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및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이 기본권제한규정인지 여부(소극)
나. 위 법률들이 복지국가를 추구하여야 할 국가의 책무 등 우리 헌법의 원리나 질서에 위배되는 것인지 여부(소극)
재판요지
가.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및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은, 사인간의 계약내용에 국가가 관여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자제한법(1962. 1. 15. 법률 제971호)을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국민의 사적자치권 또는 계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경감하거나 제거하였다고 할 것이지, 이로써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 입법자가 사인간의 약정이자를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직접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이를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자금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 경제를 회복시키고 자유와 창의에 기한 경제발전을 꾀하는 한편 경제적 약자의 보호문제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맡길 것인가는 입법자의 위와 같은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입법자가 입법당시의 여러가지 경제적,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후자를 선택한 것이 입법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히 불공정 또는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입법형성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및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1997. 3. 청구외 삼성카드주식회사의 신용카드회원으로 가입하여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사용한 후 그 이용대금, 수수료 및 연체료 등 합계 금 450여만원을 제때에 납부하지 아니하였다. 이에 위 삼성카드주식회사가 1999. 8. 부산지방법원에 청구인을 상대로 위 금원 및 그 중 이용대금원금(290여만원)에 대한 연 2할 9푼의 약정연체이자율에 의한 지연손해금의 지급을 구하는 지급명령(99차27628)을 신청하였고, 여기에 청구인이 이의신청함으로써 소송(99가소256817)으로 이행되었다.
위 소송사건에서 청구인은 신용카드이용대금에 대한 지연손해금으로 구하여지는 연 2할 9푼의 이율이 지나치게 높다고 다투면서, 이러한 고율의 이자율 중 연 2할을 초과하는 부분은 이자제한법(1962. 1. 15. 법률 제971호)에 따라 무효로 되어야 할 것인데, 정부가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이하 '개정법률'이라 한다)로 최고이자율을 연 4할 범위내에서 대통령이 정하도록 하여 한도를 상향조정하고, 다시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 이하 '폐지법률'이라 한다)로써 이자제한법 자체를 폐지하여 최고이자율의 제한을 철폐함으로써 가능하게 된 것인바, 이러한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은 금융업자들을 위하여 일반국민을 희생하는 것으로 헌법 제10조의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행복추구권, 제11조의 평등권, 제23조 제1항의 재산권보장규정에 위배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위 개정법률 및 폐지법률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99카기7596)을 하였으나, 1999. 11. 17. 기각되자, 같은 해 11. 26. 이 사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하기 위한 국선대리인선임을 신청하였고, 이에 따라 선임된 국선대리인이 2000. 1. 14.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기에 이르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의 심판대상은 위 개정법률 및 폐지법률이 헌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이고, 그 법률 및 관련 법률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자제한법(1962. 1. 15. 법률 제971호) 제1조(이자의 최고한도) ①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이자는 연 2할 이하로 한다.
② 시장에서의 대차원금 3만환 미만의 이자에 관하여는 전항의 규정을 적용하지 아니한다.
제2조(초과부분의 무효) 계약상의 이자로서 전조에 정한 제한을 초과하는 부분은 무효로 한다.
제3조(간주이자) 예금, 할인금, 수수료, 공제금, 체당금 기타 여하한 명칭을 불구하고 금전의 대차에 관하여 채권자가 받는 것은 이를 이자로 간주한다.
제4조(배상액의 감액) 법원은 당사자가 금전을 목적으로 한 채무의 불이행에 관하여 예정한 배상액을 부당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상당한 액까지 이를 감소할 수 있다.
부칙 ① (시행일) 본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② (폐지법률) 1911년 제령 제13호 이식제한령은 이를 폐지한다.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이자제한법 중 다음과 같이 개정한다.
제1조 제1항을 다음과 같이 한다
① 금전대차에 관한 계약상의 이자율은 연 4할을 초과하지 아니하는 범위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한다.
제1조 제2항 중 "시장에서의"를 삭제하고, "3천원"을 "5천원"으로 한다.
제1조 제3항을 다음과 같이 신설한다
③ 제1항의 규정에 의한 최고이자율은 약정한 때의 율을 말한다.
부칙 이 법은 공포한 날로부터 시행한다.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 이자제한법은 이를 폐지한다.
부칙 제1조(시행일) 이 법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제2조(다른 법률의 개정):생략
2. 청구인의 주장과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우리나라의 경제사정, 국민정서 및 생활수준 등을 고려할 때 연 2할을 넘는 이자율이 허용되어서는 아니될 것인데, 헌법 제119조 제2항은 국가에 대하여 금리에 관한 규제를 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고율의 이자율을 규제할 권리와 의무가 있음에도, 국가는 개정법률과 폐지법률로 이를 저버리고 금융업자들만을 위하여 고율의 이자를 허용하는 것은, 헌법 제10조(기본적 인권의 보장), 제11조(평등권), 제23조(재산권), 제37조(기본권의 제한), 제119조(경제질서), 제124조(소비자보호)에 위배된다.
또한 헌법 제37조 제1항에 의하면, 금리는 법률로 정하도록 되어있음에도 개정법률은 이를 대통령령에 위임하였고, 폐지법률은 이마저 포기함으로써 위 헌법규정에 위반된다.
나.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1)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은 모두 이미 폐지된 법률이므로, 이를 다투는 이 사건 헌법소원은 권리보호의 이익을 결하는 것으로 부적법하다.
(2) 개정법률에 대하여
이자제한법에서 최고이자율을 제한함은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에게 재정적 궁박을 빌미로 과도하게 높은 이자율을 부담시키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하고자 하는 것이나, 최고이자율의 수준은 선험적이고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으며 변화하는 자금시장의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되어야 한다. 즉 시장이자율과 동떨어진 최고이자율을 강제하는 경우 별도의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등의 탈법이 생기고 자금공급자로 하여금 제도권금융에서 퇴장토록 하여 시장이자율이 오히려 상승하게 되는 부작용이 생기므로, 시장상황에 따라 이를 신속히 조정하여야 할 필요가 있다.
개정법률은 최고이자율의 상한을 법률로 정하되, 그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최고이자율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여, 시장상황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한 것으로 타당하다.
(3) 폐지법률에 대하여
1997년 발생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하여, 정부는 초긴축적인 금융정책과 재정정책을 펴서 고금리를 유도함으로써, 외국투자자들이 국내채권시장에 투자하도록 유인을 제공하여 외환이 국내로 유입되도록 하는 한편 국내기업들이 방만한 차입경영을 개선토록 하는 여건을 조성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시장금리가 연 4할을 초과하였으나, 이자제한법에 의한 최고이자율의 제한으로 말미암아, 꺾기 등의 부당한 자금조달방식이 나타나고 자금시장이 왜곡되어 회생가능한 기업마저도 필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으므로, IMF와의 합의를 거쳐 이를 폐지하게 된 것이다.
비록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었다고 하나, 민법 제104조 '불공정행위의 무효' 법리에 따라 지나치게 고율의 이자를 약정하는 것은 무효가 될 것이므로, 경제적 약자는 여전히 보호받는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1) 개정법률 및 폐지법률은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이 아닐 뿐 아니라, 가사 위 각 법률에 대하여 위헌결정이 선고된다 하더라도, 이자제한법 폐지조항이나 계약상 최고이율 제한규정이 효력을 상실하는 것에 불과하여 당해사건 재판결과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아니하므로 '재판의 전제성'이 없다.
(2) 1962년 제정된 이자제한법은 최고이자율을 법률에 직접 규정함으로써 급변하는 자금시장의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웠고 금리의 현실화정책을 뒷받침할 필요가 있었다는 점에서, '개정법률'이 나오게 된 것이지 금융업자들만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한편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 외국의 입법례는 이자제한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이자제한법이 폐지되어도 민법 제104조에 의한 구제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시장기능에 의한 이자율이 결정될 수 있어 자금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사채시장 등 지하경제의 양성화가 가능하며, 오히려 이자제한은 암거래,탈법행위 등을 조장하여 실효성을 확보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자제한법을 폐지하기에 이른 것이다.
법률의 개폐는 원칙적으로 입법자가 역사와 문화, 시대적 상황, 국민일반의 가치관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하여야 할 입법정책적 사항으로, 광범위한 입법재량 내지 형성의 자유가 인정되는데, 이자제한법의 개정과 폐지 역시 이러한 입법재량에 따른 것으로 위헌이 아니다.
3. 판 단
가. 적법요건에 관한 판단
재판의 전제성에 관하여 본다.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심판청구가 적법하기 위하여는 문제된 법률의 위헌여부가 재판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 여기서 재판의 전제성이라 함은 문제된 법률이 당해 소송사건에 적용될 법률이어야 하고 그 위헌 여부에 따라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는 경우를 말한다( 헌재 1992. 12. 24. 92헌가8, 판례집 4, 853, 864-865 ; 1995. 7. 21. 93헌바46, 판례집 7-2, 48, 58 ; 1997. 11. 27. 92헌바28, 판례집 9-2, 548, 562 등 참조).
그러므로 이 사건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이 위 당해사건에 적용될 법률인지, 또한 이들 법률이 위헌무효가 되면 재판의 주문이 달라지거나 재판의 내용과 효력에 관한 법률적 의미가 달라지게 되는지에 관하여 살핀다.
당해사건에서 원고는 그 소구 당시인 1999년의 약정연체이율인 연 2할 9푼의 비율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청구인에게 구하고 있는바, 만약 청구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져 폐지법률과 개정법률이 무효로 선언된다면 1962년 제정 당시의 이자제한법이 되살아나 당해사건에 적용될 것이므로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은 위 제정 당시의 이자제한법이 적용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의미에서 간접적으로나마 당해사건에 적용된다고 볼 수 있고, 또 그리하여 위 약정연체이율 중 연 2할을 초과하는 부분이 무효가 된다면 당해사건의 재판 주문도 달라지게 될 것이므로, 재판의 전제성은 인정된다.
나. 본안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은 헌법재판소 제68조 제2항의 헌법소원이므로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되는지 여부는 물론, 헌법정신과 헌법질서에 위반되는 것인지 여부도 본다.
살피건대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은 사인간의 계약내용에 국가가 관여하여 그 효력을 부인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이자제한법을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국민의 사적자치권 또는 계약의 자유에 대한 제한을 제거하였다고 할 것이지, 이로써 오히려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아가 국가가 사인간의 약정에 의한 최고이자율에 대한 제한을 완화하거나 더 이상 이를 규제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헌법이 지향하는 복지국가의 이상을 추구하여야 할 국가의 책무를 그르친 것이 아닌지 본다.
우리 헌법은 그 전문에 "각인의 기회를 균등히 하고(중략) 국민생활의 균등한 향상을 기하고(후략)"라고 선언하고,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제34조에서는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각 규정하며, 제119조에서는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다짐하고 있으므로, 국가는 이러한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하여 가능한 수단을 동원할 책무를 진다고 할 것이다.
그러나, 가능한 여러가지 수단들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는 기본적으로 입법자의 재량에 속하는 것이고, 따라서 입법자는 그 목적을 추구함에 있어 그에게 부여된 입법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그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히 불공정 또는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입법형성권을 행사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헌법위반의 문제는 야기되지 아니한다고 할 것이다( 헌재 1996. 4. 25. 94헌마129등 판례집 8-1, 463 ; 1998. 12. 24. 97헌마90 참조). 그런데, 이 사건에서 입법자가 사인간의 약정이자를 제한함으로써 경제적 약자를 보호하려는 직접적인 방법을 선택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완화하거나 폐지함으로써 자금시장의 왜곡을 바로잡아 경제를 회복시키고 자유와 창의에 기한 경제발전을 꾀하는 한편 경제적 약자의 보호문제는 민법상의 일반원칙에 맡길 것인가는 입법자의 위와 같은 재량에 속하는 것이라 할 것이고, 이 사건에서 입법자가 입법 당시의 여러가지 경제적,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여 후자를 선택한 것이 입법재량권을 남용하였거나 입법형성권의 한계를 일탈하여 명백히 불공정 또는 불합리하게 자의적으로 행사한 것이라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결국 이 사건 개정법률과 폐지법률은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
4. 결 론
따라서 이자제한법중개정법률(1965. 9. 24. 법률 제1710호) 및 이자제한법폐지법률(1998. 1. 13. 법률 제5507호)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