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1.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2.소송비용은 원고의 부담으로 한다.청구취지
피고가 1990.8.20. 원고에 대하여 한 해고는 무효임을 확인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1990.7.1.부터 원고를 원직에 복직시킬 때까지 매월 금 1,200,000원 씩을 지급하라는 판결 및 위 금원 지급 청구부분에 대한 가집행 선고.이 유
1. 사실관계
각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1호증 내지 을 제15호증의 각 기재와 증인 오동완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사실들과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는 사실들은 다음과 같다.
가. 기초사실
피고회사는 1985.2.23. 냉난방 및 공조 관련 제품과 그 부품의 연구, 설계, 개발, 제조, 수입, 판매, 서비스, 수출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대우그룹의 계열회사이고, 대우그룹은 그 산하에 26개의 계열회사를 두고 있는데 계열사 간의 원활한 인력 수급 조정, 그룹 차원의 효율적 인사정책 수행 등을 목적으로 그룹 산하에 대우인력관리위원회와 그룹 기획조정실을 설치하여 창사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룹 차원에서 각 계열회사들의 전반적인 인사수급업무를 관장하고 있는바, 대졸 관리직 사원에 관하여는 전 계열사의 급여체계를 동일하게 하는 한편 각 계열회사가 이들을 개별적으로 채용하는 것은 허용하지 아니하고 그룹 인력관리위원회가 각 계열회사의 인력수요를 감안하여 그룹차원에서 일괄 채용한 다음 이들을 각 계열회사에 배정하되 그후에는 그룹 기획조정실이 매년 각 계열회사 별로 인력의 과부족 현황을 파악하여 그 충원계획을 수립하고 계열회사의 잉여인원에 대하여는 그룹차원에서 이를 취합하여 인원의 충원을 요구한 다른 계열회사로 전출시키는 등 그룹 차원에서 일괄하여 각 계열회사들의 인사관리를 행하여 왔다(실제 그룹 산하 각 계열회사 관리직 사원의 30퍼센트 이상은 위와 같은 계열사 간의 전출입 경력을 가지고 있다.) 한편, 위와 같은 그룹 차원의 인사관리체계하에서는 계열회사 사이에 전출입이 행하여 지더라도 인력 수급상황의 변화에 따라 기왕 근무회사로의 복귀가능성은 항상 존재하게 될 뿐만 아니라 관리직 사원에 관하여는 그 급여체계를 전 계열회사에 걸쳐 동일하게 조정하였으므로 관리직 사원이 그룹 차원의 인력수급 계획에 따라 타 계열회사로 전출되더라도 퇴직금 등 금품청산 절차를 거치지 아니하고 그가 최종적으로 퇴사한 계열회사로 하여금 그룹 산하 계열회사에서의 전 근속기간을 통산한 퇴직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한편 기타 각종의 금품청산도 그때에 하도록 하고 있다.
원고는 1986.2.경 대학을 졸업하고 대우그룹 인력관리위원회가 그룹 차원에서 실시한 대졸 관리직 사원 공채에 의하여 채용되어 피고회사에 배치된 후(원고는 위 공채에 응시하면서 그 입사원서에 장차 근무를 희망하는 그룹 계열회사로서 동흥전기주식회사,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 대우전자주식회사를 순차로 기재하였으나 위와 같은 그룹 차원의 인사정책에 따라 피고회사로 배치되게 되었다), 인천공장 에어콘 개발팀 소속 대리(전기직)로 근무하다가 1990.8.20.자로 피고회사에 의하여 해고되었다.
나. 해고의 경위
피고회사는 창립 이래 수출 부진, 노사분규 등 각종 경영여건의 악화로 말미암아 1989.말까지 약 145억원의 적자가 누적되는 등(1989. 한 해 동안만의 적자도 약 67억원에 달하였다)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자 1990.초부터 경영합리화 방안의 일환으로 인원감축을 시도하기 위하여 위와 같은 인사관리 체제에 따라 그룹 기획조정실과 잉여인원을 타 계열회사로 전출시키는 문제를 협의하여 오던중, 같은 해 2.경 같은 계열회사인 대우조선공업주식회사(이하 대우조선이라고만 한다)에서는 위 기획조정실에 대하여 대우조선의 소형승용차 생산팀에 합류할 경력있는 전기직 사원을 시급하게 충원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위 기획조정실은 피고회사의 경력있는 전기직 사원 중 1명을 위 대우조선으로 전출시키로 방침을 정하고 피고회사에게 피고회사 소속의 경력있는 전기직 사원 명단과 그들의 인사기록카드를 대우조선에 송부하도록 하여 위 대우조선으로 하여금 적임자를 선정하도록 하였고 피고회사는 같은 해 3.13. 원고를 포함하여 전기적 사원 4명의 명단과 인사기록카드를 위 대우조선에 송부하였는데 위 대우조선은 그 중 원고를 적임자로 지목하여 위 기획조정실과 피고회사에 통보하였다.
결국 피고회사는 위 대우조선의 희망에 따라 1990.3.21.위 기획조정실에 대하여 원고를 같은 해 4.1.자로 피고회사에서 대우조선으로 전출시켜 달라는 내용의 인사발령의뢰를 하기에 이르렀고, 위 기획조정실은 1990.4.10.최종적으로 피고회사와 위 대우조선의 요청대로 원고를 같은 해 4.1.자로 피고회사에서 대우조선으로 전출시키는 내용의 인사발령을 단행하고 각 해당자들에게 이를 통보하였다(위 인사명령을 4.10.자로 소급하여 발령한 것은 전출입 회사간의 급여정산의 편의를 위하여 매월 1일자로 계열회사 간 전출입발령을 하여 오던 기획조정실의 관례에 따른 것이다).
그런데 원고는 피고회사의 사장 이하 간부들의 여러차례에 걸친 면담 설득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에의 부임을 거부하였다. 이에 피고회사는 1990.6.30. 취업규칙 소정의 절차에 따라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여 원고와 회사의 정당한 인사명령에 불응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해 7.11.부터 같은 해 8.7.까지 정직 4주의 징계를 하였다.
한편, 피고회사가 위와 같은 이유로 원고의 징계를 위한 징계위원회를 소집하게 되자 원고는 징계위원회 개최일인 같은 해 6.30. 08:00경 서울 중구 남대문로 5가 541 대우센터 빌딩 정문에서 그룹의 인사관리 실태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제15호증)을 출근하는 그룹 사원들에게 배포하는가 하면 위 정직기간이 만료된 후 피고회사와 대우조선의 여러차례에 걸친 부임 요구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대우조선으로 부임을 거부하였다. 이에 피고회사는 1990.8.17. 취업규칙 소정의 절차에 따라 원고가 회사의 정당한 명령에 불응하고 회사를 비방하는 유인물을 배포하였다는 이유로 같은 달 20.자로 원고를 해고조치하였다(원고는 위 해고를 결의한 인사위원회에 출석하여 대우조선으로는 부임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하였다).
한편,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을 제1호증)은 그 소속 직원의 정직등 징계사유로서 정당한 이유없이 상사의 업무상 정당한 명령, 지시에 불복한 경우 등을 열거하는 한편 해고사유로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1주일 이상 무단결근 하고도 출근독촉에 따르지 아니하거나 1개월에 15일 이상 결근한 경우, 회사 또는 노동조합의 허가없이 인쇄 또는 전단의 배포 등 행위를 한 경우, 기타 각 해고사유에 준하는 정도의 불량한 행위를 한 경우 등을 열거하고 있다(제87조).
2. 원고의 청구에 대한 판단
원고는, 그룹 산하 계열회사 간의 전출입이라 하더라도 이는 취업규칙의 중대한 변경을 초래하는 행위이고 피고회사가 취업규칙에 근거도 없이 또한 원고의 동의마저 얻지 아니하고 원고를 대우조선으로 전출시키는 내용의 인사조치를 한 것은 그 정당성을 결여한 것이므로 위 인사조치에 불응하였음을 이유로 한 위 정직 및 해고조치는 모두 정당한 이유가 없는 것으로서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위 해고조치의 무효확인 및 위 정직시부터의 임금 지급을 구한다.
살피건대, 그룹 산하 계열회사 간의 전출명령은 근로제공의무의 상대방과 근로제공장소의 변경을 초래하는 것으로서 원칙적으로 취업규칙상의 근거가 있거나 또는 당해 근로자의 동의를 요한다 할 것이지만, 근로자의 채용이나 근로관계의 전개과정 등 인사관리의 관례에 비추어 근로자가 채용 당시부터 그러한 전출명령에 관하여 포괄적인 동의를 하였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위와 같은 전출명령권은 사용자의 정당한 노동지휘권의 범주에 속하는 사항이라 할 것이므로 사용자로서는 채용 후의 개개의 전출명령에 관하여 다시 당해 근로자의 개별적인 동의를 얻어야 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인바, 앞서 본 바와 같이 피고회사가 소속된 대우그룹은 대졸관리직 사원에 대한 인사관리에 있어서는 그 인력의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각 계열사의 임금체계를 동일하게 하고, 각 계열사가 실질상 하나의 기업으로서 그룹차원에서 사원을 일괄 채용하여 각 계열사에 배정한 다음, 각 계열사의 인력수급 현황에 따라 퇴직금 등의 금품청산 절차도 거치지 아니하고 동일 기업 내부의 사내 전보 또는 전근과 같은 간략한 절차에 의하여 계열사 간의 전출입을 시행하여 왔고, 그러한 인사관리체제가 장기간에 걸쳐 유지되어 옴으로써 인사관리의 관행으로 확립된 사정(이와 같은 임금체계와 인사관리체제가 병행되는 경우에는 계열사 간의 전출입을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적절히 이용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원들로 하여금 다양한 분야의 업무를 두루 접할 수 있게 하는 이점도 있으므로 계열사 간의 전출이 근로자들에게 불리한 것 만도 아니다)등 에 비추어 보면 위와 같은 인사관리체제하에서 이 사건 사간 전출발령이 원고의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 하더라도 그것은 위와 같이 그룹 차원에서 확립된 인사관리 관행에 따른 것으로서, 인사관리상 합리적인 이유나 필요도 없이 단지 원고를 자의적으로 차별 대우하려는 의도하에서 이루어진 인사권의 남용이 아닌 한 사용자가 가지는 노동지휘권의 행사로서 정당한 인사명령이라 할 것이고, 원고로서는 이 사건 전출명령이 피고회사의 취업규칙에 그 근거가 없는 것이라거나 원고의 개별적인 동의 없이 이루어졌다는 이유를 들어 그 효력을 부인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원고는 피고회사가 원고에 대하여 이 사건 전출조치를 취하면서 당사자에게 7일 이내에 통지를 하도록 한 인사규정을 어겼으므로 결국 이 사건 전출조치는 부당한 것이라고 주장하나, 가사 피고회사가 위와 같은 통지를 해태하였다하더라도 위와 같은 규정은 해당 근로자가 현지로 부임하는 것을 전제로 근로자로 하여금 이에 필요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그러한 사정만으로 곧 위 전출조치가 부당한 인사명령으로 된다고 단정할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 사건 전출명령이 있은지 4개월 이상 경과하여 개최된 인사위원회에서조차 위 대우조선으로는 부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원고로서는 위 규정을 들어 위 전출조치의 효력을 다툴 수는 없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고의 주장은 이유없다).
원고는 또한 이 사건 전출조치는 원고가 곧잘 회사 상사의 잘못을 지적하고 피고회사가 1989.말 원고를 피고회사의 광주 공장으로 전보하려고 원고의 동의를 구하였으나 원고가 2개월만 여유를 달라면서 이를 거부한 데 대한 감정적 보복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주장하나 이를 인정할 증거는 없다(피고회사로서는 원고가 위 광주공장으로의 전보에 동의하지 아니하더라도 피고회사가 가지는 노동지휘권내지 인사권에 기하여 전보발령을 단행하면 되고 달리 보복수단을 강구할 필요도 없는 것이므로 원고의 주장은 전후 모순이다).
그렇다면 앞서 본 바와 같이 원고가 이 사건 전출조치에 불응하면서 대우조선으로 부임하지 아니한 것은 피고회사 취업규칙 소정의 상사의 정당한 업무상 명령에 정당한 이유 없이 불응한 경우에 해당하므로 이를 이유로 한 피고회사의 위 정직처분은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고 나아가 위 정직기간이 만료된 후에도 위 전출명령에 응하지 아니할 뿐만 아니라 피고회사와 대우그룹 전체를 비방하는 내용의 유인물을 배포하는 등 기업의 조직 질서에의 순응을 거부하고 회사의 명예를 실추시킨 원고의 행위는 근로계약관계의 바탕을 이루는 신뢰관계를 현저하게 파괴하는 행위로서 이를 이유로 한 해고 역시 정당한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3. 결론
그렇다면 위 해고가 무효임을 전제로 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모두 이유없으므로 이를 각 기각하고 소송비용은 패소한 원고의 부담으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