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원고, 피상고인원고 (소송대리인 변호사 ○○○)
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한다.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본원 합의부에 환송한다.이 유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1.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그 판결에서 채용하고 있는 증거들을 종합하여 다음과 같은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소외 1은 1965. 11. 18. 서울 강서구 (주소 1 생략) 대 473㎡(위 토지는 그 후 여러 번 분할 및 합병을 거쳐 현재 같은 번지 대 658㎡로 되었다)를 매수하여 같은 달 26. 그의 명의로 소유권이전등기를 경료하고 이를 소유하여 오던 중, 1971. 8. 12.경 위 대지 위에 건축되어 있던 기존 구 가옥을 철거하고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주택을 신축하면서 그 무렵 위 대지에 인접한 피고 소유의 같은 동 (주소 2 생략) 대 20㎡, 같은 동 (주소 3 생략) 대 150㎡, 같은 동 (주소 4 생략) 대 60㎡와 같은 동 (주소 5 생략) 대지 중 원심판시 각 점을 순차 연결한 선상에 담장 및 대문을 설치하고 그 안쪽에 있는 피고 소유의 같은 동 (주소 6 생략) 대 33㎡와 위 (주소 2, 3 생략) 대지상에 철근콘크리트조 평슬라브즙 1층 차고를, 위 (주소 5, 3, 4 생략) 지상에 철근콘크리트조 평슬라브즙 지상 1층 물치장을 각 축조하고, 그 외에도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 중 원심판시 각 점을 순차 연결한 선 내 토지 부분을 위 주택의 마당으로 사용하여 왔다.
그 후 원고는 1991. 3. 18. 위 소외 1로부터 위 (주소 1 생략) 대지와 그 지상의 주택을 매수한 이래 피고 소유의 위 대지들 중 위 소외 1이 점유하였던 부분을 계속 차고, 물치장 및 위 주택의 마당 등으로 점유·사용하여 오고 있다.
원심은 위 사실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위 소외 1은 1971. 8. 12.부터 피고 소유의 위 대지들 중 위 점유 부분인 원심판시의 각 점을 순차 연결한 각 부분을 소유의 의사로 평온, 공연하게 점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할 것이고, 원고는 위 소외 1의 점유를 승계하여 그 점유 개시일로부터 20년이 경과한 1991. 8. 12.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 부분에 관하여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한 후, 위 소외 1의 점유는 타주점유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하고, 취득시효 완성을 원인으로 하여 이 사건 대지에 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있다.
2.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면 물건의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은 없고, 오히려 그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점유자가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이는 권원에 바탕을 두고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었거나,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하는 것으로 볼 수 없는 객관적 사정, 즉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아니하였던 것이라고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된 경우에도 그 추정은 깨어진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대법원 1991. 11. 26. 선고 91다25437 판결, 1994. 11. 8. 선고 94다28680 판결, 1995. 3. 17. 선고 94다14445, 14452 판결, 1995. 11. 24. 선고 94다53341 판결 등 참조).
그러므로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도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점유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할 것이다. 따라서 종래 이와 달리 점유자가 타인 소유의 토지를 무단으로 점유하여 왔다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권원의 성질상 자주점유에 해당한다는 취지의 판례( 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다43654 판결, 1994. 4. 29. 선고 93다18327, 18334 판결, 1994. 10. 21. 선고 94다17475 판결, 1996. 1. 26. 선고 95다863, 870 판결 등)와 지방자치단체가 도로로 편입시킨 토지에 관하여 공공용 재산으로서의 취득절차를 밟지 않은 채 이를 알면서 점유하였다고 인정된 사안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위 토지 점유가 자주점유의 추정이 번복되어 타주점유가 된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의 판례( 대법원 1991. 7. 12. 선고 91다6139 판결 등)의 견해는 모두 변경하기로 한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 원심이 채용한 갑 제1호증의 1 내지 4(각 등기부등본), 을 제8호증의 2 내지 5(각 진술서)의 각 기재, 원심이 배척하지 아니한 갑 제2호증의 1 내지 4(각 토지대장등본), 을 제4호증의 1, 2(각 사진)의 각 기재 및 영상과 원심 증인 1의 증언에 의하면,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는 위 소외 1이 1971. 8. 12.경 점유를 시작하기 오래 전부터 피고의 소유로 등기되어 있는 경사지로서 잡목이 자라고 있던 공터였는데, 그 무렵 위 소외 1은 자신의 소유인 위 (주소 1 생략) 대지와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 사이에 설치되어 있던 철조망을 임의로 제거하고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를 점유하기 시작하였던 사실이 인정되므로, 위 소외 1은 피고 소유의 위 각 대지에 대한 점유를 개시할 당시에 성질상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정을 잘 알면서 피고 소유인 위 각 대지 중 원심판시 각 부분을 점유하였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따라서 위 소외 1이 위 각 대지 부분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이라는 추정은 깨어졌다고 보아야 할 것이고, 달리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의 점유는 타주점유라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소외 1의 위 각 대지 부분에 대한 점유가 타주점유라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판결에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의 추정과 타주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상고이유 중 이 점을 지적하는 부분은 이유 있다.
3. 그러므로 나머지 상고이유에 관하여 판단할 필요 없이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케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한다. 이 판결에는 대법관 박준서의 별개의견이 있고, 대법관 천경송의 반대의견이 있는 외에는 관여 대법관들의 견해가 일치되었으며, 대법관 김형선, 대법관 이용훈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이 있다.
4. 대법관 이용훈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법은 공동체 안에서 살고 있는 평균인의 최소 한도의 도덕이라고 할 수 있지만 재산법은 비교적 도덕으로부터 중립적이거나 무관심한 경향을 취하고 있다고 말하여지고 있다. 그러나 재산법에도 신의성실의 원칙이나 선량한 풍속 등과 같이 평균인의 보편적 도덕성을 하나의 해석 기준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일반적 준칙이 있을 뿐만 아니라 민법이 조리를 법원(법원)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볼 때, 재산법도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을 도외시한 법체계라고 말할 수는 없다. 따라서 재산법의 해석에 있어서도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이 존중되어야 함은 당연하다.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점유자의 소유의사의 추정의 문제도 단순한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의 유무에 관한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점유제도의 사회적 작용 때문에 그 판단에 있어서는 당연히 규범적 고려를 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그 해석에 있어서 이러한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은 당연히 고려되어야 하는 것이다. 다수의견이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인지 여부를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고 한 것은 소유의 의사가 점유자의 자의에 따라 변하여서는 아니된다는 규범적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긍정한 것이다.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에 그 점유자가 정상적인 사고와 행동을 하는 평균인이라면, 동산과는 달리 은닉하여 소유권자의 추급을 회피할 수도 없는 부동산을 점유 개시 당시부터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정한 소유자가 그 반환을 구하는 경우에 이를 반환할 것이지만 그 동안 일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나 장차 그 소유권자로부터 본권을 취득할 의사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보는 것이 사회통념과 우리의 생활경험에 합치하는 것이고, 그것이 바로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이라고 할 것이다. 부동산의 무단점유의 경우에 동산을 절취한 자와 같이 처음부터 진정한 소유권을 배척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를 개시하려는 자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이와 같은 사람은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과는 동떨어진 사고를 가진 극히 예외적인 반사회적인 사람이라고 밖에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예외적인 사람의 의사를 기준으로 하여 그것이 무단점유자의 일반적 의사인 것처럼 취급하거나 법적 효과를 발생하는 소유의 의사가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 것은 평균인의 일반적 사고를 기준으로 하여야 하는 법적 판단의 기본원칙에 반하고, 법이 그 기초를 두고 지향하여야 할 정의관념에도 반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점유자의 점유에 소유의 의사가 있는지 여부는 점유자의 선의·악의와는 상관없는 이와 같은 평균인의 사고를 기준으로 한 규범적 판단의 문제이다. 따라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증명된 경우에는 그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봄이 마땅하다.
더욱이 민법 제197조 제1항이 물건의 점유자가 그 물건을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라고 한 규정은 물건의 점유라는 전제 사실로부터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는 법률상의 사실 추정 규정으로서 사물의 개연성을 바탕으로 한 경험칙을 법규화한 것이다. 여기에서 소유의 의사라 함은 요컨대 타인을 배제하면서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할 의사를 말한다고 할 것인데, 점유하는 물건이 동산인 경우에는 점유가 소유권의 공시방법이므로 그 점유자에게 위와 같은 소유의 의사가 존재할 개연성은 아주 높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은 등기라는 공시방법을 갖추어야만 비로소 그 효력이 생긴다는 형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법 아래서는 부동산을 소유할 의사가 있는 사람은 등기를 하여야 소유권을 취득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이며 소유권의 등기를 하지 않은 채 부동산을 소유하고자 하는 경우란 극히 예외적이라고 할 것이다. 그렇다면 점유하는 물건이 부동산인 경우에도 동산과 마찬가지로 점유 그 자체로부터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를 추정하는 것은 등기 없이 부동산에 관한 물권을 취득하도록 하는 의사주의를 채택하였던 구 민법 아래서는 그 시대의 사회실정을 반영한 사고방식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형식주의를 채택한 현행 민법이 시행된 지 오랜 세월이 지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그러한 법감정이 그대로 타당하다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부동산은 등기로써 그 권리관계가 공시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소유자라고 하여 항상 물리적인 점유를 하고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점유와 물건의 견련 정도가 미약할 수밖에 없고, 따라서 소유자가 모르는 사이에 소유자의 의사에 반하는 점유의 개시는 동산의 경우와 달리 그 가능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부동산 점유자의 경우에 민법 제197조 제1항이 규정한 소유의 의사의 추정을 쉽게 깨어질 수 없는 강력한 것으로 본다면,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점유자는 위 추정 규정의 혜택을 받아서 너무 쉽게 부동산에 대한 소유권을 취득하게 되는 반면에 등기한 진정한 소유자는 그 추정을 깨기가 어려운 관계로 절대적 권리인 소유권을 너무 쉽게 상실하는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는 바로 부동산 물권관계에서 등기와 점유가 각기 가지는 역할이 전도되는 결과를 승인하는 것이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므로 물권변동에 관하여 의사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구 민법의 경우와 달리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현행 민법 아래에서는 소유의 의사의 추정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등기제도가 부동산 물권관계 전반에서 가지는 일반적 의미를 정당하게 고려하여야 할 것이며, 부동산 물권관계에 관한 우리 법생활의 실태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할 것이다. 물론 민법 제197조 제1항이 동산·부동산을 구별하지 않고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이상 실정법의 명문 규정을 뛰어 넘어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를 법률상 추정하지 않을 방법은 없다고 하더라도, 그 추정을 쉽게 깨어질 수 없는 확고부동한 것으로 보아서는 아니될 것이고, 오히려 그 추정을 쉽게 깨어 가능한 한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에게 취득시효의 요건사실을 입증하도록 함이 온당하다고 할 것이다. 법률상 사실 추정은 일반적으로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에 집착하여 점유에 의한 소유의 의사의 추정을 깨지기 힘든 절대적인 것으로 보는 견해는 오늘날 우리 민법의 부동산 물권관계에 관한 등기제도의 의미와 법생활의 실태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채 구 민법적 사고방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 동안 취득시효제도 운영에 많은 비판이 행하여지고 있는 것도 이와 같은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을 도외시한 법률해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것이므로, 이제는 더 이상 구 민법적 사고방식을 고집할 일이 아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살고 있는 평균인의 보편적 도의관념에 비추어 볼 때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경우에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보는 것은 지극히 타당한 법적 판단이며, 최소 한도의 도의관념을 가진 평균인의 사고라고 할 것이다.
5. 대법관 김형선의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은 다음과 같다.
일찍이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 709, 82다카1792, 1793 전원합의체 판결에서는 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여야 할 것이나, 점유 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시하였고, 이 사건 다수의견은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인지의 여부를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가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점유 권원에 대한 그 이상의 설명을 하고 있지 아니하나, 여기에서 점유 권원이라 함은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라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고, 위와 같은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권원에는 매매, 임대차 등과 같은 법률행위와 무주물 선점, 매장물 발견 등과 같은 비법률행위도 있을 수 있으며, 그것은 적법한 권원과 부적법한 권원이 있을 수 있는데,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사실관계가 없는 이른바 무단점유는 권원 그 자체가 없는 점유라고 할 것이다.
점유를 위와 같은 권원과의 관계에서 고찰하여 볼 때, 권원이 없음이 밝혀진 경우와 권원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 및 권원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로 나누어 볼 수 있고 권원이 있음이 밝혀진 경우도 그 권원의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와 그 성질이 분명한 경우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 경우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지지 아니하는 것은 권원의 존부가 불분명한 경우와 권원이 있어도 그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에 한한다고 할 것이며, 반면 권원의 성질이 분명한 경우에는 그 성질에 따라 자주점유 여부가 결정될 것이므로 점유의 추정은 유지될 수 없는 것이고 권원이 없음이 밝혀진 경우에도 자주점유의 추정은 깨어진다 할 것이다. 왜냐하면 권원이 없는 점유의 권원의 성질의 불분명 여부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6. 대법관 박준서의 별개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민법 제197조 제1항의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는 취지의 다수의견에 찬성할 수 없으나, 뒤에서 보는 바와 같이 원고의 이 사건 대지에 대한 점유는 그 권원의 성질상 타주점유로 보아야 하므로, 원심판결이 파기환송되어야 한다는 결론에는 찬성하여 별개의견을 표시하는 것이다.
나. 우선 다수의견은 우리 민법과 기존 판례에 저촉된다고 본다.
다수의견은 소유의 의사 추정이 깨어지는 이른바 악의의 무단점유를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으나, 이는 민법 제197조가 점유 태양에 따라 분류한 기준에 의하면 선의 점유의 반대 개념인 악의 점유의 태양에 해당한다고 할 것인데, 민법 제197조는 악의 점유자에게도 소유의사를 추정하고 있고, 대법원 1995. 9. 15. 선고 95다18956 판결 등 많은 판례가 이미 이를 확인하여 왔으므로, 악의의 무단점유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소유의사 추정을 배척하는 것은 이러한 법률과 판례에 저촉된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점유의 소유의사 추정과 그 입증책임에 관한 당원의 기본 판례인 대법원 1983. 7. 12. 선고 82다708, 709, 82다카1792, 1793 전원합의체 판결은 "취득시효에 있어서 자주점유의 요건인 소유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점유 취득의 원인이 된 점유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그 존부를 결정하여야 하는 것이나, 다만 점유 권원의 성질이 분명하지 아니한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스스로 그 점유 권원의 성질에 의하여 자주점유임을 입증할 책임이 없고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임을 주장하는 상대방에게 타주점유에 대한 입증책임이 있다."고 판시한 바가 있다.
먼저 위 판례에서 말하는 점유 권원의 의미에 관하여 이견이 있으므로 그 명백한 해석이 필요하다. 여기서 권원이라 함은 의용 민법 제185조에서 유래된 용어로서 적법한 점유 권원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점유권의 원인이 된 사실을 뜻한다고 함이 통설적 견해이다.
따라서 무단점유도 여기의 점유 권원에 해당되는 것이므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에 따라 무단점유의 경우에도 1차로 그 점유 권원의 성질 즉 무단점유의 원인, 경위 등에 의하여 소유의사 존부를 판단하고, 2차로 그 성질이 불분명한 때에 한하여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소유의사를 추정하여야 할 것이다.
그런데 무단점유의 경우에 구체적인 사건에 따라 쌍방 증거자료에 의하여 그 성질이 밝혀짐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일부 실무에서 그 성질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에 비로소 적용되는 법리인 소유의사 추정을 곧바로 적용하였던 잘못이 있었던 것이다.
우리 판례는 이미 소유의사의 개념을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의사'로 누차 정의하고 있으므로 기록에 나타난 무단점유의 성질과 위 소유의사 개념에 의하여 무단점유의 사안에 따라 소유의사 존부를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일반적으로 타인 소유의 토지를 일시 사용하는 것을 소유자가 용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하는 태양의 무단점유는 소유의사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것이고, 동산 절도는 물론 부동산의 경우에도 위 소유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출된 무단점유의 경우에는 소유의사를 인정해야 할 것이며 그 성질이 불분명한 경우는 이를 추정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견이 폐기하는 당원의 판례의 사안들은 모두 민법 제197조 제1항과 위 전원합의체 판례에 따라 그 무단점유의 성질에 비추어 소유의사가 인정되거나 그것이 불분명하여 소유의사가 추정된 판례로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무단점유의 소유의사는 위 전원합의체의 판례를 유지하는 한 권원의 성질, 즉 무단점유의 성질에 따라 마치 법률행위 해석과 마찬가지로 무단점유의 취지를 파악하여 소유의사 존부를 판단하고, 그것이 불가능한 때에는 민법 제197조 제1항의 규정대로 소유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의 견해에 의하면 무단점유의 표본인 동산절도의 경우, 타인의 부동산을 소유권등기까지 하며 무단점유하는 경우 또는 타주점유자가 소유자에게 소유의사를 표명한 무단점유의 경우까지도 논리상 소유의사를 부정할 수밖에 없게 되어 현재의 통설·판례와 저촉된다. 다수의견이 밝힌 특별한 사정을 내세워 그 소유의사를 인정한다면 이는 결국 새로운 사정이 아닌 무단점유 자체의 성질에 따라 소유의사를 인정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다. 다수의견은 무단점유가 입증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소유의사 추정은 깨어진다고 하여 무단점유의 경우 소유의사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의 입증책임을 점유자가 부담한다는 취지인 것으로 이해되나 이는 법률상 추정의 일반법리에 어긋나고 위 전원합의체 판례에 저촉된다.
법률상의 추정은 개연성만이 아니라 소송에서 어느 쪽 당사자의 지위를 우대할 것인가 하는 입법정책적 고려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법 제197조 제1항은 모든 점유자에게 소유의사를 추정하고 있으므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밝힌 바와 같이 소유의사를 복멸시키는 입증책임은 상대방에게 있는 것이고, 따라서 무단점유의 경우에도 법관은 그 점유의 성질이 불명하여 소유의사에 관하여 확신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법률의 규정에 의하여 소유의사를 추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고, 상대방이 본증으로서 권원의 성질상 소유의사 없음을 법관이 확신하도록 입증하여야만 위 법률상 추정은 비로소 복멸되는 것이다.
점유자의 소유의사를 복멸시키는 상대방의 입증이 법률상의 추정을 깨기 위한 입증책임에 의한 본증이므로, 상대방이 소유의사 없는 것으로 사실상 추정되도록 입증에 거의 성공하여 점유자가 다시 소유의사를 인정할 특별한 사정을 입증하는 경우에도 점유자의 이러한 입증은 법관의 확신을 저지하기 위한 것으로 여전히 반증인 것이지 입증책임에 의한 본증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다수의견은 악의의 무단점유를 타주점유로 사실상 추정하여 자주점유로 볼 특별한 사정의 입증책임을 점유자에게 전환시키고 있는 취지로서 결국 민법 제197조 제1항의 법률상 추정을 외면하는 결과가 되므로, 이는 추정 복멸에 관한 법관의 확신이 있기까지 법률상 추정이 유지된다는 법률상 추정의 일반법리에 어긋나는 것이고 또한 위 전원합의체 판결이 밝힌 점유에 있어서 소유의사 입증책임의 판례와도 저촉된다.
라. 한편, 타인 소유 지상의 주택만이 매도되는 경우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매수인은 그 주택의 부지에 대하여 점용권만을 매수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러한 경우 그 토지의 점유는 소유자를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려는 것이 아니고 권원의 성질상 타인 소유임을 용인한 타주점유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대법원 1997. 1. 24. 선고 96다41335 판결, 1997. 2. 14. 선고 96다50223 판결 등).
마. 돌이켜 이 사건에 관하여 살피건대, 원심이 적법히 확정한 사실관계에 의하면, 소외 1이 1971. 8. 12. 그 소유의 서울 강서구 (주소 1 생략) 대 473㎡ 와 그에 인접한 이 사건 대지 중 일부의 지상에 이 사건 주택을 건축하고 이 사건 대지를 차고, 물치장 및 마당 등으로 무단으로 점유하여 왔는데, 원고가 1991. 3. 18. 위 소외 1로부터 위 (주소 1 생략) 대지와 그 지상의 주택을 매수한 이래 이 사건 대지를 같은 용도로 점유·사용하여 왔다는 것인바, 사정이 이와 같다면 원고의 이 사건 대지에 대한 점유는 그 점용권만의 매수에 기초한 것으로서 그 권원의 성질상 타인 소유임을 용인한 타주점유로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원고가 위 소외 1로부터 위 (주소 1 생략) 대지와 그 지상의 주택을 매수한 이래 이 사건 대지를 같은 용도로 점유·사용하여 왔다는 사정만으로 원고의 이 사건 토지에 대한 점유도 자주점유라고 단정하여 위 소외 1이 그 점유를 개시한 때로부터 20년이 경과한 1991. 8. 12. 이 사건 대지를 점유 취득하였다고 인정한 조처는 자주점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 아니할 수 없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므로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 있다. 따라서 원심판결을 파기하여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함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다.
7. 대법관 천경송의 반대의견은 다음과 같다.
가. 민법 제197조 제1항의 규정에 의하면,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므로 점유자가 취득시효를 주장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스스로 소유의 의사를 입증할 책임이 없고 오히려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없는 점유임을 주장하여 점유자의 취득시효의 성립을 부정하는 자에게 그 입증책임이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과 소유의 의사 자체는 의사적 요소이지만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자의 내심의 의사가 아니라 점유 권원의 성질이나 점유와 관계 있는 모든 사정에 의하여 외형적·객관적으로 결정되어야 한다는 점 및 민법 제197조 제1항에 의하여 점유자는 소유의 의사로 점유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점유자가 지상권, 전세권, 임차권 등과 같이 점유의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볼 권원에 터잡아 점유를 취득한 사실이 증명되거나 또는 경험칙상 소유의 의사가 없었던 것으로 볼 객관적인 사정 즉 점유자가 점유 중에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 등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지 않았던 것으로 볼 만한 사정이 증명되었을 때에도 그 추정은 깨어지는 것이라는 점에 대하여는 다수의견과 견해를 같이하는 바이다.
그러나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된 경우에는 점유자가 타인의 소유권을 배척하고 점유할 의사를 갖고 있지 않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 이로써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진다는 다수의견의 견해에는 찬성할 수 없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민법 제245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부동산 점유취득시효제도는 부동산에 대한 소유의 의사로써 하는 사실상의 지배(점유)가 장기간 계속되는 경우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그 점유자에게 소유권을 취득하게 하는 제도이고, 위 규정상의 소유의 의사는 '소유자와 동일한 지배를 사실상 행사하려는 의사' 또는 '타인의 소유권을 배제하여 자기의 소유물처럼 배타적 지배를 행사하는 의사'를 일컫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지배자의 자연적 의사일 뿐이고 자기에게 법률상 그러한 지배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있거나 소유권이 있다고 믿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대법원 1980. 5. 7. 선고 80다671 판결, 1992. 6. 23. 선고 92다12698, 12704 판결, 1993. 4. 9. 선고 92다41498 판결 등 참조), 점유자의 점유가 소유의 의사 있는 자주점유인지 아니면 소유의 의사 없는 타주점유인지의 여부는 점유 취득의 원인인 권원의 객관적 성질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여기에서 말하는 권원은 부동산을 점유·사용할 본권 자체나 본권의 취득을 목적으로 하는 법률행위 내지 법률관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점유 취득의 원인된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 중에는 예컨대, 참칭상속인이 진정한 상속인을 제쳐놓고 상속 대상 부동산을 점유·사용하는 경우처럼 점유 권원의 성질상 점유자가 소유자와 동일한 의사로 점유하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경우도 있고, 반대로 진정한 소유자의 반환요구가 있으면 반환하겠다는 의사로 점유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어 점유자의 의사가 그 어느 쪽인지 분명하지 아니하므로, 위와 같은 입증이 있다는 것만으로 점유자의 점유가 권원의 객관적 성질상 소유의 의사가 없는 점유라고 단정할 수는 없는 노릇이며, 또 다른 부가적 사정 없이 단순히 점유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하였다(아래에서 이러한 점유자를 편의상 '악의의 무단점유자'라고 부른다)는 사정만으로 외형적·객관적으로 보아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라면 통상 취하지 아니할 태도를 나타내거나 소유자라면 당연히 취했을 것으로 보이는 행동을 취하지 아니한 경우에 해당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점유취득시효에 있어서는 점유자가 선의임을 그 요건으로 삼지 않고 있어 악의의 점유자도 자주점유라면 시효취득을 할 수 있는 것이므로, 위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점유한다는 것은 그 점유가 악의의 점유라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 수는 있어도 그 점유가 자주 또는 타주점유인지 여부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것이므로 이러한 사정만으로 자주점유의 추정을 깨뜨리는 사정이 입증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만약 다수의견과 같이 '악의의 무단점유자'의 경우는 소유의 의사가 없는 것이라 한다면 실질적으로는 법문에도 없는 점유자의 선의나 정권원(정권원)의 존재를 소유의 의사의 요건 내지 점유취득시효의 전제조건으로 삼는 것이 될 것이고, 이는 종래 당원이 밝히고 있는 소유의 의사 또는 점유 권원의 개념이나 민법 제245조 제1항의 규정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다.
나. 다수의견은 '악의의 무단점유자'의 경우에 왜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지는 것인지 그 이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다.
다수의견은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소유자와 아무런 법률관계를 맺지 아니하고 무단점유한 경우에는 점유자가 진정한 소유자의 소유권을 배척하려는 의사를 가지고 점유를 개시한 것이라기보다는 진정한 소유자가 그 반환을 구하면 이를 반환하겠지만 그 동안 일시적으로 사용하겠다는 의사로 점유를 개시하였을 개연성이 더 높다는 것을 입론의 근거로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무단점유자들에게 도덕적으로 위와 같은 반환의사를 요구함은 몰라도 원래 물건을 점유하여 권리를 행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위하여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를 위하여 하는 것이 보통일 터이므로 무단점유자들의 의사를 다수의견과 같이 보기 어려울 뿐더러 다수의견이 내세우는 개연성만으로 법률상의 추정인 민법 제197조 제1항이 규정한 점유자의 소유의사의 추정이 번복될 리 없다.
더욱이 이 사건과 같이 경계를 침범하여 타인의 토지를 자기 소유의 건축물의 부지로 계속 점유하여 오고 있는 경우는 진정한 소유자를 배제하고서 자신이 소유자인 것처럼 배타적이고도 공연하게 점유하는 특성이 한층 뚜렷하고, 진정한 소유자와 사이에 가족관계나 공유관계 등 특별한 관계가 없이 토지 소유자에게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아니한 채 독립하여 점유하는 것이므로 그 점유기간 중 외형적·객관적으로 나타난 점유행태로 볼 때는 오히려 자주점유로 인정될 여지가 더 크다고 할 것이어서 다수의견과 같이 자주점유의 추정이 깨어진다고 단정하여서는 안될 것이다.
다. 또한 다수의견은 취득시효제도의 존재이유가 진정한 권리자의 권리 증명을 절약하여 오래된 사실에 대한 입증의 곤란으로부터 구제하는 데에 있다는 관점에서 타인의 부동산을 자신의 것이 아님을 알면서 소유자와 아무런 법률관계를 맺지 아니하고 무단점유한 것으로 밝혀진 경우까지 취득시효의 성립을 인정하여 보호할 가치는 없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이는 우리들의 법감정상 이해되지 않는 바가 아니나, 민법이 규정하고 있는 취득시효제도의 존재이유는 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실상태가 장기간 계속된 경우에는 그 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되는지 여부를 묻지 않고 영속된 사실상태를 권리관계로 끌어올려 보호함으로써 법질서의 안정을 기하려고 하는 데에 중점을 둔 것이라고 보아야 하고( 대법원 1973. 8. 31. 선고 73다387, 388 판결, 1979. 7. 10. 선고 79다569 판결, 1992. 6. 30. 선고 92다12698, 12704 판결 등 참조), 따라서 여기에 어떠한 규범적 고려가 개입할 여지는 없는 것이다.
취득시효제도가 존재하는 결과 진정한 권리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법이 정하는 일정한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는 법의 보호를 받게 되는 것이고, 그 결과 자기 권리를 장기간 행사하지 않고 권리 위에 잠자고 있던 자가 권리를 상실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하더라도 이는 위에서 본 취득시효제도의 본질과 존재이유에 비추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타인의 부동산을 점유하게 된 원인이야 무엇이든 간에 부동산을 점유·사용하여 마치 권리자처럼 보이는 외형이 오랫동안 계속되어 왔다면 이를 존중하여 그 점유자 및 그러한 외형을 신뢰하고 그와 거래한 자를 보호할 가치와 필요가 충분히 있다 할 것이고(이와 같은 법리는 현행 민법이 법률행위로 인한 부동산 물권의 득실변경에 관하여 형식주의를 채택하고 있다고 하여 달리 볼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취득시효제도의 사회적 기능과 역할은 결코 과소 평가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다수의견이 말하는 '악의의 무단점유자'를 점유취득시효의 보호 대상에서 제외하려면 민법 제245조 제1항 소정의 점유취득시효의 성립요건에도 등기부취득시효의 경우와 같이 점유자의 선의를 새로이 규정하든가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 규정인 민법 제197조 제1항을 개정하는 등 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현행 민법 규정과 소유의 의사의 의미에 관한 당원의 판례를 그대로 유지하는 이상 다수의견과 같은 해석을 허용할 수는 없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다수의견이 들고 있는 소유의 의사가 있는 점유라는 추정이 깨어지는 경우란 점유 개시 당시에 토지 소유자와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아무런 법률행위 등을 맺음이 없이 사실행위로서 타인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하는 경우를 말하는 것으로 이해되나, 원래 '무단점유'라는 개념 자체가 그 폭이 넓은 개념이고, 또 다수의견에서 제시하고 있는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점유하는 경우'란 구체적으로 어떠한 경우인지 그 범위가 명확하지 아니하여 앞으로 실무상 민법 제197조 제1항이 규정한 점유자의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번복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데 오해와 혼란을 초래할 여지가 많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라. 결론적으로 점유취득시효를 주장하는 자가 점유 개시 당시에 소유권 취득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법률행위 기타 법률요건이 없이 그와 같은 법률요건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면서 타인 소유의 부동산을 무단점유한 것임이 입증되었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소유의 의사의 추정이 깨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같은 취지의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고, 따라서 상고를 기각하여야 할 것이다.
이상의 이유로 다수의견에 반대하는 것이다.대법원장 윤관(재판장) 대법관 박만호 최종영 천경송 정귀호 박준서 이돈희 김형선 지창권 신성택 이용훈(주심) 이임수 송진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