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은 제3자가 그 사무집행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한 경우 면제됨.
원고는 우체국장의 자기앞수표 발행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지 못했더라도, 적어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되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이 부정됨.
사실관계
소외 2(정릉우체국장, 분임현금출납공무원)는 남편 소외 3과 공모하여 채무 변제를 위해 우체국에 입금하지 않은 자기앞수표 2매(액면금 2천만원, 1천1백만원)를 임의 발행함.
소외 3은 원고에게 위 수표들을 담보로 제공하고 월 3푼 이자를 공제한 금액을 대여받음.
원고는 수표 발행일로부터 2~3개월이 지나서야 수표를 지급 제시했으나, 소외 2의 비위 사실이 적발된 후 분실된 수표라는 이유로 지급 거절됨.
원고는 소외 2의 불법적인 수표 발행으로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국가)에게 배상 의무가 있다고 주장함.
피고는 원고가 수표 취득 당시 수표 발행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알지 못했으므로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함.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과 제3자의 중과실
법리: 사용자가 피용자의 제3자에 대한 행위가 외관상 직무범위 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행위의 외형에 대한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데 있음.
법리: 제3자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 그 사무집행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함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함.
법원의 판단:
소외 2의 자기앞수표 발행 행위는 외관상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원칙적으로 손해배상 의무가 있음.
그러나 원고는 소외 1을 통해 소외 2가 우체국장이며 채무자 소외 3의 처임을 알고 있었음.
원고는 소외 3과 소외 2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돈을 빌려주고 담보로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음.
이 사건 수표는 정당하게 발행된 것이면 어느 우체국에서든 즉시 지급받을 수 있음에도, 일정 기간 경과 후 차용금을 반환하고 회수해 간다는 조건으로 교부받음.
원고는 수표 발행일로부터 2~3개월이 지나도록 수표를 유통시키거나 지급 제시하지 않고 보관하다가, 소외 2의 비위 사실이 적발된 후에야 지급 제시함.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원고는 이 사건 수표 취득 당시 소외 2의 수표 발행 행위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지는 못했더라도, 적어도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됨.
따라서 중대한 과실이 있는 원고에 대해서는 피고가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함.
검토
본 판결은 공무원의 직무상 불법행위로 인한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에서 제3자의 신뢰 보호 원칙과 공평의 원칙을 조화롭게 적용한 사례임.
제3자의 신뢰 보호는 외형상 직무 범위 내 행위에 대한 것이나, 제3자에게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알지 못한 데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경우까지 보호할 필요는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함.
특히, 자기앞수표의 즉시 지급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지급 제시를 미루고, 발행 공무원의 비위 사실 인지 후 지급 제시한 점 등이 중대한 과실의 근거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음.
판시사항
공무원과 거래행위를 한 자가 그 사무집행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와 국가의 손해배상책임
재판요지
사용자가 피용자의 제3자에 대한 행위가 외관상 직무범위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도록 한 것은 행위의 외형에 대한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어서 제3자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 그 사무집행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함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 할 것이므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금원을 대여하면서 우체국분임 현금출납공무원명의의 자기앞수표를 담보로 교부받았는데 그 당시 채무자의 처가 우체국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또 위 수표는 어느 우체국에서든지 즉시 액면금 상당의 금원을 지급받을 수 있는데도 일정기간경과 후 차용한 금원을 반환하고 회수하여 간다는 조건으로 교부받은 점, 그후 채권자는 위 수표발행일로부터 2,3개월이 경과할 때까지 위 수표의 지급제시조차 하지 아니한 채 이를 보관하고 있다가 채무자의 처가 위 수표의 발행행위 등 직무상의 비위사실로 말미암아 고발된 후에야 비로소 지급제시하기에 이르렀다면 채권자는 위 수표의 취득당시 채무자의 처의 위 수표발행행위가 직무상 정당하지 아니함을 알지는 못하였다 하더라도 적어도 이를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것이므로 국가는 채권자에 대하여 그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에게 금 31,000,000원 및 그 중 금 20,000,000원에 대하여는 1985.4.15.부터, 나머지 금 11,000,000원에 대하여는 1985.4.24.부터 각 이 사건 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소송비용은 피고의 부담으로 한다라는 판결.
이 유
성립에 다툼이 없는 을 제1호증(공무원범죄처분결과통보), 을 제2호증(문답조서), 을 제3호증(판결), 을 제4호증(진술조서), 을 제5호증(피의자신문조서), 인영부분의 성립에 다툼이 없으므로 진정 성립이 추정되는 갑 제1,2호증(각 자기앞수표)의 각 기재와 제 1심 및 당심증인 소외 1의 증언(다만, 을 제2호증의 기재 중 뒤에서 믿지 않는 부분 제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소외 2는 1981.5.30.경부터 체신부 정릉우체국장으로서 우편, 우편환, 체신예금 등의 업무를 관장하여 오던중 1985.3.경에 이르러 자신과 그 남편인 소외 3의 채무가 약 100,000,000원에 달하여 이를 갚기 어렵게 되자 위 소외 2가 분임현금출납공무원인 정릉우체국장의 자격으로 자기앞수표를 발행할 수 있음을 이용, 이를 담보로 돈을 빌려 위 채무를 정리하기로 위 소외 3과 공모한 다음 발행하는 자기앞수표의 액면 상당의 금원을 위 우체국에 입금시키지 않고, 또 그 액면상당의 금원을 현금출납일보에 기재하지도 않은 채 1985.3.28경 수표번호 라00039185, 액면금 20,000,000원, 발행일 1985. 이하 불상으로 된 서울정릉우체국 분임현금출납공무원 소외 2 명의의 자기앞수표 1매를, 1985.4. 하순경 수표번호 라00039190, 액면금 11,000,000원, 발행일 1985.4.24로 된 같은 명의의 자기앞수표 1매를 각 임의로 발행한 사실, 위 소외 3은 소외 1의 소개로 부동산중개 및 사채알선 등을 하는 원고에게, 1985.4.15. 위 액면금 20,000,000원의 수표를 3개월 후에 채무 변제시에 반환받는 조건으로 교부하고 원고로부터 위 액면금에서 월 3푼의 비율로 계산한 3개월분의 이자를 공제한 금액을 대여받고, 1985.4.24.위 액면금11,000,000원의 수표를 같은 조건으로 교부하고 위 액면금에서 월 3푼의 3개월분의 이자를 공제한 금액을 대여받은 사실, 원고는 위 2매의 자기앞수표(이하, 이 사건 수표라고 한다)중 액면금 20,000,000원의 것은 1985.7.3. 액면금 11,000,000원의 것은 1985.6.5. 각 지급제시하였으나 분실된 수표라는 이유로 지급거절당한 사실을 각 인정할 수 있고, 을 제2호증의 기재 중 위 인정에 반하는 듯한 부분은 믿지 아니하며, 달리 반증이 없다.
원고는, 국가공무원인 위 소외 2가 그 직무에 관련하여 위와 같이 불법적으로 발행한 이 사건 수표를 원고에게 할인하여 감으로써 원고에게 이 사건 수표액면금 상당의 손해를 입혔으니 피고는 원고에게 위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함에 대하여 피고는 원고가 위 각 어음취득 당시에 이 사건 수표가 적법하게 발행되지 아니하였음을 알았거나 중대한 과실로 이를 알지 못하였으니 피고로서는 위 각 수표발행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손해를 입었다 하더라도 이를 배상할 책임이 없다고 주장한다.
살피건대, 위 소외 2의 직무의 성질 및 권한에 비추어 볼 때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는 일응 외관상으로는 그 직무관련성이 인정되므로 피고는 공무원인 위 소외 2의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로 인하여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나, 다른 한편 사용자가 피용자의 제3자에 대한 행위가 외관상으로 직무범위내에 속하는 것으로 보이는 경우에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것은 거래행위에 관한 한 행위의 외형에 대한 제3자의 신뢰를 보호하려는 데 있는 것이므로 제3자가 그 거래행위를 함에 있어서 그 사무집행상의 부적법성을 알았거나 혹은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알지 못한 경우에는 이를 보호할 필요가 없다고 함이 공평의 원칙상 타당하다 할 것인 바, 앞에서 채용한 증거에 의하면, 원고는 위 소외 1을 통하여 우체국장인 위 소외 2가 채무자인 우 소외 3의 처임을 알고 있었고, 위 소외 3 및 소외 2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위 소외 3에게 돈을 빌려주고 그 담보로 이 사건 수표를 교부받았으며, 체신부 산하 우체국 분임현금 출납공무원 명의의 이 사건 수표와 같은 자기앞 수표는 그것이 정당하게 발행된 것이면 그 소지인은 어느 우체국에서든지 이를 제시하여 그 액면 상당의 금원을 즉시 지급 받을 수 있음에도 위 소외 3 등은 원고로부터 금원을 차용하면서 일정기간 경과후 차용한 금원을 반환하고 회수하여 간다는 조건으로 원고에게 이 사건 수표를 교부하였고, 원고는 위 약정에 따라 이 사건 자기앞수표를 유통시키거나 지급제시 기간내에 지급제시하지 아니한 채 수표발행일자로부터 각 2,3개월이나 지나도록 보관하고 있다가 위 소외 2가 1985.6.3.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 등 그 직무상의 비위 사실이 적발되어 서울체신청에 의하여 수사기관에 고발된 후에야 비로소 지급제시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이와 달리할 증거는 없으니,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보면 원고는 이 사건 수표의 취득시 위 소외 2의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가 직무상 정당하게 발행한 것이 아닌 것임을 알지는 못하였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그 알지 못한 데에 중대한 과실이 있었다고 볼 수 있고, 따라서 이러한 중대한 과실이 있는 원고에 대하여는 피고가 위 소외 2의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로 인한 사용자로서의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아니한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있다.
그렇다면, 피고에게 공무원인 위 소외 2의 이 사건 수표발행행위에 관한 손해배상책임이 있음을 전제로 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 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원고의 항소를 기각하고, 소송비용의 부담에 관하여는 민사소송법 제96조 , 제89조를 적용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