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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시사항

폭행 등에 대한 수사미진을 이유로 검사의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한 사례

재판요지

청구인은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에서 피해자와 싸움을 한 사실 및 옥신각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음에도, 경찰에서는 싸움 및 옥신각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사를 한 바가 없고, 당시 사건 현장에 있었던 참고인 김○순에 대하여 폭행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아무런 조사도 하지 아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피해자의 대질조사는 물론이고 청구인에 대하여 아무런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현장 목격자인 위 김○순에 대하여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한편, 경찰관이 작성한 상해부위도는 그 신빙성에 의문이 있으므로, 피청구인으로서는 위 상해부위도를 작성한 경찰관을 상대로 과연 상해부위도가 단지 피해자의 주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찰관이 실제로 피해자의 상해부위를 확인하고 작성한 것인지, 상해부분이 피해자에 의하여 허위로 조작될 가능성은 없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상세한 조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피청구인이 위와 같은 사항들에 대한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여 내린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현저한 수사미진이 있어 그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사건
2000헌마405 기소유예처분취소
청구인
이○경
국선대리인 변호사 ○○○
피청구인
서울지방검찰청 검사
판결선고
2000. 10. 25.

주 문

서울지방검찰청 2000년 형제31857호 사건에 있어서 피청구인이 2000. 4. 25. 청구인에 대하여 한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이므로 이를 취소한다.

이 유

1. 사건의 개요 가. 청구인은 2000. 3. 2. 관악경찰서에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피의자로 입건되었는바, 그 피의사실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청구인은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예과 2학년에 재학 중인 자인바, 2000. 3. 2. 21:40 경 서울 관악구 봉천동 1632의 9 소재 쌍쌍호프집에서 청구인의 장모인 청구외 김○순과 함께 피해자 최○환(남, 52세)을 만나 차용금 변제문제로 시비 중 피해자가 위 김○순을 밀쳐 바닥에 넘어뜨리고 집으로 귀가해 버리자,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 손바닥으로 피해자의 얼굴과 뒷머리를 각 1회 때려 피해자에게 치료일수 불상의 안면부타박상 등의 상해를 가한 것이다. 나.피청구인은 위 사건을 수사하여 2000. 4. 25.에, 피의사실은 인정되나, 청구인이 초범이고 학생이며, 사안이 중하지 아니하다는 등의 이유로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 다.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면서 피청구인의 위 기소유예처분이 자의적인 검찰권 행사로서 청구인의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였다는 이유로 2000. 6. 22. 이 사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다. 2. 판 단 가. 쟁 점 피청구인의 기소유예처분은 청구인에게 혐의가 인정됨을 전제로 한 것이고, 이에 대하여 청구인은 혐의없음을 주장하여 기소유예처분을 다투는 것이므로, 이 사건의 쟁점은 청구인이 과연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이다. 나. 청구인 및 피해자의 주장 청구인은 그의 장모인 김○순과 함께 쌍쌍호프집에서 채무자인 피해자와 채무변제를 독촉하던 중 피해자가 성의있는 답변을 하지 않고 자리를 뜨면서 이를 만류하는 위 김○순을 밀쳐 넘어뜨리므로 이를 제지하면서 흥분하여 피해자에게 욕설을 한 적이 있고, 피해자가 위 김○순을 밀치고 귀가해 버리자 위 김○순과 함께 피해자의 집으로 찾아가서 채무변제 및 폭행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였으나, 피해자가 조금도 뉘우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바람에 파출소에 가서 잘잘못을 따져보자고 하여 함께 파출소에 간 일이 있을 뿐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일이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파출소에서 위 김○순이 순찰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피해자가 자신의 책임을 면하기 위하여 자기도 집으로 찾아온 청구인으로부터 폭행당하였다고 허위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에 대하여 피해자는, 청구인이 집으로 찾아와 자기의 따귀와 목덜미를 때린 일이 있다고 주장한다. 다. 수사 및 증거판단상의 문제점 (1) 피의자신문 및 참고인조사 청구인은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에서 피해자와 싸움을 한 사실 및 옥신각신한 사실은 인정하고 있는 반면, 피해자를 폭행한 사실이 없음을 명백히 하고 있음에도, 경찰에서는 싸움 및 옥신각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사도 한 바가 없다(이 사건 기록에 의하면 청구인은 싸움을 한 사실이 있느냐는 경찰관의 물음에 대하여 이를 단순히 언쟁의 의미로 이해하여 그러한 사실이 있음을 인정하였고 같은 취지에서 피해자와 옥신각신한 사실을 인정하였을 뿐이라고 하고 있다). 피청구인이 제출한 답변서에 의하면 청구인이 피해자와 싸움을 한 사실 및 옥신각신한 사실을 인정한 것도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할 이유로 들고 있으나, 피청구인으로서는 청구인이 피해자와 싸움을 한 사실 및 옥신각신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폭행사실은 부인하는 상황이라면, 청구인을 불러 청구인이 말하는 싸움 및 옥신각신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청구인이 과연 피해자를 폭행하였는지 여부를 조사하고, 그것으로도 부족하다면 청구인과 피해자를 대질조사하였어야 할 것이다. 한편, 경찰에서는 사건 현장에 있었던 참고인 김○순을 조사함에 있어 위 김○순이 피해자로부터 입은 피해에 대하여만 조사하였을 뿐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에 대하여는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다. 그렇다면 피청구인으로서는 이와 같이 청구인과 피해자의 주장이 정면으로 대립되는 상황에서는 위 김○순이 아무리 청구인과 장모와 사위 사이로서 밀접한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위 김○순에 대하여 청구인이 피해자를 폭행하는 것을 목격한 사실이 있는지를 조사하고, 당시 현장의 상황 등에 대한 진술을 청취하는 등 서로 대립되는 청구인과 피해자의 진술의 진위를 가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어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청구인은 청구인과 피해자의 대질조사는 물론이고 청구인에 대하여 아무런 추가적인 조사를 하지 아니하였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현장 목격자인 참고인 김○순에 대하여도 아무런 조사를 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하고 말았으니, 이를 놓고 수사를 제대로 하였다고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다. (2) 피해자의 진술의 신빙성 피해자는 경찰에서의 피의자신문에서 자신이 위 김○순을 폭행한 점에 대하여 쌍쌍호프집에서 청구인과 위 김○순이 자신을 못가게 막으면서 멱살을 잡아 이를 뿌리치다가 위 김○순이 넘어진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는바(수사기록 19쪽), 청구인은 피해자의 멱살을 잡은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쌍쌍호프집 주인 유○화 작성의 확인서에 의하더라도 위 김○순이 피해자가 나가려는 것을 말리며 그의 손을 잡은 사실이 있을 뿐이고 청구인이 피해자의 멱살을 잡은 사실은 없다고 하므로(이 사건 기록 18쪽), 이에 비추어 보면 청구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하였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그 신뢰성에 의문이 간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3) 상해부위도의 신빙성 관악경찰서 수사과 형사계 경장 신○명이 작성한 상해부위도(수사기록 31쪽)를 보면, 피해자가 안면부 및 뒷목부분에 타박상을 입은 것으로 표시되어 있고, 작성연월일이 2000. 3. 3. 00:20로 기재되어 있는 것 외에는 증상이나 상해정도 등에 대하여는 아무런 기록도 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현행범인체포서(수사기록 5-6쪽)에 의하면 청구인과 피해자가 잘잘못을 가리기 위하여 봉천11파출소에 찾아갔다가 모두 현행범인으로 체포된 일시가 2000. 3. 2. 21:40으로 기록되어 있는 점에 비추어, 위 상해부위도가 작성된 것은 피해자가 청구인으로부터 폭행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시점으로부터 적어도 2시간 40분 이상이 경과한 시점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청구인이 피해자에게 폭행을 가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시간적으로 보아 과연 그때까지 타박상의 상흔이 남아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을 수 있고, 따라서 청구인이 주장하는 바와 같이 위 상해부위도가 단지 피해자가 청구인으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는 부위를 그 주장에 따라 표기한 것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청구인은 피해자로부터 폭행당한 청구인의 장모가 파출소에서 순찰차에 실려 병원에 입원하는 것을 보고 위기감을 느낀 피해자가 형사상 및 민사상 책임을 감경받기 위하여 자기도 청구인에게 폭행당하였다고 허위로 주장하는 것이라고 하고 있다). 따라서 위 상해부위도를 작성한 경찰관을 상대로 과연 상해부위도가 단지 피해자의 주장에 따른 것이 아니라 경찰관이 실제로 피해자의 상해부위를 확인하고 작성한 것인지를 조사하고, 만일 그렇다면 그 상해의 정도는 어떠하였는지 또한 상해부분이 과연 청구인의 폭행으로 인하여 발생한 것인지, 아니면 피해자에 의하여 허위로 조작될 가능성은 없었는지 여부 등에 대하여 상세한 조사를 하였어야 할 것이다. (4) 반성문에 대한 판단 피청구인이 제출한 답변서에 의하면 청구인이 검찰에서 반성문을 제출하면서 피해자와 합의를 보겠다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것도 심판청구를 기각하여야 할 이유로 들고 있으나, 청구인 작성의 반성문에 의하면 피해자가 위 김○순을 밀쳐 넘어뜨리기에 이를 참지 못하고 폭언이나 욕설을 한 점에 대하여 반성하는 내용이 있을 뿐 폭행사실을 시인하고 이를 반성하는 구절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청구인은 자신이 반성문에서 피해자를 종용하여 합의를 이끌어내겠다고 한 취지는 피해자측에서 채무변제의 의사만 확실히 하면 김○순의 병원치료비를 면제해주고 피해자에 대한 법적 제재를 더는 데 협력하겠다는 뜻이었을 뿐이고, 자신이 피해자를 폭행한 것을 인정하는 전제에서 피해자와 합의하겠다는 취지는 전혀 아니었다고 주장하는바(이 사건 기록 78쪽 이하), 위 반성문과 청구인이 제출한 의견진술서 등 이 사건 기록을 상세히 살펴보면 청구인의 이러한 주장은 충분히 수긍이 간다. (5) 기타의 점 피청구인은 피해자가 청구인의 장모를 먼저 폭행한 것에 격분하여 청구인이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한 것이라고 하고 있으나, 피해자가 위 김○순을 밀어 넘어뜨린 현장에서도 피해자에게 폭행을 하지 아니한 청구인이 피해자의 집으로 피해자를 찾아간 자리에서 새삼스럽게 격분하여 우발적으로 피해자를 폭행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라. 소 결 결국 피청구인으로서는 경찰에서의 청구인과 피해자에 대한 각 피의자신문조서들만으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위에서 지적한 여러 가지 사항을 철저히 조사, 규명한 다음 청구인의 피해자에 대한 폭행 여부를 엄정하게 판단하였어야 할 것임에도 그와 같은 조치를 하지 아니한 채 피해자의 주장만 받아들여 성급히 수사를 종결하고 청구인에 대한 피의사실을 인정한 후 기소유예처분을 하였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피청구인의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에는 위와 같이 그 결정에 영향을 미친 현저한 수사미진이 있어 그 처분은 자의적인 검찰권의 행사라 아니할 수 없고 그로 말미암아 청구인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이 침해되었다고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청구인의 이 사건 심판청구는 이유있으므로 이 사건 기소유예처분을 취소하기로 하여 관여재판관 전원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재판관 윤영철(재판장) 한대현 하경철 김영일(주심)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