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판결이유

AI 요약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의 적법성 및 판사의 친일행위 판단 기준

결과 요약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망인의 재판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한 처분은 적법함.
  • 망인의 손자, 손녀인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함.

사실관계

  • 망인은 1926. 10. 15.부터 약 12년간 조선총독부 판사로 재직함.
  • 망인은 퇴직 후 변호사로 활동하고 광복 후 제주지방법원장, 대법관을 역임함.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 7. 10. 망인의 항일독립운동가 재판 참여 행위와 훈6등 서보장 수훈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함.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 만료로 피고가 관련 권한을 승계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의 행정소송 대상 적격 및 원고적격

  •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은 반민특별법을 구체적으로 집행한 결과물로서 행정소송법상 '처분 등'에 해당함.
  • 이 사건 처분은 망인의 명예에 큰 타격을 주며,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에게도 불명예를 초래하므로, 망인의 손자, 손녀인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인정됨.

판사의 친일반민족행위 인정 요건 및 적극성 판단 기준

  • 판사의 행위가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의 친일반민족행위로 인정되려면,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의 탄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적극성도 있어야 함.
  • 판사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사재판을 통한 실형 선고는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탄압과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됨.
  • 적극성 판단 기준:
    • 문제된 재판이 판사에게 법률상 재량이 부여된 재판인지 여부.
    • 판사가 다룬 항일독립운동 사건의 총 건수, 처벌한 항일독립운동가의 총 인원, 선고한 형량.
    • 해당 피고인이 항일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 조사대상 판사가 일본제국주의 강점기 판사 중 항일독립운동가 형사처벌에서 상대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는지 여부.
  • 법원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여 사법심사의 강도를 완화함.

망인의 재판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 망인은 항일독립운동가 관련 형사재판 7건에 관여하였고, 이성태 등 항일독립운동가 14명에게 실형(총 32년 10개월)을 선고함.
  • 망인이 실형 선고한 항일독립운동가 중 신용기, 이성태, 장태형은 우리 정부로부터 독립운동 공로를 인정받아 훈·포장을 추서받음.
  • 망인은 1920년 이후 광복 직전까지 조선총독부 판사나 검사로 재직한 우리 민족 구성원 중 항일독립운동 관련 사건 처리 건수 기준으로 상위 약 10%에 위치함.
  • 강진삼 사건은 보안법 위반 및 사기죄 병합 판결이나, 독립군자금 모금 및 총독정치 전복 발언 등 독립운동 탄압 판결로 분류됨.
  • 판사 초임 시절 판결이라 하여 적극성이 완화되지 않으며, 합의부 배석판사 참여 사실만으로 적극성 판단이 달라지지 않음.
  • 망인이 받은 훈6등 서보장은 직접적인 대가는 아니나, 조선총독부 재판소 운영 정책에 순응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함.
  • 현준혁에 대한 집행유예 취소 사건은 판사에게 재량이 없어 적극성이 인정되지 않으나, 이를 제외한 나머지 7건의 재판행위는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및 제19호에 해당함.

관련 판례 및 법령

  •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5호: ‘판사·검사 또는 사법관리로서 무고한 우리민족 구성원을 감금·고문·학대하는 등 탄압에 적극 앞장선 행위’
  •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 제2조 제19호: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하여 포상 또는 훈공을 받은 자로서 일본제국주의에 현저히 협력한 행위’
  • 대한민국 헌법 전문: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 계승
  •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처분 등’의 정의

검토

  • 본 판결은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의 법적 성격과 그에 대한 사법적 통제 가능성을 명확히 함.
  • 특히 판사의 재판행위가 친일반민족행위로 인정되기 위한 구체적인 판단 기준, 즉 '적극성'의 의미와 판단 요소를 제시하여 향후 유사 사건의 판단에 중요한 지침이 될 것으로 보임.
  •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는 사법심사 강도 완화 원칙은 역사적 진실 규명의 특수성을 고려한 것으로 평가됨.
  • 망인의 재판 관여 건수, 선고 형량, 피고인의 독립운동 공로, 동시대 판사 중 상대적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친일행위를 인정한 점은 구체적 타당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으로 보임.

원고
원고 1 외 1인
피고
행정안전부장관
변론종결
2010. 10. 27.

주 문

1.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구취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2009. 7. 10. 망 소외 1(이하 ‘망인’이라 한다)에 대하여 한 친일반민족행위결정을 취소한다.

이 유

1. 처분의 경위 가. 망인은 1894. 12. 16. 출생하였고, 1919년경 경성전수학교(경성전수학교 : 1895. 5. 17. 대한제국 칙령 제49호 ‘법관양성소 규정’에 따라 설치된 법관양성소가 대한제국의 사법권 상실에 따라 개편된 학교로서 1923년 경성법학전문학교로 다시 개편되었으며 광복 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이 되었다)를 졸업하고, 1921년경부터 1926. 10. 14.까지 부산지방법원 등에서 법원서기나 통역생으로 근무하였다. 망인은 1925. 4.경 사법관 시험에 합격하고, 1926. 10. 15.부터 조선총독부 판사로서 경성지방법원 및 그 지청에서 약 12년간 재직하다가 1938. 10. 27. 퇴직하였다. 망인은 퇴직 후 변호사 등록을 하는 한편 1941. 2.부터는 국민총력인천부연맹 이사를 지냈고, 광복 후에는 제주지방법원장, 대법관을 역임하였으며, 1973. 3.경 사망하였다. 원고들은 망인의 손자, 손녀이다. 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는 2009. 7. 10. 망인이 판사로서 항일독립운동가 이성태 등의 재판에 참여한 행위(이하 ‘이 사건 재판행위’라 한다)와 조선총독부 판사로 약 12년간 재직하면서 그 공로를 인정받아 일본정부로부터 훈6등 서보장을 받은 행위를 일제강점하 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이하 ‘반민특별법’이라 한다) 제2조 제15호, 제19호에 규정된 친일반민족행위로 결정하였다(이하 ‘이 사건 처분’이라 한다). 다.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간이 2009. 11. 30. 만료됨에 따라 피고가 이 사건 처분에 관계되는 권한을 승계하였다.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8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2. 본안전항변에 대한 판단 가. 피고의 주장 1)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가 하는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은 친일반민족행위에 대한 순수한 조사활동의 결과에 불과하여 친일반민족행위 조사대상자나 원고들의 권리의무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아니하므로 이 사건 처분은 행정소송의 대상이 되는 ‘처분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 2)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사자(사자)인 망인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되지 않았고, 조사대상자가 아닌 원고들의 법적 지위 역시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았으므로 원고들은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없다. 나. 판단 1) 이 사건 처분이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 등’에 해당되는지 여부 행정소송법 제2조 제1항 제1호 소정의 ‘처분 등’이란 행정청이 행하는 구체적 사실에 관한 법집행으로서의 공권력의 행사 또는 그 거부와 그 밖에 이에 준하는 행정작용을 말하는데 이 사건 처분은 반민특별법을 망인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집행한 결과물이므로 위 조항 소정의 ‘처분 등’에 해당된다. 2) 원고들에게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지 여부 이 사건 처분은 형식상 망인의 특정 행위가 반민특별법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한다는 내용이지만,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망인의 생존 당시 행적 중 친일반민족행위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이 국가기관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하여 공표되고, 그것이 국가의 공식적인 사료로 편찬되는 이상 이 사건 처분의 실질적인 효과는 망인을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사건 처분의 실질적인 효과가 위와 같은 이상 이 사건 처분은 친일반민족행위 결정의 대상이 된 행위를 한 망인의 명예에 큰 타격을 준다. 특히 이 사건 처분의 경우에는 아래와 같은 특수한 사정이 있으므로 이 사건 처분에 의하여 망인의 손자, 손녀인 원고들의 명예 역시 손상된 것으로 인정되고, 사람의 명예는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의 내용을 이룰 뿐 아니라 형사상으로나 민사상으로나 보호가 되는 이익이므로, 원고들에게는 이 사건 처분의 취소를 구할 법률상 이익이 있는 것으로 인정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웃 나라인 일본에 대하여 문명을 전달해 주는 지위에서 문화적 우월감과 자부심을 느껴오다가 일본제국주의집단에 의하여 36년간의 혹독한 식민지 지배를 받은 특수한 역사적 경험을 공유하고 있고, 일본제국주의집단의 식민지 지배에 대한 역사적 청산 역시 미완의 상태에 있는 부분이 아직까지 남아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친일반민족행위자로 평가되는 것은 당사자의 명예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긴다. 또한 그와 같은 명예의 훼손은 위와 같은 역사적 경험 등의 사유 때문에 친일반민족행위자의 후손의 경우에도 정도를 달리할 뿐 계속되고, 특히 망인과 같이 고위 법관을 지낸 인물의 경우 그의 손자, 손녀인 원고들이 이 사건 처분으로 인하여 받는 불명예는 그 크기가 상당하다. 3. 이 사건 처분의 적법 여부 가. 원고들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망인의 판결 8건 중 강진삼 사건은 그 실질을 항일독립운동 관련 사건으로 보기 어렵고, 현준혁 사건은 집행유예취소판결에 불과하며, 위 판결들 중에는 서명의 진위가 의심스러운 것이 포함되어 있을 뿐 아니라 위 8건 중 5건이 초임 시절의 판결이고, 검사의 구형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거나 일부 무죄를 선고한 판결도 5건에 이르며, 망인이 약 12년간 판사로 재직하면서 처리한 사건은 5천여 건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데 피고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망인이 판결한 항일독립운동 관련 사건은 8건에 불과하고, 망인은 위 8건 중 6건의 재판에 배석판사로 참여하였을 뿐인데, 판사로서 형사 관련 법규에 따라 기소된 사건에 합당한 법을 적용하고 합의된 결론을 토대로 작성된 판결문에 서명·날인한 것을 두고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소정의 ‘감금·고문·학대 등의 탄압에 적극 앞장선 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으며, 서보장은 직무연차가 높아짐에 따라 기계적으로 받은 것에 불과하여 처분의 근거로 삼을 수 없다. 나. 관계 법령 별지 (1)과 같다. 다. 인정 사실 1)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망인의 재판의 주요내용은 아래 표와 같고, 총 8건이다. 망인은 강진삼, 현준혁에 대한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6건의 재판에는 합의부의 배석판사로 참여하였는데, 망인이 주심판사였는지는 알 수 없다[판결문 전문은 별지 (2)와 같다(판독불능인 문자는 ‘□’로 표시하였다)]. 또한 아래 재판 중 순번 4, 5번 재판의 경우 판결문 중 판사의 서명·날인 부분에 ‘망인은 사정이 있어 서명날인을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재되어 있고, 망인 대신 조선총독부판사 말광청길의 서명·날인이 되어 있다.
순번피고인 (직업, 선고형량)선고일자관여법관적용법률
1신용기 (무직, 징역 2년)1929. 2. 22.말광청길(말광청길)치안유지법
소야승태랑(소야승태랑)
소외 1(금○○)
2이성태 (기자, 징역 6년)1929. 2. 27.말광청길(말광청길)치안유지법
한명찬 (무직, 징역 6년)소야승태랑(소야승태랑)
윤택근 (농업, 징역 5년)소외 1(금○○)
3정의선 (기자, 징역 2년)1929. 3. 1.말광청길(말광청길)치안유지법
소야승태랑(소야승태랑)
소외 1(금○○)
4이종률 (교사, 징역 10월)1929. 3. 20.말광청길(말광청길)출판법 보안법
이수섭 (노동자, 징역 6월)소야승태랑(소야승태랑)
김정수 (학생, 징역 6월 집행유예 3년)소외 1(금○○)
5좌공림 (무직, 징역 2년)1929. 3. 22.말광청길(말광청길)치안유지법
김용찬 (무직, 징역 2년)
소야승태랑(소야승태랑)소외 1(금○○)
6정우상 (무직, 징역 2년)1932. 3. 25.산하수수(산하수수)치안유지법
박기성 (무직, 징역 1년 6월)
소외 1(금○○)박숙용 (무직, 징역 1년)
유원행웅(유원행웅)장태형 (해산물소매상, 징역 1년)
최정열 (학생, 무죄)
7강진삼 (무직, 징역 2년)1932. 5. 25.소외 1(금○○)보안법 형법(사기)
8현준혁 (무직, 집행유예취소)1936. 3. 28.소외 1(금○○)형법
2) 우리 정부는 망인이 재판한 위 피고인들 중 신용기에 대하여는 2008년 건국포장을, 이성태에 대하여는 2007년 건국훈장 애족장을, 장태형에 대하여는 2005년 건국포장을 각 추서하였다. 3) 서훈내칙에 의하면 서보장은 재직한 총 근무기간을 기준으로 ‘성적이 좋은 자’를 선정하여 수여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망인은 1935. 12. 7. 훈6등 서보장을 받았고, 근속기간 13년 이상의 판사는 대부분 위 훈장을 받았다. 4) 1920년부터 1945년까지 조선총독부 판사나 검사로 재직한 우리 민족은 약 208명인데, 그들의 항일독립관련 재판 관여 건수는 아래 그래프 및 표와 같고, 망인은 건수를 기준으로 상위 약 10%에 위치한다. 이 유 첨부자료
재판 관여 건수우리 민족 판사·검사의 인원수
261
211
181
151
141
131
121
111
106
93
82
73
64
56
46
36
216
128
0120
합계208
[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6, 8, 9, 11 내지 13호증, 을 제1 내지 10호증, 변론 전체의 취지 라. 판단 1) 이 사건 처분 중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관련 부분 가) 법리 (1) 일반론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는 ‘판사·검사 또는 사법관리로서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을 감금·고문·학대하는 등 탄압에 적극 앞장선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판사의 어떠한 행위가 위 조항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로 인정되려면, 그 행위가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의 탄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어야 하고, 적극성도 있어야 한다. 이때 ‘적극성’이란 행위의 내용·방법·속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되, 행위의 경위나 동기가 규명된 경우에는 그것까지 고려함이 상당하다. (2)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사재판이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의 탄압과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는지 여부 판사가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하여 형사재판을 통하여 사형, 징역형과 같은 실형을 선고하는 행위는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탄압과 직접적 관련성이 인정된다. ① 대한민국헌법은 전문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위와 같은 헌법규정의 취지는 일본제국주의집단의 강점기 동안 시행된 법령은 적어도 항일독립운동의 이념에 배치되는 부분에 한하여는 정당성을 부정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판사의 재판이 일본제국주의집단의 강점기 동안 시행된 법령을 준수한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이 항일독립운동가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과 같이 항일독립운동의 이념에 배치되는 한 우리 헌법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 ② 반민특별법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침탈이 시작된 러·일전쟁 개전 시부터 1945. 8. 15.까지 일본제국주의를 위하여 행한 친일반민족행위의 진상을 규명하여 역사의 진실과 민족의 정통성을 확인하고 사회정의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데, 위 입법 목적에 비추어 보아도 위 기간 동안에 이루어진 판사의 재판이 당시 시행 중이던 법을 준수한 것이라는 사정만으로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소정의 탄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는 없고, 그와 같이 해석할 경우 판사가 항일독립운동가를 형사처벌한 행위는 모두 위 법 조항 소정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 결과가 되어 위 법 조항의 적용대상은 사실상 전무하게 되므로 그 입법 취지가 몰각된다. ③ 반민특별법 제2조 제2호 및 제3호는 각각 ‘국권을 회복하기 위하여 투쟁하는 단체 또는 개인을 강제해산시키거나 감금·폭행하는 등의 방법으로 그 단체 또는 개인의 활동을 방해한 행위’와 ‘독립운동 또는 항일운동에 참여한 자 및 그 가족을 살상·처형·학대 또는 체포하거나 이를 지시 또는 명령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판사가 적법절차를 위반하여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하여 영장을 발부하거나 실형을 선고하는 등의 행위는 반민특별법 제2조 제2호 및 제3호에 의하여도 충분히 포섭이 가능한 점에 비추어 보면, 반민특별법 제2조 각 호의 체계적 해석상 같은 조 제15호 소정의 감금·고문·학대 등 탄압행위는 당시 시행되던 법을 준수했는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판행위 자체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율할 의도로 규정된 것으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④ 판사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 선고에 의하여 항일독립운동가는 죽임을 당하거나 일정 기간 교도소에 감금되게 되는데, 사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은 법집행의 외관을 가지나 앞서 본 바와 같이 일본제국주의집단의 강점기에 항일독립운동가를 탄압하기 위한 법은 우리 헌법상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정당성이 없는 법에 따른 사형이나 징역형의 집행은 실질상 살해, 감금과 다를 바가 없고, 그로 인하여 항일독립운동가 본인이 피해를 입는 것은 물론이고 항일독립운동에도 타격이 가해짐은 자명하므로 이는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감금·고문·학대 등 탄압행위에 해당된다. ⑤ 일본제국주의집단의 강점기 동안 재판소는 조선총독부재판소령 제1조에 의하여 총독에 직속된 기관이었고, 총독은 총독체제를 부정하는 우리 민족의 항일독립운동의 탄압을 목표로 하는 기관이므로 그에 직속된 재판소 역시 항일독립운동의 탄압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수밖에 없었으며, 실제로도 대한제국 시절 판사 시험에 합격하여 판사가 되었으나 경술국치를 지켜본 후 일제의 식민지 관리가 되지 않겠다며 스스로 법복을 벗고 독립운동에 투신하여 대한광복회 총사령으로 활동하다가 체포되어 사형선고를 받고 사형이 집행되어 1921년 순국한 박상진 의사를 비롯한 수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사법절차에 의하여 사형에 처해지거나 징역형을 선고받고 감금되었다. (3) 판사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판행위의 적극성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 앞서 설시한 바와 같이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인정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적극성’이란 행위의 내용·방법·속성을 고려하여 판단하되, 행위의 경위나 동기가 규명된 경우에는 그것까지 고려함이 상당하다. 위와 같은 일반적인 판단기준을 판사의 재판행위의 속성을 고려하여 구체화하면, 판사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판이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소정의 행위에 해당할 정도로 적극성이 인정되는지 여부는 ① 문제되는 재판이 판사에게 법률상 재량이 부여되어 있는 재판인지 여부, ② 판사가 다룬 항일독립운동 사건의 총 건수 및 처벌한 항일독립운동가의 총 인원, 선고한 형량, ③ 당해 피고인이 항일독립운동사에서 차지하는 위치, ④ 조사대상자인 판사가 일본제국주의 강점기에 판사로 근무한 사람들 중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사처벌에 있어(위 ②항과 관련) 상대적으로 상위권에 위치하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하는 것이 상당하고, 판사의 어떠한 재판행위에 대하여 ‘적극성’이 있다고 본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판단에 대한 법원의 사법심사는 그 강도(강도)를 완화함이 타당하다. 위와 같은 심사척도와 심사강도를 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 판사의 형사재판은 법에 의하여 판사에게 부여된 양형재량과 형의 집행 혹은 선고의 유예 재량, 사실인정 및 법령적용 재량을 행사하는 과정이고 판사가 이와 같이 형사재판에 있어 상당한 재량을 가지는 이상 재량 행사의 본질적 속성상 판사의 형사재판은 적극성을 띠고, 나아가 그러한 재량행사의 결과가 집행유예 등 용서의 형태가 아니라 사형, 징역형 등의 선고라면 이는 ‘무고한 우리 민족 구성원에 대한 탄압행위’로서의 적극성을 띠게 됨을 부정할 수 없다. 다만 집행유예 취소 등 형식적 재판인 이유로 법률상 판사에게 아무런 재량이 없는 경우에는 적극성을 인정할 수 없다. ○ 형사사법제도는 그 연혁적 이유에서 수사, 기소, 재판의 권한을 분리하는 형태로 만들어진 것이고, 그 실질은 형사법을 위반한 자에게 형벌을 가한다는 단일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일련의 절차이므로 판사가 검사의 기소가 있어야만 형사재판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의 소극성은 위와 같이 형사처벌 제도를 설계함에 있어 그 권한을 세분화함에 따른 결과에 불과할 뿐 아니라, 그러한 소극성은 기소단계에 국한될 뿐 형사재판의 본질적인 부분인 ‘사실인정→법률적용→양형’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행해지는 판사의 적극적 사법재량 행사와는 별다른 관련이 없다. ○ 1947. 7. 2. 남조선과도입법의원에서 제정된 민족반역자·부일협력자 등에 대한 특별조례 제1조 제5호는 ‘일정시대에 독립운동가 및 그 가족을 학대 살상 처벌한 자 또는 차(차)를 지휘한 자’라 하여 독립운동가에 대한 ‘처벌’행위 자체를 경중에 관계없이 민족반역자로 규정한 반면, 1948. 9. 22. 법률 제3호로 제정된 반민족행위처벌법 제4조 제9호는 ‘관공리가 되었던 자로서 그 직위를 악용하여 민족에게 해를 가한 악질적 죄적이 현저한 자’라고 규정하여 ‘현저한’이라는 상대적 개념을 구성요건으로 삼았고, 반민특별법 제1조 제15호 역시 같은 맥락에서 문언상 ‘적극 앞장선 자’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 점, 친일반민족행위의 결정이 친일반민족행위가 있었던 때로부터 약 60년에서 90년이 경과한 시점(특히 그 동안 한국전쟁과 분단이라는 격변이 일어나기도 하였다)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판단의 근거가 되는 자료 및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판단능력에 뚜렷한 한계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일본제국주의 강점기에 판사로 근무한 사람들 중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실형 선고에 있어 상대적으로 상위권에 있는 자들에 한하여 반민특별법 제1조 제15호 소정의 적극성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소정의 친일반민족행위를 인정함에 있어서 요구되는 ‘적극성’이란 ‘적극 앞장선’이라는 위 법조항의 문언에서 알 수 있듯이 상대적인 개념이므로, 판사의 어떠한 재판행위가 그와 같은 ‘적극성’을 띠는지에 대한 판단은 일본제국주의의 역사적 배경, 작동 원리, 일본제국주의 집단의 우리 나라 강점 및 그에 대항한 항일독립운동의 구체적인 모습 및 시대별 전개과정, 일제강점기의 우리 민족의 일상적인 삶의 모습, 일제강점기 재판소 운영의 현황, 일본제국주의집단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사법적 탄압의 전반적인 전개과정 및 구체적 양상,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외의 나머지 각 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바와 같은 친일반민족행위의 구체적인 사례 등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하는 의사결정과정이므로, 법원으로서는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해당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법률요건 중 ‘적극성’과 같은 상대적 개념의 충족 여부에 관한 판단에 있어서는 반민특별법상 정해진 전문가로서의 자격요건을 만족하는 자로서 위 법에 의하여 직무상 독립과 신분이 보장되어 있는 11명의 위원(국회가 선출한 4인, 대통령이 지명한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한 3인)으로 구성된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전문적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 이 사건 재판행위에 대한 판단 위 인정 사실 및 앞서 든 증거들에 의하여 알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망인은 항일독립운동가 관련 형사재판 7건에 관여한 점(피고는 망인이 관여한 항일독립운동가 관련 형사재판이 8건이라고 주장하나, 현준혁에 대한 집행유예 취소 사건은 당시 법률에 의하면 범죄의 내용과 관계없이 필요적인 집행유예 취소 사안이어서 판사에게 아무런 재량이 없어 적극성을 인정하기 어려우므로 위 재판은 이 사건 처분의 정당한 근거가 될 수 없다), ② 망인은 이성태 등 항일독립운동가 14명에 대하여 실형을 선고하였고, 그 형량의 합계는 32년 10월에 이르는 점, ③ 망인이 실형선고를 한 항일독립운동가들의 사건내용은 공산주의를 통하여 식민통치를 전복시키려는 사건, 총독부를 비방하는 격문을 배포한 사건, 독립군자금 모집 목적으로 우리나라에 들어와 활동 중 총독정치가 전복될 것이라는 말을 유포한 사건 등 일본제국주의집단의 식민지 체제를 공격하는 행위에 대한 것인 점, ④ 망인이 실형을 선고한 항일독립운동가 중 신용기, 이성태, 장태형은 우리 정부로부터 독립운동에 관한 공로를 인정받아 훈·포장을 받은 점, ⑤ 1920년 이후 광복 직전까지 조선총독부 재판소에서 판사나 검사로 재직한 우리 민족 구성원의 평균적인 항일독립운동관련사건 처리 건수를 기준으로 볼 때 망인은 상위 약 10%에 위치하는 점, ⑥ 강진삼에 대한 판결은 보안법 위반과 사기죄를 병합하여 징역 2년에 처한 것이기는 하나, 판결문에 적시된 범죄사실 자체에 의하여 강진삼이 독립군자금 모금을 위하여 우리나라로 들어온 사실이 인정되고, 총독정치의 전복에 관한 말을 퍼뜨려서 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된 것이므로 독립운동가를 탄압하는 판결로 분류함이 정당한 점, ⑦ 판사 초임시절의 판결이라 하여 적극성이 완화된다고 볼 합리적인 이유가 없고,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망인의 판결 중에는 망인이 사정에 의하여 서명·날인이 불가능하다고 기재되어 있다거나 망인과 다른 판사의 이름이 인쇄되었다가 삭제된 후 망인의 서명이 된 판결도 있으나 이는 당시의 통상적인 업무처리 절차에 따른 것으로 보일 뿐 달리 망인이 적극적으로 판결문의 서명·날인을 거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려운 점, ⑧ 합의부의 판결은 판사 3인의 공동 명의로 하는 것이고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는 그와 같이 3인 공동 명의로 행한 판결에 의하여 독립운동가들을 실형에 처하는 행위에 대한 공적 평가를 목적으로 하므로, 망인이 이 사건 재판행위를 할 당시에 실제로 독립운동가들의 처벌을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하였다는 등 특별한 사정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는 이상, 망인이 6건의 합의부 재판에서 배석판사로 참여하였다는 사실은 적극성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로 고려하기 어려운 점, ⑨ 갑 제6, 13호증에 의하면 일본제국주의집단의 강점기에 판사, 검사로서 재직한 사람들 중 서훈등급이 가장 높은 경우는 훈4등 서보장과 시정25주년 표창을 모두 받은 경우이고 그 다음으로 서훈등급이 높은 경우는 훈5등 서보장과 시정25주년 표창을 모두 받은 경우인 사실, 일제강점기 판사, 검사 중 훈4등 서보장과 시정25주년 표창을 모두 받은 4명의 항일독립운동 재판 건수는 각각 1, 6, 7, 7건이고, 훈5등 서보장과 시정25주년 표창을 받은 1명 역시 항일독립운동 관련 재판 건수는 1건인 반면 항일독립운동 재판 건수가 가장 많은 상위 5명의 재판 관여 건수는 26, 21, 18, 15, 14건인 사실, 근속기간 13년을 넘긴 판사들 중 대부분이 훈6등 서보장을 받은 사실을 인정할 수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면 서보장의 수여와 항일독립운동 재판관여 사이에는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려우나, 앞서 인정한 바와 같이 서훈 내칙에 따르면 서보장은 일정 기간 이상 재직한 자 중 ‘성적이 좋은 자’에게 수여하도록 되어 있는 사실, 근속기간 13년을 넘기고서도 훈6등 서보장을 받지 못한 판사도 있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망인이 훈6등 서보장을 받은 사실은 비록 그것이 항일독립운동 탄압 재판의 직접적인 대가는 아니라 하더라도 망인이 재직기간 내내 조선총독부의 재판소 운영 정책에 순응하였던 것을 간접적으로 증명하는 사실로 인정되는 점을 종합하면 이 사건 재판행위 중 현준혁에 대한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의 재판행위는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에 해당된다. 2) 이 사건 처분 중 반민특별법 제2조 제19호 관련 부분 반민특별법 제2조 제19호는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하여 포상 또는 훈공을 받은 자로서 일본제국주의에 현저히 협력한 행위’를 친일반민족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망인이 판사로서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사재판 등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의 일환인 재판소 운영에 협력한 사실, 그와 같은 업무상 공적의 대가로 훈6등 서보장을 받은 사실,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망인의 재판 건수와 선고형량, 망인과 동시대에 판사, 검사로 일하였던 사람들 중 망인의 항일독립운동가에 대한 형사처벌 정도가 상위권에 위치하는 점은 각 앞서 인정한 바와 같으므로 망인은 일본제국주의의 식민통치와 침략전쟁에 협력하여 포상 또는 훈공을 받은 자로서 망인의 이 사건 재판행위 중 적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는 위 현준혁에 대한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의 재판행위는 일본제국주의에 현저히 협력한 행위에 해당된다. 3) 중간결론 따라서 피고가 이 사건 처분의 근거로 삼은 이 사건 재판행위 중 현준혁에 대한 재판은 적극성이 인정되지 아니하여 처분의 근거로 삼기에 부적절하나, 위 현준혁에 대한 재판을 제외한 나머지 7건의 재판행위는 반민특별법 제2조 제15호, 제19호에 각 해당된다 할 것이므로, 이 사건 처분은 적법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없으므로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1] 관계 법령 : 생략] [[별지 2] 이 사건 처분의 근거가 된 판결문 전문 : 생략]

판사 오석준(재판장) 김영식 이재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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