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에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본 사례재판요지
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는 모두 신고납부의 형식에 의한 조세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수협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과는 달리 일반업자인 청구인이 수입·판매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 면제와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라는 혜택을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법령이므로, 청구인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아니하나, 신고납부의 형식에 의한 조세의 경우에도 부과징수의 형식에 의한 조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종국적으로는 과세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된다.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1)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일반업자인 청구인이 수입·판매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 면제와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라는 혜택을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법령이어서, 청구인이 특별소비세 등을 신고·납부하는 것은 확정된 법률효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행하는 후속절차에 불과하여, 그에 따라 청구인의 법적 지위가 바뀌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는바,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예상되는 별도의 후속절차를 매개로 할 것도 없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2) 신고납세방식에 의한 조세의 경우 납세의무자는 스스로 과세표준을 확인하고, 세율을 적용, 세액을 산출하여 신고하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해태하면 가산세를 부담하게 되므로 과세법령 그 자체로서 납세의무자에게 직접 법적 부담을 가한다고 보아야 하고, 신고납부세액을 수령하는 것이 행정처분이 아니어서 일단 신고납부한 이상 과·오납하였더라도 이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으므로 납세의무자로서는 납세의무를 짐짓 게을리하여 가산세라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는 한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다툴 수 없어 납세의무자의 권리구제수단도 미흡하므로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하여 헌법소원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타당하다.참조판례
헌재 , 1998. 11. 26. 96헌마55, 판례집 10-2, 756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
결정
사건2000헌마80 특별소비세법시행령제32조의3등위헌확인
이 유
1. 사건의 개요와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청구인은 어업용 선외내연기관의 수입·판매업자로서, 1999. 12. 3. 신설된 특별소비세법시행령 제32조의3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하여 특별소비세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1999. 9. 15. 개정된 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시행규칙 제3조 별표2 제17호는 수산업협동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하여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직업의 자유와 평등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등으로 주장하면서 2000. 2. 1. 위 법령조항들의 위헌확인을 구하여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나. 심판의 대상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특별소비세법시행령 제32조의3(1999. 12. 3. 대통령령제16607호로 신설된 것) 중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하여 어민(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 제2조제3항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에게 공급되는 것을 말한다"는 부분과, 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시행규칙 제3조 별표2(1999. 9. 15. 재정경제부령 제105호로 개정된 것) 제17호 중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하여 공급되는 것에 한한다"는 부분이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이고, 심판대상조항 및 관련법규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특별소비세법(1999. 12. 3. 법률 제6032호로 개정된 것) 제18조(조건부면세) ①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물품에 대하여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특별소비세를 면제한다.
15. 모터보트와 그 관련제품(수상스키용품과 설상 및 수상스쿠터를 포함한다)으로서 국방용 또는 경찰용의 것과 대통령령이 정하는 어업용의 것
특별소비세법시행령(1999. 12. 3. 대통령령제16607호로 신설된 것) 제32조의3(어업용 선외내연기관의 범위) 법 제18조제1항제15호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어업용의 것"이라 함은 수산업법 및 내수면어업개발촉진법에 의한 어업에 사용되는 선외내연기관으로서 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하여 어민(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 제2조제3항제1호 및 제2호에 해당하는 자를 말한다)에게 공급되는 것을 말한다.
조세특례제한법(1999. 12. 28. 법률 제6045호로 개정된 것) 제105조(부가가치세 영세율의 적용) 다음 각호의 1에 해당하는 재화 또는 용역의 공급에 대한 부가가치세에 있어서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영의 세율을 적용한다. 이 경우 제5호 및 제6호의 규정은 2000년 12월 31일까지 공급한 분에 한하여 적용한다.
6. 연근해 및 내수면어업용으로 사용할 목적으로 대통령령이 정하는 어민에게 공급(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수산업협동조합 및 어촌계와 농업협동조합법·축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각 조합 및 이들의 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것을 포함한다)하는 어업용기자재로서 다음 각목의 1에 해당하는 것
가. 사료관리법에 의한 사료( 부가가치세법 제12조의 규정에 의하여 부가가치세가 면제되는 것을 제외한다)
나. 기타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
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 제3조(농·축산·임·어업용 기자재의 범위) ⑦ 법 제105조제6호에서 "어업용기자재로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것"이라 함은 어망·부자 기타 연근해어업 및 내수면어업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기자재로서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것을 말한다.
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시행규칙 제3조(어업용기자재의 범위) 영 제3조제7항에서 "연근해어업 및 내수면어업에 필수적으로 소요되는 기자재로서 재정경제부령이 정하는 것"이라 함은 별표 2의 어업용기자재를 말한다.
[별표 2] (1999. 9. 15. 재정경제부령 제105호로 개정된 것) 영세율이 적용되는 어업용기자재
17. 선외내연기관(수산업협동조합법에 의하여 설립된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를 통하여 공급되는 것에 한한다)
2. 청구인의 주장 및 관계기관의 의견
가. 청구인의 주장
(1) 청구인이 수입·판매하여 온 선외내연기관들은 대부분 어민들의 소형 어선에 장착되는 중·소형 동력장치로 100% 수입품이어서 소비자인 어민들은 관세, 특별소비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등 무거운 세부담을 안고 있었으므로 특별소비세 면제는 어민들의 오랜 숙원이었던 바, 1999. 12. 3. 신설된 특별소비세법시행령 제32조의3은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이하 "수협중앙회"라 한다)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하여 특별소비세를 면제하도록 하고 있으며, 1999. 9. 15. 개정된 농·축산·임·어업용기자재에대한부가가치세영세율적용에관한특례규정시행규칙 제3조 별표2 제17호는 수협중앙회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하여 부가가치세 영세율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하여 청구인을 비롯한 기존의 선외내연기관 공급업체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가 면제되지 아니하고 부가가치세 영세율도 적용되지 아니하며, 그 결과 수협중앙회와 비교하여 52% 더 비싼 가격으로 공급할 수밖에 없어 선외내연기관 수입·판매업을 더 이상 수행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퇴출당하게 되었으므로 청구인은 직업의 자유를 침해받고 있다.
(2) 수협중앙회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만 세제상의 혜택을 주어 독점공급자의 지위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을 가하는 것으로서 청구인의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3)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이 세제상의 혜택을 수협중앙회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정한 것은 법률 또는 상위법규에서 위임한 범위를 일탈한 것으로서 헌법에서 정한 위임입법의 한계를 넘은 것이고, 나아가 수협중앙회에게 독점적 시장지배사업자의 지위를 인정하는 것이어서 기업경영의 자유와 창의를 시장경제의 기본질서로 정하고 있는 헌법 제119조에도 위배된다.
나. 재정경제부장관의 의견
(1) 세제상의 혜택을 수협중앙회가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에 한정한 것은, 선외내연기관이 고가이고 특별소비세까지 면제되는 까닭에 레저용 등 비어업용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데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수협중앙회로 하여금 효과적인 사후관리를 도모하도록 하기 위한 것이고, 한편으로 선외내연기관 수입업체가 사실상 독과점체제를 형성하고 있어 특별소비세를 폐지하더라도 면세효과로 인한 어민의 세부담 경감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우므로 수협중앙회로 하여금 어업인을 대표하여 수입업체와 교섭, 계통구매함으로써 어민지원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2) 어업인의 이익을 대변하는 공익기관인 수협중앙회에게 면세 선외내연기관에 대한 구매대표권과 사후관리권을 부여한 것은 합리적인 조치로서 이로 인하여 청구인의 기본권이 침해된 것으로 보기 어렵다.
(3) 어업용 선외내연기관에 대한 면세조치는 조건부 면세로서 대통령령에서 그 조건을 정하도록 되어 있으므로, 대통령령에서 수협중앙회를 통하도록 하는 면세조건을 규정한 것이 위임한계를 일탈한 것은 아니다.
(4) 이 사건 규칙조항은 1999. 9. 15.자로 신설, 시행되었으므로 이에 대한 헌법소원은 청구기간을 경과한 것이다.
3. 판 단
법령 또는 법령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령 또는 법령조항에 의하여 직접 침해 받아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란 집행행위에 의하지 아니하고 법령 그 자체에 의하여 자유의 제한, 의무의 부과, 법적지위의 박탈이 발생하는 경우를 말하므로 당해 법령에 근거한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의 법률효과가 발생하는 경우에는 직접성의 요건이 결여된다( 헌재 1994. 1. 7. 93헌마283, 판례집 6-1, 1, 5 ; 헌재 1998. 11. 26. 96헌마55, 판례집 10-2, 756, 762).
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는 모두 신고납부의 형식에 의한 조세이고, 이 사건 심판대상 조항들은 수협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과는 달리 일반업자인 청구인이 수입·판매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 면제와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라는 혜택을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법령이므로, 청구인은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에 의하여 직접 기본권을 침해받았다고 볼 여지도 없지 아니하다. 그러나 신고납부의 형식에 의한 조세의 경우에도 부과징수의 형식에 의한 조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종국적으로는 과세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비로소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되는 것이다( 헌재 1998. 11. 26. 96헌마55, 판례집 10-2, 756, 763).
그러므로 이 사건 심판청구는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이 없는 법령조항을 그 대상으로 한 것이어서 부적법하다.
4. 결 론
이 사건 심판청구는 부적법하여 각하를 면할 수 없으므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이 결정은 재판관 김영일의 다음 5.와 같은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나머지 재판관들의 일치된 의견에 의한 것이다.
5. 재판관 김영일의 반대의견
나는 다수의견과 달리,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에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하여 본안판단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므로 아래와 같이 반대의견을 밝힌다.
가.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의 법리
법령 또는 법령조항 자체가 헌법소원의 대상이 될 수 있으려면, 청구인의 기본권이 구체적인 집행행위를 기다리지 아니하고 그 법령 또는 법령조항에 의하여 직접 침해받아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법규범이 집행행위를 예정하고 있더라도 법규범의 내용이 집행행위에 앞서 이미 국민의 권리관계를 직접 변동시키거나 국민의 법적 지위를 결정적으로 정하는 것이어서, 국민의 권리관계가 집행행위의 유무나 내용에 의하여 좌우될 수 없을 정도로 확정된 상태라면, 그 법규범의 권리침해의 직접성이 인정되며, 또 법령이 일의적이고 명백한 것이어서 집행기관이 심사와 재량의 여지없이 그 법령에 따라 일정한 집행행위를 하여야 하는 경우에는 당해 법령을 헌법소원의 직접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 재판소의 확립된 판례이다( 헌재 1997. 7. 16. 97헌마38, 판례집 9-2, 94, 104 ; 1995. 2. 23. 90헌마214, 판례집 7-1, 245, 254-255 ; 1991. 3. 11. 91헌마21, 판례집 3, 91, 98 ; 1989. 3. 17. 88헌마1, 판례집 1, 9, 19).
나.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과 기본권침해의 직접성
조세채무의 확정방식에는 부과납세방식, 신고납세방식, 자동확정방식이 있는 바, 이 사건에서 문제된 특별소비세나 부가가치세와 같이 신고납세방식을 채택한 과세법령의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하여야 한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납세의무자에 대한 직접적인 법적 효과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에서 과세표준, 세율 등에 관하여 규정하면, 이는 공권력적 집행행위없이 바로 납세의무자의 행태와 법률관계를 지배하게 된다. 납세의무자는 스스로 과세표준을 확인하고, 세율을 적용, 세액을 산출하여 신고하고 납부할 의무를 부담하며, 이를 해태하면 가산세를 부담하게 된다. 따라서 신고납세방식에서는 과세법령 그 자체로서 납세의무자에게 직접 법적 부담을 가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선외내연기관에 대한 특별소비세 또는 부가가치세의 소극적 과세요건을 이룬다고 할 것이어서, 그 적극적 과세요건조항들과 더불어 청구인으로 하여금 특별소비세 또는 부가가치세를 부담케 하는 작용을 하고 있는 바, 청구인은 면세 또는 영세율의 혜택에서 확정적으로 배제됨에 따라 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를 기한내에 신고·납부하여야 하고, 이를 게을리 하면 가산세를 물게 된다( 특별소비세법 제9조, 제13조, 부가가치세법 제18조, 제19조, 제22조). 특히 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의 경우에는 경제적 기능까지 고려하여야 한다. 청구인은 특별소비세가 면제되지 않으므로 제조반출시 또는 소매판매시 제품가격에 특별소비세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고, 또 부가가치세 영세율이 적용되지 않음에 따라 공급받는 자로부터 부가가치세를 거래징수하여야 한다( 부가가치세법 제15조).
이와 같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그 자체로서 청구인에게 직접 법적인 부담을 가하고 있다.
(2) 권리구제수단의 미흡
(가) 신고납세방식에서는 원칙적으로 공권력의 집행행위가 개재되지 않은 채 조세채무가 확정되고 이행되며, 신고납부세액을 수령하는 것이 행정처분(확인적 의미로도)이 아니어서 일단 신고납부한 이상 과·오납하였더라도 이를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고( 대법원 1997. 7. 22. 선고 96누8321 ; 1995. 1. 12. 선고 94누8471 ; 1990. 2. 27. 선고 88누1837 ; 1989. 9. 12. 선고 88누12066 등의 판결 참조),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없으므로 과세법률의 위헌성을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재판소법 제68조 제2항에 의한 헌법소원으로도 다툴 길이 없다.
물론 신고납부를 하지 않거나 신고납부세액이 세법에 의하여 산출한 세액에 미달할 때에는 100분의10(특별소비세와 부가가치세의 경우)을 가산한 부과처분을 받게 되므로, 이러한 상태를 일부러 작출한 다음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는 있다. 그러나 납세의무자로서는 자신에게 직접적인 의무를 부과하는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의무가 부과된 상태에서 바로 다툴 수 있어야 하는 것이지, 법적 의무를 일단 해태한 다음 자신에게 부과되는 불이익(여기서는 가산세)을 당하고 나서야 이를 상대로 비로소 다툴 수 있다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또한 부과납세방식의 경우에 부과된 세액을 일단 납부함으로써 가산세의 불이익없이 행정소송으로 다툴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납세의무자를 불공평하게 불리한 지위에 빠뜨리는 셈이다.
(나) 한편, 국세기본법상의 경정청구제도는 신고액이 "세법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할" 과세표준 및 세액을 초과하거나, "세법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할" 결손금액 또는 환급세액에 미달하는 때를 그 청구사유로 규정하고 있는 바( 국세기본법 제45조의2 제1항 제1, 2호), 일단 신고·납부한 후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주장하면서 경정청구를 할 수 있는지 문제될 것이나,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다투는 것은 경정청구의 사유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경정청구제도는 법문 자체에서 분명히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세법에 의하여 신고하여야 할" 사항을 잘못 신고한 것을 구제하기 위한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주어진 세법의 테두리내에서 납세의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로 보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제도론적 측면에서 보더라도 경정청구제도가 세법의 해석·적용기관인 세무서장(경정청구의 피청구인)으로 하여금 과세법령의 위헌성까지 검토하여 경정여부를 결정할 것을 기대한 것으로는 볼 수 없겠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주장하는 경정청구를 거부하거나 반려하더라도 이는 '경정청구권이 인정되지 않는 경정청구에 대한 과세관청의 거부'로서 항고소송의 대상이 되는 거부처분이 아닌 것으로 될 것이고(대법원 1999. 7. 23. 선고 98두9608 판결 참조), 따라서 경정청구제도를 통한 권리구제를 꾀할 수도 없다.
(다) 이와 같이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의 경우에는 행정소송을 경유하면서 그 위헌여부를 다툴 방도가 마땅치 않으므로 원칙적으로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하여 헌법소원의 길을 열어 주는 것이 타당하다.
다. 결 론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은 수협중앙회를 통하여 공급하는 선외내연기관과는 달리 일반업자인 청구인이 수입·판매하는 선외내연기관에 대하여는 특별소비세 면제와 부가가치세 영세율 적용이라는 혜택을 확정적으로 배제하는 내용의 법령이다. 그렇다면 이 사건 심판대상조항들 자체에 의하여 청구인과 같은 일반업자들은 세제상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불리한 법적 지위가 확정되었고, 심판대상조항들은 재량의 여지없이 일의적인 내용으로 규정되어 있어 청구인이 특별소비세 등을 신고·납부하는 것은 확정된 법률효과에 따라 기계적으로 이행하는 후속절차에 불과하여, 그에 따라 청구인들의 법적 지위가 바뀌어질 가능성이 전혀 없다. 이와 같은 경우에는 당연히 예상되는 별도의 후속절차를 매개로 할 것도 없이 기본권침해의 직접성을 인정함이 타당하다.
다수의견은 이러한 경우에도 종국적으로는 과세처분이라는 집행행위를 통하여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된다고 하나, 부과납세방식의 경우에 있어서의 부과처분과 신고납세방식의 경우에 신고의무를 게을리하거나 신고내용에 오류가 있은 때의 부과처분은 납세의무자에게는 전혀 별개의 성질을 가지는 처분이다.
전자의 경우 그 부과처분은 그 처분에 의하여 비로소 납세의무자에게 납세의무를 발생시키는 것인데 반하여, 후자의 경우 그 부과처분은 그 처분에 의하여 비로소 납세의무자에게 납세의무를 발생시켜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되는 것이 아니라, 과세법령에 의하여 과세요건만 갖추어지면 이미 납세의무가 발생되어 기본권침해가 현실화되어 있으므로, 그 부과처분은 단지 이미 발생한 납세의무의 정당한 이행을 관철하려는 보충적 집행행위에 불과한 것인데, 다수의견은 이 점을 혼동한 데에 연유한다고 보이며, 다수의견은 납세의무자가 신고납세방식의 과세법령의 위헌성을 다투려면 납세의무를 짐짓 게을리하여 가산세라는 불이익을 감수하도록 강요하는 셈이어서 기본권보장이라는 헌법재판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어긋난다 할 것이며, 또한 법규범의 위헌성을 다투기 위하여 형벌소추 등의 위험을 감수할 것을 국민에게 요구할 수 없다고 한 우리 재판소의 기존 판례의 정신( 헌재 1996. 2. 29. 94헌마213, 판례집 8-1, 126 ; 헌재 1998. 3. 26. 97헌마194, 판례집 10-1, 302, 312 등 참조)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한대현(주심) 하경철 김영일 김효종 김경일 송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