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시사항
집행절차에서 배당에 대한 이의를 신청한 채권자가 이의소송의 최초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보도록 한 민사소송법 제596조가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지 여부(소극)재판요지
이 조항은 배당이의소송의 원고에 대하여 불필요한 지연을 방지하고 최초 변론기일부터의 적극적 소송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강제집행절차(배당절차)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것이다. 비록 이 조항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제집행절차에 필요한 신속성의 요청에 따른 것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귀책사유 없이 첫 변론기일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경우란 드물 것이고, 사정이 있는 경우 법원이 변론기일의 변경 신청을 쉽게 무시할 것이라고 볼 수 없고, 또 소취하 의제가 됨으로써 종전의 배당표가 확정되더라도 원고는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방법이 있다. 이상의 이유 및 이 조항이 민사소송법 제정시부터 존재해 온 규정으로서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최초의 변론기일 출석의 중요성과 제재의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할 때, 이 조항은 부당한 배당의 지연으로 인하여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는 채권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입법자가 그 형성범위 내에서 필요한 제한을 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므로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 아니다.참조판례
헌재 , 1993. 7. 29. 90헌바35, 판례집 5-2, 14, 헌재, 1996. 1. 25. 95헌가5, 판례집 8-1, 1주 문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10호로 개정된 것) 제596조는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한다.이 유
1. 사건의 개요 및 심판의 대상
가. 사건의 개요
주식회사 블루힐백화점은 주식회사 청구의 대구은행에 대한 채무 250억원을 연대보증 하면서, 그 중 170여억원에 대하여 1997. 3. 26. 동 백화점 본관 대지 및 건물에 대한 근저당권을 설정해 주었다.
당해사건의 원고인 '파산자 주식회사 블루힐백화점의 파산관재인 김철준'은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98타경31167호 부동산임의경매 사건에서, 피고 주식회사 대구은행의 배당요구액 금 53,623,498,636원 중 위 연대보증채무 금 17,623,498,636원에 관하여 1999. 3. 31. 배당기일에 이의를 진술한 후, 1999. 4. 6. 당해사건인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하였다.
당해사건의 최초 변론기일은 1999. 5. 28.이었던바 원고는 기일의 연기를 신청 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 기일에 불출석 하였다. 그 후 원고는 기일지정신청을 하면서,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한 자가 최초의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때는 소취하로 보도록 한 민사소송법 제596조에 대하여 위헌법률심판의 제청신청을 하였던바(99카기1281), 제청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1999. 12. 13. 위헌심판제청결정을 하였고 이 결정은 2000. 1. 3. 헌법재판소에 송부되었다.
나. 심판의 대상
이 사건 심판의 대상은 민사소송법(1990. 1. 13. 법률 제4210호로 개정된 것) 제596조(이하 '이 사건 조항')의 위헌 여부이다.
제596조(이의의 소 취하의 의제) 이의를 신청한 채권자가 이의소송의 최초의 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아니한 때에는 소를 취하한 것으로 본다.
2 위헌제청이유와 관계인의 의견
가. 제청법원의 위헌심판제청이유
이 사건 조항의 입법취지는 원고가 배당절차 및 소송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 이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신속하게 집행절차를 진행하는 데 있다. 그러나 원고가 불가피한 사정에 의하여 최초의 변론기일에 불출석하였을 경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거나, 제재의 정도가 원고의 재판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이거나 박탈하는 것이 된다면 이는 법의 취지를 넘어서는 것으로서 부당하다. 원고에게 배당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킬 목적이 없거나 적어도 책임을 지울 수 없는 사유로 불출석한 경우에는 계속해서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일본의 경우 구 민사소송법에서는 우리와 같은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가 개정된 민사소송법 제90조 제3항에서 "배당이의의 소에서 원고가 최초의 구두변론기일에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그 책임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유에 의하여 출석하지 못하였을 경우를 제외하고 각하하지 않으면 안된다"라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다. 이와 같은 외국의 입법례에 비추어 보아도 이 사건 조항이 잘못되었다는 것은 명확하다.
불출석의 효과로서 곧장 소취하 간주하도록 한 것도 불출석한 원고에게는 과도한 제한이 아닐 수 없다. 이 사건 조항에는 민사소송법 제241조에 기재된 바와 같이 불출석한 원고가 1개월 이내에 기일지정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없을 뿐 아니라 일본의 입법례에서 보는 바와 같이 "소 각하" 사유로 규정된 것도 아니다. 따라서 법적으로 당연히 소취하의 효과가 발생할 뿐 항소 등 어떠한 불복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
또한 배당이의의 소는 7일 이내에 제기하도록 되어 있어 한번 소취하 간주가 되면 새로이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할 길은 사실상 봉쇄되고, 달리 유효한 구제수단이 없다. 한편, 제소기간이 도과된 후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채권자는 1심 재판과정에서 청구취지를 변경(부당이득반환으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각하판결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항소를 제기한 후 항소심에서도 청구취지를 변경할 수 있는 반면, 제소기간을 지킨 경우에는 오히려 이 사건 조항의 적용을 받아 곧장 소취하 간주되기 때문에 청구취지 변경을 할 수 있는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되므로 형평에도 맞지 않다.
나. 당해사건 피고(대구은행)의 의견
배당절차에서 이의가 제기되어 배당이의 소송으로 비화되는 경우 배당액은 공탁되고 채권자의 시간적, 경제적 손실이 있게 되므로 채권자인 피고의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배당이의소송의 신속한 진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채권자의 배당액에 대하여 절차상으로나 실체상으로 하자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배당을 유보하도록 한 다음, 배당이의 소송에서 시일을 지체하는 방법으로 채권자를 괴롭히고 채권자에게 합의를 유도하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경우 소송의 지연으로 인하여 막대한 일실이익을 상실하는 채권자는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채무자의 부당한 합의요구에 응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불합리한 결과를 가져오는 사례가 있다. 이 사건 조항은 그러한 제도적 배경 하에서, 배당이의의 소를 제기한 원고는 무조건 첫회 변론기일에 출석하여 변론을 열도록 하여 배당이의소송의 신속한 진행을 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입법 연혁을 살펴보면 알 수 있듯이 이 사건 조항 하에서도 얼마든지 원고의 귀책사유에 의한 불출석의 경우에만 소취하간주의 제재가 가해진다는 해석론이 가능하므로 해석론으로도 해결될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이 사건 조항이 국민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것이다. 일본의 현행 민사집행법 제90조 제3항의 규정이 마치 배당이의사건의 첫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원고에 대하여 제재의 강도를 낮춘 것이라는 취지의 파산관재인의 주장은 이와 같은 입법의 연혁을 간과한데서 나온 부당한 주장이다.
한편 민사소송규칙 제52조, 제53조에 의하면 소취하 간주의 효력여부에 대하여 다투고자 하는 원고는 기일지정신청을 함으로써 판결에 의하여 판단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보장된다고 할 것이다. 한편 법원이 소송종료선언의 판결을 선고하는 경우 원고는 이 판결에 불복하여 통상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상소할 수도 있다. 원고는 배당금을 수령한 피고를 상대로 다시 부당이득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배당이의사건의 원고가 첫회 변론기일에만 출석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불출석으로 인하여 다른 사건에 비하여 특별히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되지 않는다는 점을 보더라도 이 사건 조항은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다. 법무부장관의 의견
강제집행절차의 구성은 원칙적으로 입법재량에 속한다. 입법부는 경매절차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있어서 그 나라의 법률문화, 사회적·경제적 배경 및 사법제도 등을 종합하여 가장 합리적인 방법을 채택할 수 있다. 경매절차에 관한 법률에 있어서 이해관계인의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여야 함은 물론이나 신속한 집행절차를 보장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공익적 요청이다.
외국의 입법례를 볼 때 일본, 독일은 이 사건 조항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으며 스위스는 배당이의의 소는 신속한 절차로 진행된다는 규정을 두고 있다.
이 사건 조항은 배당절차의 신속한 종결을 위하여 원고가 배당절차 및 소송절차를 고의로 지연시킬 경우에 제재를 가하고 집행절차가 신속하게 진행되도록 하고자 하는 정당한 입법목적을 가지고 있다. 또한 배당이의를 신청한 채권자는 그 불출석에 관한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 '변론기일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으며, 이의소송의 피고가 원고의 불출석에 동의하는 경우에는 당사자의 합의에 의하여 변론기일을 변경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152조 참조). 뿐만 아니라 채권자는 배당이 실시된 이후에도 부당이득반환소송을 통하여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열려 있으므로, 이 사건 조항은 방법의 적절성 및 피해의 최소성을 충족하고 있어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렵다. 또한 이 사건 조항에 의한 재판청구권 제한은 강제집행 절차의 신속한 집행과 종결이라는 공익과 비교할 때 과도한 제한은 아닌 것으로 보여지므로 법익의 균형성 요건도 충족하고 있다.
3. 판단
이 사건 조항은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한 원고가 최초의 변론기일에 불출석한 경우 그 불출석 사유 여하를 묻지 않고 소취하 의제로 보도록 하고 있다. 이는 자신의 채권을 확보하기 위한 소송절차를 제한하는 것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배당이의소송 원고의 재판청구권을 제한하는 것이다.
헌법 제27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과 법관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여기서 '법률에 의한 재판'이라 함은 합헌적인 법률로 정한 내용과 절차에 따라, 즉 합헌적인 실체법과 절차법에 따라 행하여지는 재판을 의미한다( 헌재 1993. 7. 29. 90헌바35 판례집 5-2, 14, 31 ; 1996. 1. 25. 95헌가5, 판례집 8-1, 1, 14 참조).
"법률에 의한" 재판청구권을 보장하기 위하여서는 입법자에 의한 재판청구권의 구체적 형성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그러한 입법을 함에 있어서도 입법자는 헌법 제37조 제2항의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여야 할 것이다. 특히 당해 입법이 단지 법원에 제소할 수 있는 형식적인 권리나 이론적인 가능성만을 허용하는 것이어서는 아니되며 상당한 정도로 권리구제의 실효성이 보장되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이 비례의 원칙을 준수하였는지를 살펴본다.
이 사건 조항은 배당이의소송의 원고에 대하여 불필요한 지연을 방지하고 최초 변론기일부터의 적극적 소송참여를 유도함으로써 강제집행절차(배당절차)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시키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입법목적은 신속한 민사재판의 이념과 채권자들간의 배당액 분쟁의 조기 확정을 추구하는 것으로서 이로서 소송과 집행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는 것이므로 헌법 제37조 제2항상의 공공복리에 어긋나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민사상의 분쟁해결에 있어서, 판결절차가 권리 또는 법률관계의 존부의 확정 즉 청구권의 존부의 관념적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라면, 강제집행절차는 권리의 강제적 실현 즉 청구권의 사실적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절차이다. 양자는 밀접한 관계에 있기는 하지만, 전자는 그 성질상 심리의 공평·신중이 요청됨에 반하여, 후자에서는 신속·확실한 실현과 채무자의 이익보호가 요청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배당절차는 판결절차에 있어서보다 신속성의 요청이 더 강한 것이다.
배당이의소송의 원고가 배당절차 혹은 소송절차를 지연할 때를 대비한, 최초변론기일 불출석시 소취하 의제라는 이 사건 조항상의 제재수단은 원고의 적극적 소송수행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비롯된 것이며, 따라서 위와 같은 입법목적의 달성을 위하여서는 효과적이고 적절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편 이 사건 조항이 원고의 귀책사유에 따라 차별적으로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강제집행절차에 필요한 신속성의 요청에 따른 것이며, 현실적으로 귀책사유 없이 최초의 변론기일에 참석할 수 없었던 경우란 매우 드문 일일 것이고, 또 원고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법원에 최초 변론기일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는 것이며, 합리적 사유가 있다면 법원이 이를 쉽게 무시할 것이라고 상정하기도 어렵다.
또한 설사 그러한 변경신청이 받아지지 않고 소취하 의제가 됨으로써 종전의 배당표가 확정되더라도 원고는 후에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통하여 권리구제를 받을 방법이 주어져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은 배당이의사건의 원고가 최초의 변론기일에만 출석한다면 그 이후부터는 불출석으로 인하여 다른 사건에 비하여 특별히 불리한 처우를 받게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보면 재판받을 권리에 대한 제한성이 과도한 것으로 볼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은 부당한 배당의 지연으로 인하여 상당한 손실을 입게 되는 채권자의 권리구제를 위하여 입법자가 그 입법형성권의 범위내에서 필요한 제한을 설정한 규정으로 볼 수 있으며, 재판을 받을 권리를 단지 명목적으로만 보장하거나 실효성이 없게 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또한 이 사건 조항은 이미 민사소송법 제정시부터 자구의 변천은 있었지만 지금까지 존재해 온 규정으로서 이미 확고히 제도화가 되어 온 터이므로, 그러한 입법현실을 반영한다면 배당이의소송을 제기한 당사자는 최초의 변론기일에 출석의 중요성과 제재의 내용을 쉽게 예측할 수 있는 것이고, 따라서 이 사건 조항이 갖는 재판청구권의 제한성은 현실적으로는 보다 완화될 수 있는 것이다.
나아가 이 사건 조항으로 증진되는 강제집행절차의 신속성 등 공익적 법익은 '자신의 소송을 돌보지 않은 당사자'가 겪는 소취하의 불이익보다 훨씬 더 크며, 자신의 귀책사유없는 불출석은 매우 예외적인 경우일 것이고, 그러한 경우에도 사전적 기일변경신청절차 및 사후적 구제절차가 마련되어 있으므로 법익의 균형성을 위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없다.
그러므로 이 사건 조항이 비례의 원칙에 위배하여 재판청구권을 침해한 것이라 할 수 없다.
4. 결론
이상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아니하므로 관여 재판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재판관 윤영철(재판장) 이영모 한대현 하경철(주심) 김영일 권 성 김효종 김경일 송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