므로, 이것은 그 제한의 과잉 여부나 합리성 유무를 따질 것도 없이 자유와 권리의 본질을 전면적으로 침해하여 이를 박탈한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방송국의 폐쇄는 헌법 제37조에 의하여 정당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도대체가 아닌 것이다.
동아방송을 청구인이 자진폐업한 것이지 정부가 강제로 폐쇄한 것이 아니라고 혹 말할런지 모른다. 그러나 헌정질서가 왜곡되어 법의 지배와 기본권보장이 후퇴한 상황 아래서 군부의 위세에 압도되어 그 강요대로 방송국을 폐업한 것을 두고 자진폐업이라고 인정한다면 이것은 국가권력에 의하여 쉽게 유린되는 인간의 본성을 외면하는 둔사(遁辭)로서 본질호도(本質糊塗)에 항용되는 편법이라 할 것이다.
나. 언론통폐합조치는 청구인의 재산권을 또한 침해한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정부가 군사조직의 하나인 국군보안사령부를 시켜 청구인을 강요하여 청구인이 경영하는 방송국을 폐업하도록 하고 방송사업과 관련된 청구인의 재산을 국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 억지로 양도하도록 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위력으로 국가조직이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그의 언론의 자유와 함께 그의 재산권을 박탈한 것에 해당한다. 이 사건에서 청구인은 재산양도의 대금을 수령한 것으로 되어 있지만 대금의 지급 여부를 불문하고, 원하지 않는 처분을 강요하여 처분을 실현한다면 그 처분의 실현 자체가 재산권에 대한 침해가 되므로 이는 위헌임이 분명하다.
다. 국가가 언론기관이 소유하는 방송국을 강제로 폐쇄하고 그 재산의 처분을 강요하는 것은 언론의 자유와 재산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서, 언론의 자유와 재산권은 개인의 존엄성과 국가의 민주성을 동시에 담보하는 가장 중요한 초석이고 방어기제이므로, 이러한 언론통폐합조치의 반(反) 헌법성을 명백히 규명하여 다시는 이러한 침해가 재발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가 이 사건에서 그 위헌성을 분명히 지적하여 선언할 필요성이 특히 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에서는 그 청구기간의 도과에 불구하고 본안을 심리하여 언론통폐합조치의 위헌을 선언하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6. 입법부작위에 대한 재판관 권 성의 위헌의견
가.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선언한 헌법 제10조 제2문을 새삼스럽게 원용할 것도 없이 개인의 기본적 인권을 보장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의무로서 국가의 존재의의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입법이 필요한 경우라면 의회는 이를 입법할 헌법상의 의무를 부담하는 것 역시 자명한 이치이다.
그러므로 기본권보장을 위한 입법의 필요가 발생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합당한 이유 없이 장기간 이를 게을리하고 있다면 이는 헌법위반에 해당하는 입법부작위라고 할 것이다.
나. 전쟁이나 내란 또는 군사쿠데타에 의하여 조성된 위난(危難)의 시기에 개인(기본권의 주체로 인정되는 단체를 포함하는 의미로 사용한다. 이하 같다.)에 대하여 국가기관이 조직을 통하여 집단적으로 자행한, 또는 국가권력의 비호나 묵인하에 조직적으로 자행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는 통상의 법절차에 의하여서는 사실상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그렇게 된 이유는 첫째로 통상의 법절차가 제공하는 구제절차는 평상시의 일상적 분규에 의하여 야기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를 목표로 하여 제정된 것이므로 위난의 시기에 발생하는 국가조직에 의한 기본권침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의 구제에 대하여는 규정이 딱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통상의 법절차는 그 적용이 배제되어 이를 구제하기가 사실상 어렵다. 국가조직에 의한 기본권의 침해는 공무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범하는 불법행위(다수의 공무원이 공모하여 범한 것을 포함한다)와는 근본적으로 성격을 달리하는 것인데도 통상의 법절차에서는 이러한 특수한 상황에 대한 배려가 없는 것이다.
둘째로 기본권침해의 사태를 야기한 국가권력이 집권을 계속하는 동안에는 국가를 상대로 하여 개인이 적기(適期)에 권리를 행사한다거나 또는 통상의 쟁송을 제기한다거나 이에 의한 구제를 기대하는 것이 대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위난의 시기에 국가조직에 의하여 발생한 특수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가 통상의 법체계에 의하여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법부재(法不在)의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국민의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의회가 특별한 입법을 하여야 할 의무가 발생하는 것이고 이렇게 헌법을 해석하는 것이 헌법의 기본권보장 정신에 부합한다.
다. 이 사건에서 보면 군사정권의 등장으로 헌정질서가 중단된 1980. 11. 경 정부가 군사조직의 하나인 국군보안사령부를 시켜 청구인을 강요하여 청구인이 경영하는 방송국을 폐업하도록 하고 방송사업과 관련된 청구인의 재산권을 국영방송인 한국방송공사에 양도하도록 한 행위는 저항할 수 없는 위력으로 국가조직이 개인을 강압하여 그의 자유로운 의사에 기초한 동의 없이 그의 언론의 자유와 재산권을 박탈한 것이므로 이는 명백한 기본권의 침해이고 이른바 국가조직에 의한 개인의 기본권침해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청구인이 그의 방송국과 재산을 회복하기 위하여 제기한 소송에서 패소한 것은 통상의 법체계가, 위난의 시기에 국가에 의하여 또는 국가의 비호나 묵인하에 자행되는 기본권침해에 대하여는, 적절한 보장책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위 소송의 경과에서 보듯이, 강박의 정도가 의사표시의 취소를 가능하게 하는 정도의 것에 불과하였는지 아니면 그 정도를 넘어서 의사표시의 무효를 가져오는 정도이었는지 여부, 문제의 행위를 한 집단이 국가권력을 계속 장악하는 상황하에서 국가 또는 국가의 지원을 받는 한국방송공사를 상대로 하여 적기에 양도를 취소하지 못하였다 하여 그 취소의 효력을 부인할 것인지 여부 또는 문제의 행위를 한 집단이 국가권력을 계속 장악하는 상황에서 국가를 상대로 원상회복이나 배상 또는 보상을 구하는 소송을 적기에 제기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소멸시효기간이나 제척기간의 진행 중단을 인정할 것인지 여부 등의 문제에 당면하여 통상의 법체계는 그것이, 국가조직에 의하여 기본권을 침해당한 개인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결론을 내리는 데 전혀 적합치 아니한 체계임을 그대로 노정하였다. 통상의 법체계가 지닌 이러한 속성이 이 사건 이외의 다수의 유사한 사건에서도 되풀이하여 드러났음은 우리가 주지하는 바이다.
좀더 부연한다면, 우선 민법과 같은 사법(私法)은 대등한 (혹은 대등할 수 있는) 당사자 사이에 적용되는 법률인데 이 사건의 경우에는 국가가 개인과 대등한 지위에서 법률행위를 한 것이 아니고 오히려 헌정중단사태를 빌미로 그 공권력을 무제한으로 증폭하여 사용한 경우이므로, 평범한 개인이 국가와 대등한 지위에 있었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는 그에 딱 들어맞는 실정법규정이 없어 구제가 불가능하다고 재판부가 보기 쉽다. 그러므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는 의사표시이론의 보편적인 법원칙(자유 없는 의사의 무효)을 재확인하여 이를 이 상황에 적용하는 결단이 필요하지만 이것이 실제로는 어려웠던 것이다. 또한 이와 같은 재산권의 귀속변동을 집행한 공무원의 행위는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비록 위법하긴 하지만 당해 공무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고의나 과실로 법집행을 잘못한 경우가 아니고 정부가 결정한 정책의 집행을 담당한 것에 해당하여 대등한 관계에서 고의나 과실로 벌어진 불법행위와는 차이가 있는 것이므로 이러한 차이를 극복하고 이를 통상의 불법행위와 동일시하여 민법이나 국가배상법을 제대로 적용하려면, 제척기간의 적용이 배제되어야 하는 사유 또는 시효의 진행이 마땅히 정지되어야 하는 사유가, 제척기간이나 시효기간에 관한 실정법 규정들의 배후에, 선험적으로 전제되어 있음을 밝혀내는, 역시 새로운 법발견적(法發見的) 해석이 요구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비록 위헌적인 조치로 새로이 형성된 상태라 할지라도 그것이 세월의 경과로 상당한 정도로 고착되어 버리면 원상회복을 명하여 이를 다시 전복하는 것이 어렵게 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의회가 원상회복에 갈음할 보상적 조치를 입법하지 않으면 피해의 구제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되어 버린다.
규정의 흠결이든 해석의 흠결이든 그로 인하여 모두 궁극적으로 구제불능이 초래된다면 이는 동일하게 법부재적 현상을 조성하는 것인바, 청구인이 그의 방송국과 재산을 회복하기 위한 소송에서 실제로 모두 패소·확정되어 구제불능의 상태에 이른 것은 위에서 설명한 법부재적 현상에 그 원인이 있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전쟁이나 쿠데타 등 위난의 시기에 국가조직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또는 그 비호나 묵인하에 이루어지는 조직적이고 집단적인 개인의 기본권침해가 있었고 이에 대한 구제가 통상의 법체계에 의하여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는 법부재적 상황이 발생한 때에는 헌법 제10조 제2문의 기본권보장의무를 근거로 하여 그 구제를 위한 의회의 특별한 입법의무가 발생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고, 이 사건의 경우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라. 그런데 주지하는 바와 같이 헌법재판소는, 입법부작위에 대한 소원은「헌법에서 기본권보장을 위하여 법령에 명시적인 입법위임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이를 이행하지 아니할 때, 그리고 헌법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한하여 제한적으로 인정할 것이다.」라고 누차 판시한 바 있다( 헌재 1994. 12. 29. 89헌마2, 판례집6-2, 405 등).
그러므로 첫째 이 사건의 경우가 위에서 말하는 이른바 '헌법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가 발생하였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지 하는 것과, 둘째로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로 볼 수 있는지 하는 점이 선례와의 관계에서 좀 더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1)선례에서 말하는 '헌법해석상 특정인의 기본권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입법의무의 발생'이라는 것은 특정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구체적인 사건이 발생하여 그 피해자가 기본권침해의 배제 내지 구제를 청구할 수 있는 지위가 형성되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할 것이고 이렇게 볼 때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대하여 국가의「특별한 보호의무」를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집중된다.
이 사건에서는 청구인이 언론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하였음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그 원상회복을 청구할 권리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권리 (또는 수용유사적(收用類似的) 침해로 인한 손실보상을 청구할 권리) 그 어느 것 하나도 보장받지 못한 사실이 기록상 명백하고 그렇게 된 이유는 "피해의 특수한 성격상 피해자들이 적기(適期)에 국가 등에 대하여 취소권을 행사한다든지 또는 원상회복이나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가 없었으므로 국가가 사후에 별도의 특별법을 제정하여 총괄적인 배상방법을 모색하여야만 할"( 헌재 1996. 6. 13. 93헌마276, 판례집 8-1, 493, 497∼498, 세칭 삼청교육대사건의 설시일부) 특수한 상황을, 사전(事前)에 미리 배려한 입법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은,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으로 침해되어 이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국가의 추가적인 입법행위가 필요하고 따라서 헌법해석상 기본권보장을 위한 국가의「특별한 보호의무」그리고 이에 상응하는 의회의「입법의무」가 새로이 발생하였음이 명백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2) 선례에서 말하는 '의회가 아무런 입법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경우'라는 것은,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지만 문제를 규율하는 기존의 입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는 뜻으로 종래 사용되어 왔다. 이에 따른다면 이 사건의 경우에는 민법이나 국가배상법과 같은 기존의 관계법률이 존재하는 경우라고 볼 수 있어 입법의무를 인정할 수 없게 된다. 그러나 의회의 보호의무 내지 입법의무에는 새로운 법률의 제정의무뿐만 아니라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할 의무도 포함되어야 한다. 기존의 관계법률을 개정하지 않고는 기본권의 침해를 도저히 구제할 수 없는 경우를 의회의 보호의무에서 제외하여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생각에 따른다면 여기서 말하는 의회의「입법의무」라고 하는 것은 특별법의 제정의무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관계법률, 예컨대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같은 것에 대한 개정의무까지를 함께 가리키는 것이고 따라서 특별법의 제정의무이든 기존의 관계법률의 개정의무이든 이러한 입법의무를 정당한 이유 없이 게을리하는 것은 모두 입법부작위에 해당하여 위헌확인의 대상이 된다.
물론 이렇게 보는 것은 헌법재판소의 기존 판례의 입장에는 배치된다. 왜냐하면 기존 입법의 개정의무를 불이행하는 것은 진정한 입법부작위가 아니므로 이것이 문제될 때에는 개정을 요하는 특정의 법률조항을 심판대상으로 하여 그것이 평등원칙 등의 위배로 위헌임을 주장하는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만이 허용되고 입법개선의무의 불이행을 입법부작위라고 하여 이를 직접 심판대상으로 삼아 그 위헌확인을 구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이 헌법재판소 기존 판례의 입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떠한 문제가 있을 때 이를 규율하는 새로운 입법을 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법률 중 관련부분을 개정하는 입법을 할 것인지의 문제는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100% 입법기술의 문제이지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므로 이 두가지를 절대적인 구분으로 보고 그 처리를 완전히 다르게 하여야 하는 것으로 취급하는 것은 불합리한 일이다.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고 보는 이유는, 어떤 입법사항에 관하여 전혀 입법이 없어 쟁점을 규율할 수 없는 경우와 기존의 입법이 있지만 그것이 불완전하여 쟁점을 결국 규율할 수 없는 경우의 두가지는 쟁점의 규율을 법외(法外)에 두게 되는 점에서 모두 동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해구제에 관한 민법이나 국가배상법의 규정이 이미 있지만 그 규정들만으로는 마땅히 구제되어야 할 기본권침해가 사실상 방치되고마는 경우에는 그 구제가 가능하도록 관계법률을 개선하든지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든지 할 입법의무가 의회에 있는 것이고 다만 어느 방법으로 입법의무를 이행할 것인지의 문제만 의회가 재량으로 정하면 되는 것이다.
원래 진정입법부작위를 부진정입법부작위와 구별하는 것 자체가, 위헌적인 입법부작위에 대한 헌법소원을 불가피한 경우에 부분적으로 허용하되 입법권에 대한 존중과 사법자제의 입장에서 그 범위를 되도록 줄여보려는 시도로 비교적 근래에 제출되어 형성과정중에 있는 하나의 이론이지, 오랜 세월에 걸쳐 탐구· 확인된 보편적인 법원칙은 아니므로 이 구별에 간단히 경도될 일이 아니다 . 또한 '입법권에 대한 존중'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은 예외적인 특수한 상황에 대하여 의회의 입법의무를 인정하는 것은, 그 범위가 지극히 제한되어 있는 것이므로, 결코 방만하게 의회의 입법권에 용훼하는 것이 아니고, 또한 이 사건의 경우와 같이 통상의 법절차에서 기본권침해에 대한 구제가 모두 거부되어 달리 호소할 길이 두절된 상황하에서조차 헌법재판소가 '사법자제'를 내세운다면 이는 국민의 기본권옹호의 최종 책임을 지고 있는 헌법재판소 본연의 임무에 맞지 않는다. 부진정입법부작위를 다루는 많은 소원이 청구기간의 도과를 이유로 하여 부적법 각하되고마는 것을 보면 문제를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사건의 경우에 피해구제에 관한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의 관계규정이 존재한다고 하여 이를 입법부작위가 아니라고 보는 것은 불합리하고, 오히려 민법이나 국가배상법 등 기존의 관계규정을 개정하여야 할 입법개선의무를 불이행하는 입법부작위에 해당한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3)요컨대 의회의 기본권보장에 관한 입법의무의 존부를 진정입법부작위 여부 하나만을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서 결정하여서는 안되고 기본권침해의 결과를 초래한 상황의 특수성, 그러한 상황의 조성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피해자의 책임, 기존의 통상적 법체계에 의한 구제의 수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기본권의 보장을 최우선의 규범으로 삼고 있는 헌법질서를 실현하여야 할 국가의 책임을 기준으로 하여, 국가의「국민보호의무」를 인정하는 것이 마땅한지 여부에 따라 결정하여야 할 것이다(물론 개선의무나 침해의 명백성 여하도 문제가 될 것이지만 이 점에 대한 논의는 별론이다).
마.위난의 시기가 모두 지나가면 그 와중에서 불운을 겪은 일부 국민들의 상처를 치료하고 보상하여 주는 것이 국가의 의무이고 위난의 수습을 맡은 의회와 정부의 책임인 것이다. 위난의 시기에 입은 피해를 특정인의 개인적 차원의 불행이라고 치부하여 버리는 것은 건강한 사회의 법이 아니다. 중단되거나 위축되었던 헌정질서를 복구하는 과정에서 의회가 위난의 시기에 피해를 입은 국민들을 구제하는 입법을 하는 것은, 국민을 다시 통합하고 국가를 전진시키기 위하여 의회가 반드시 하지 않으면 안되는 기본적인 의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의 기본권 침해가 발생한 날로부터 이미 22년이 경과하였고 헌정을 중단시킨 세력의 집권이 종료된 날로부터도 이미 10년 이상이 경과한 오늘에 이르기까지 의회가 아무런 특별입법이나 개정입법을 하지 아니한 것은 명백한 입법의무의 위반이어서 헌법에 위반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의회의 입법의무 존재를 부인하는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