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 법원의 심판 범위
원고들은 제1심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① 피고가 수집·보유하고 있는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통신자료제공 요청에 따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고, ② 피고가 수집·보유하고 있는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형사소송법에 의한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에 따라 제3자에게 제공한 현황을 공개하며, ③ 위자료로 각 2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청구를 하였는데, 제1심은 ① 청구만 인용하고, 나머지 ②, ③ 청구는 기각하였다. 이에 대하여 원고들만 그 패소부분에 대하여 항소를 제기하였으므로, 이 법원의 심판대상은 위 ②, ③ 청구 부분에 한정된다.
2. 제1심 판결의 인용
이 법원이 이 사건에 관하여 설시할 이유는 위자료 청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은 판단을 추가하는 이외에는 제1심 판결문 이유 기재와 같으므로, 민사소송법 제420조 본문에 의하여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3. 추가 판단 사항
가. 원고들의 주장
원고들의 개인정보와 관련하여 피고의 통신자료제공 현황 및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에 의한 자료제공 현황에 대한 각 위법한 열람·제공 거부로 인하여 원고들은 정신적 손해를 입었으므로 피고는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나. 판 단
살피건대, 앞에서 본 바와 같이 형사소송법상 이메일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의 집행현황에 관하여는 수사가 종결되기 전에는 피고가 이를 통지할 의무가 없으므로 피고가 그 제공을 거절한 것은 위법성이 있다고 할 수 없다. 다만,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제공요청에 따라 제3자에 제공한 현황을 요구한 이상 피고로서는 필요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거절한 사실은 앞서 인정한 바와 같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는 아래와 같은 이유로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1) 민법 제751조의 신체, 자유, 명예의 침해는 단지 예시적인 열거일 뿐으로 위자료청구권은 본조에 열거된 사항에 한하지 않고 널리 비재산적 손해(정신적 손해)가 있는 경우에 인정된다. 즉 위자료 청구권은 인격권이나 순수한 재산권의 침해로 인하여 비재산적 손해(주로 정신적 손해)를 입은 경우에 인정될 수 있다. 그 중 인격권은 인격적 속성을 대상으로 하여 그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제3자의 침해에 대해 보호되어야 할 모든 이익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정의에서 보듯이 인격권은 그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포괄적인 성격을 가진 권리이다. 인격권에는 일반적 인격권과 개별적 인격권의 개념이 있는데, 개별적 인격권은 명예권, 성명권, 초상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생명, 신체, 자유 등 한정된 구성요건을 가진 개개의 인격권을 의미하며, 일반적 인격권은 그러한 개별적 인격권의 총체이고 또 충분이 한정되기에는 이르지 않았으나 보호되어야만 할 인격권을 포함하는 개념인 동시에 그러한 개별적 인격권의 모체이다. 인격권이 포괄적인 성격을 가진 권리이므로, 인격권의 보호범위 또한 매우 광범위하여 그 범위를 한정하기는 쉽지 않다. 한편 개별적 인격권 중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즉 프라이버시(privacy)권은 “타인이 멋대로 개인의 사적인 사실에 관하여 정보를 취득하지 못하게 하고, 또 타인이 자기가 알고 있는 개인의 사적인 사실을 멋대로 제3자에게 공표하거나 이용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인격적 자율 내지 사생활상의 평온을 유지하는 이익”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2)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이들 헌법 규정은 개인의 사생활 활동이 타인으로부터 침해되거나 사생활이 함부로 공개되지 아니할 소극적인 권리는 물론, 오늘날 고도로 정보화된 현대사회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적극적인 권리까지도 보장하려는 데에 그 취지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대법원 1998. 7. 24. 선고 96다42789 판결 참조). 즉 현대사회에서 개인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을 규정한 헌법 제10조 제1문에서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 및 헌법 제17조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의 일종으로서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를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를 ‘자기정보자기결정권’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즉 정보주체가 개인정보의 공개와 이용에 관하여 스스로 결정할 권리를 가진다{헌법재판소 2005. 7. 21. 선고 2003헌마282, 425(병합) 전원재판부 결정 참조}. 이에는 국가 및 사인(私人)에 대하여 자신의 정보에 대해 수집 금지, 열람·정정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외에 자신의 동의 없는 개인정보 이용행위에 대해 삭제·이용중지 등 금지를 청구할 수 있는 권리 역시 포함된다.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신체, 신념, 사회적 지위, 신분 등과 같이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이나 사사(私事)의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한다(위 헌법재판소 결정 참조).
(3) 위자료 청구권의 발생원인으로서의 인격권의 침해를 세분하면, 생명·신체·자유·정조 등과 같은 신체적 측면에 관한 인격권의 침해, 명예·성명·초상·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등과 같은 정신적 측면에 관한 인격권의 침해 및 신용·영업 등과 같은 경제적 측면에 관한 인격권의 침해로 나눌 수 있다. 그런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의하여 보장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경우, 이용자들의 동의 없이 이용자들의 정보를 수집하거나 필요한 범위를 벗어나 과도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하는 경우, 수집 목적에 어긋나게 개인정보를 사용하거나 무단으로 이용하거나 제3자에게 제공하는 행위, 심지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보관중인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타에 제공한 현황 등을 이용자의 공개요청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공개를 거부하는 행위 등은 원칙적으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4) 한편 법제사적으로 가장 먼저 불법행위법의 보호를 받은 인적 이익은 물론 인간의 생명 및 신체였으나, 인류문화의 진보에 발맞추어 법의 보호를 받는 인적 이익은 계속 증가하여 왔고, 사회생활이 복잡하여지고 인간의 감정이 섬세화하면 할수록 그러한 인적 이익의 모습은 앞으로도 더 다양해질 것이다. 급기야 오늘날에 와서는 권리만이 불법행위법의 보호를 받는 것은 아니라고 하는 견해(권리침해 불필요설)가 지배적이 되었고, 반드시 권리침해가 있어야만 불법행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견해가 당연시되기에 이르렀다. 권리라고까지는 할 수 없지만 그 침해에 대하여 불법행위법의 보호나 구제가 필요하다고 관념되는 인적 이익이 분명 우리 주변에 존재하고, 이를 굳이 무슨 권리라고 이름 붙이지 아니하여도 생명·신체·자유·명예와 마찬가지로 '보호할 가치'가 있는 이상에는 이른바 '권리 아닌 인적 이익'이나 '귀중한 생존요건'으로서 권리와 마찬가지로 보호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모든 인적 이익의 침해에 대하여 당연히 위자료가 인정될 수는 없고 어느 정도의 제한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익이 어느 정도 침해되었을 때 이에 대하여 위자료 청구를 인정할 것인가 여부는 결국 그 시대의 건전한 관념상 '보호할 가치'가 있느냐 아니냐 하는 기준에 의하여 판단할 수밖에 없는 것이 된다. 그리고 생명·신체·자유·명예 등과 동시(同視)할 수 없는 사소한 인적 이익일지라도 그 가해방법이나 태양이 현저히 공서양속에 반하는 고의에 의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경우에는 위자료 청구를 긍정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5) 이 사건에 돌아와 보건대, 원고들이 피고에 대하여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전기통신사업법상 통신자료 제공요청에 따라 제3자에 제공한 현황을 요구하였음에도 피고가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함으로써 원고들로서는 피고가 제3자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그 범위 내에서 헌법상 보장되는 인격권의 일종인 개인정보자기결정권, 특히 이 사건의 경우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수집·관리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를 선택할 때 자신의 정보가 어떻게 관리되고 보호되는가를 알 수 있는 권리 또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회원 탈퇴 여부를 결정할 권리 등이 침해될 위험성이 발생하였다고 볼 여지가 없지는 아니하다. 그러나 개인정보의 종류 및 성격, 수집목적, 이용 및 제공형태, 정보처리방식 등에 따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인격권 또는 사생활의 자유에 미치는 영향이나 침해의 정도는 달라지므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제한이 정당한지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위와 같은 요소들과 추구하는 공익의 중요성을 아울러 헤아려야 할 것이다.
(6)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고들은 자신들이 입은 정신적 손해는 피고의 공개거부로 인해 피고가 제3자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어 생기는 ‘불안감’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피고의 통신자료제공현황에 대한 공개거부는 인격권 침해의 태양 중 사적 사실의 공개, 즉 피고가 제3자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위법하게 유출하였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수사기관 등에 법령에 따라 제공한 통신자료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것일 뿐이고, 원고들이 공개를 요청한 통신자료제공현황의 내용도 결국은 재판이나 수사에 이용될 원고들 개인정보와 관련된 것인데, 이에 관한 통신비밀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의 해석상 비밀유지의무와 통신사실자료제공은 서로 모순된다고 볼 여지가 있었던 점, 원고들로서는 피고의 통신자료제공현황에 대한 공개거부시 피고 회원으로서의 탈퇴 여부 등을 결정할 자유를 여전히 갖고 있는 점, 설령 피고가 원고들에 대한 개인정보를 수사기관 등에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구 전기통신법 제54조 제3항(현행 전기통신법 제83조 제4항)에 따른 공공 목적의 통신자료제공인 데다가, 위 법률에 따라 제공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에 그치고, 그 개인정보를 받은 당사자는 일반의 제3자가 아닌 수사기관이나 법원일 뿐이며, 그 개인정보가 제3자에게 다시 유출되거나 원고들의 의사에 반하여 제3자가 그 자료를 공유할 위험성은 희박해 보이는 점 등의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원고들이 피고의 공개거부로 인해 피고가 제3자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가지게 되었다 하더라도 이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의 공개거부로 인해 원고들이 수인한도를 초과하여 피고가 금전으로 위자할 만한 구체적인 정신적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나아가 피고가 나름대로 관련 당국의 의견을 물어 공개거부 조치를 취하였던 점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은 원고들의 인적 이익에 대한 피고의 가해방법이나 가해태양이 현저히 공서양속에 반하는 고의에 의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크다고 평가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도 없다. 더욱이 이 사건의 원고들은 무슨 구체적인 사건이 있어서 이 사건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니라, 피고가 제3자에게 원고들의 개인정보를 제공한 사실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쾌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내세워 일종의 시험소송의 일환으로 이 사건 청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은 구체적인 사건성이 없이 추상적인 법령의 해석을 구하는 소송에 가까운 것이므로, 위자료의 지급대상이 되는 구체적인 정신적 고통을 인정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할 것이다.
(7) 결국 피고의 공개거부로 인하여 원고들이 입게 되는 정신상의 고통은 원고들의 공개청구가 인용되어 승소하는 것에 의하여 회복되고 승소하여도 회복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은 특별사정으로 인한 손해라고 볼 것이므로, 원고들의 위자료 청구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승소만으로는 회복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인정될 만한 특별한 사정의 존재와 그러한 특별사정에 대한 예견가능성이 전제되어야 할 것인데, 원고들은 이 점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입증에 실패하였다고 판단되므로, 원고들의 이 사건 위자료 청구는 받아들이지 아니한다.
4. 결 론
그렇다면 원고들의 당심 심판대상 청구를 기각한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원고들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모두 기각하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