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문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지방법원 합의부에 환송한다이 유
상고이유를 본다.
원심은 증거를 취사하여, 원고는 항공운송주선업자, 피고는 의류제조판매업자인 사실, 피고가 소외 주식회사 성도텍스(이하 소외 회사라 한다)와 사이에 소외 회사가 네덜란드국 마페코(Mafecco)사에 수출하기로 한 여성용 의류(이하 이 사건 물품이라 한다)를 피고의 이름으로 수출하기로 하는 수출대행계약을 체결한 사실, 위 계약의 내용은 위 물품의 선적 및 선적서류의 작성, 수출에 따른 수출검사 및 운송에 따른 보험, 운송계약 등은 모두 소외 회사의 비용으로 하고, 위 물품의 수출에 필요한 선적서류, 외환증서, 수출신고서 등의 수출업자 명의는 피고로 하는 약정인 사실, 피고는 위 수출대행계약에 따라 소외 회사에게 위 물품의 수출에 필요한 송장, 비자 및 항공운송장, 보험증서 등을 피고 회사 명의로 작성하여 교부하는 한편,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위 물품의 운송에 관한 협의를 하여 위 물품의 운임을 킬로그램당 미화 2불 50센트로 정한 사실, 원고는 이 사건 물품을 각 항공 편으로 서울 김포공항에서 네덜란드국 로테르담으로 운송한 사실을 인정하는 한편,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수출대행계약이 수출업자 명의만을 소외 회사에게 대여하는 계약인 사실, 원고는 피고와 사이의 위 운송 협의 당시 운임을 소외 회사에 청구하라는 피고의 요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 사실, 피고와의 위 수출대행계약에 따라 소외 회사는 직접 이 사건 물품에 대하여 피고의 이름으로 각 수출신고를 마치고 이를 원고에게 인도한 사실, 원고의 직원인 소외 1은 위와 같이 이 사건 물픔을 운송한 후 소외 회사로부터 운임을 지급받지도 아니한 채 위 물품대금의 수령을 위하여 필요한 항공운송장과 세금계산서 및 지로용지 등을 피고의 직원인 소외 2, 소외 3(소외 4의 오기임이 명백함)에게 교부하여 소외 회사에게 전달하도록 한 사실, 원고는 1993.4.경 소외 회사에 부도가 발생하여 소외 회사로부터 위 운임을 지급받을 수 없게 되자, 피고에게 위 운임의 지급을 구하는 이 사건 청구를 한 사실을 인정한 다음, 위 인정사실에 의하면, 피고는 소외 회사와의 수출대행계약에 따라 소외 회사가 이 사건 물품을 수출함에 있어 그 명의만을 대여한 후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물품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고, 원고로서도 피고가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위 운송계약을 체결한다는 점을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그 운임에 관하여는 이를 소외 회사에 청구하라는 피고의 제의를 용인한 점에 비추어 볼 때, 피고에게 위 운송계약에 따른 운임지급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살피건대,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판단은 피고와 소외 회사와 사이의 수출대행계약이 수출 및 선적에 따르는 모든 절차는 위탁자가 맡아서 자기의 비용으로 하고 수탁자인 대행자는 제반 서류상의 명의만을 자신의 명의로 작성하여 주는 이른바 단순대행 계약이라고 파악한 것에 기초한 것이라 할 것이나, 기록에 의하여 살펴보면, 이 사건 신용장에는 수익자가 피고 회사로 되어 있고, 선적 전에 피고 회사의 검사를 받아 피고 회사의 검사합격증을 위 신용장에 첨부하도록 되어 있으며, 수입자인 마페코(Mafecco)사의 주문서는 피고에게 발행되었으며 수출신고 또한 피고의 명의로 한 사실, 게다가 원고와 피고 사이에 운송계약을 체결함에 있어(원심은 피고가 원고와 사이에 물품운송에 관하여 협의하여 운임을 정한 사실만 인정할 뿐 운송계약 체결 사실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는 아니하면서도 피고가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이 사건 물품의 운송계약을 체결하였다고 할 것이라 판단하였는바, 이 사건 물품운송과 관련하여 원·피고간의 위 협의 이외에 원고와 소외 회사 간에 문서상이나 구두상으로 어떠한 협의나 계약이 체결되었다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으므로 결국 원·피고간의 위 협의에 의하여 운송계약이 체결되었다고 할 것임) 소외 회사가 직접 관여한 바가 없으며 운송계약의 중요한 내용인 운임의 결정에 있어 피고 회사가 직접 원고와 협의를 거쳐 결정하였으며 그 운임결정에 있어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어떠한 지시들을 하였다고 볼 자료가 없는 점, 항공운송장이 송하인을 피고로 하여 발행된 사실 등을 알 수 있는바, 위 인정사실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와 소외 회사와 사이의 수출대행계약이 이른바 단순 대행계약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고 피고가 실질적으로 이 사건 물품의 수출 과정에 관여하였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가 소외 회사와 사이의 수출대행계약에 따라 원고와 사이에 체결한 운송계약이 피고가 소외 회사를 대리하여 체결한 것이라 볼 수는 없고 오히려 피고가 위 운송계약의 직접 당사자라고 봄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원고가 피고와의 이 사건 운송계약 당시 실질적인 화주가 소외 회사라는 점을 알고 있었다 하여도 달리 볼 것은 아니고, 원고가 피고와의 운송 협의 당시 운임을 소외 회사에 청구하라는 피고의 요구에 대하여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였다 하여도 그로써 피고가 운송계약 당사자로서의 운임지급 의무를 면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원심이 거시한 증거를 종합하여 보면 원고의 직원인 소외 1은 위와 같이 이 사건 물품을 운송한 후 소외 회사로부터 운임을 지급받지도 아니한 채 위 물품대금의 수령을 위하여 필요한 항공운송장과 세금계산서 및 지로용지 등을 피고의 직원인 소외 2, 소외 4에게 교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로써 소외 회사에게 전달하도록 한 사실을 인정하기에 미흡하기도 하다).
그렇다면 원심의 위와 같은 인정, 판단에는 채증법칙에 위배하여 사실을 오인하거나 피고와 소외 회사 사이의 수출대행계약의 성격, 원고와 이 사건 운송계약을 체결한 피고의 지위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고, 이 점을 지적하는 논지는 이유가 있다 할 것이다.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