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987. 10. 26. 선고 87도1042 판결 사기·사문서위조·사문서위조행사
사기죄 성립 요건으로서 '처분행위'의 의미 및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유무
결과 요약
- 피고인의 기망행위에도 불구하고 피해자가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었으므로 사기죄의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는 무죄로 판단함.
-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위임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보아 무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함.
사실관계
-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 영업소장으로, 공소외 2의 과다한 외상대금 문제 해결을 위해 공소외 3에게 담보 제공 시 대리점 개설을 제의함.
- 공소외 3은 공소외 4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5 소유의 부동산 등기부등본 및 인감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었음.
- 피고인, 공소외 3, 공소외 4는 피해자를 만나 근저당권 설정 계약서에 서명 및 무인을 받으려 했으나, 피해자는 해당 부동산을 대한제분주식회사에 담보 제공하기로 했다며 거절함.
-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인감증명서가 없으면 등기할 수 없으니, 대한제분에 담보 제공이 어려울 경우를 대비하여 근저당 설정 계약서에 서명과 무인을 해두자고 속임.
- 피고인은 공소외 4가 가져온 피해자의 인감증명서 4통을 돌려주어 피해자를 속이고, 피해자로부터 근저당권 설정 계약서를 포함한 담보 설정 서류에 서명과 무인을 받음.
- 다음 날 피고인은 공소외 3과 공모하여 피해자의 인감증명서 3통과 근저당 설정 서류를 공소외 3에게 넘김.
- 공소외 3은 피해자가 담보 제공 의사가 없음을 알면서도 서류를 받아 대리점 직원 공소외 6에게 등기를 위임함.
- 공소외 6은 사법서사 공소외 7에게 위임하여 해당 부동산에 공소외 2를 채무자로 하는 채권최고액 3,000만원의 근저당 설정 등기를 완료함.
- 이로 인해 공소외 1 주식회사는 3,000만원 상당의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자는 동액 상당의 손해를 입음.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사기죄의 처분행위 의미 및 피기망자의 처분의사 유무
-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함.
- 처분행위는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며, 주관적으로 피기망자가 처분의사(처분결과를 인식)를 가지고 객관적으로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함.
- 이 사건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면, 피고인의 기망에도 불구하고 피해자는 대한제분주식회사에 담보 제공이 불가능할 경우에 대비하여 서류에 서명한 것이며, 인감증명서를 피고인에게 교부할 때까지는 근저당권 설정 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없었음이 명백함.
- 따라서 피해자의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음.
- 피고인이 서류를 가지고 근저당권 설정 등기를 경료한 후속 행위가 다른 죄에 해당될 수 있으나, 사기죄에는 해당하지 않음.
- 원심이 사기 공소사실에 대해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률 적용에 착오가 있으나, 결론적으로 무죄이므로 원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음.
사문서위조 및 동행사의 점
- 원심은 피고인이 공소외 2로부터 위임을 받아 그 명의의 근저당권 설정 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판단함.
- 대법원은 원심의 사실인정이 정당하고 채증법칙 위반이 없다고 보아 상고를 기각함.
관련 판례 및 법령
- 형사소송법 제325조 (무죄판결)
- 피고사건이 범죄로 되지 아니하거나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때에는 판결로써 무죄를 선고하여야 한다.
검토
- 본 판결은 사기죄의 핵심 구성요건인 '처분행위'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보여줌. 단순히 기망에 의해 서류에 서명하거나 날인한 것만으로는 처분행위가 인정되지 않으며, 피기망자가 재산상 손해를 초래할 수 있는 처분 결과를 인식하고 그에 대한 의사를 가지고 행위를 하였는지가 중요함을 명확히 함.
- 피해자가 인감증명서를 돌려받고, 특정 조건(대한제분에 담보 제공 불가) 하에 서류에 서명한 사실을 들어 피해자에게 근저당권 설정이라는 처분의사가 없었음을 논리적으로 판단한 점이 주목됨.
- 이는 사기죄 성립에 있어 기망행위와 처분행위 간의 인과관계뿐만 아니라, 피기망자의 주관적인 처분의사 유무가 매우 중요함을 강조하는 판례로, 유사 사건에서 피기망자의 의사를 면밀히 검토해야 함을 시사함.
판시사항
사기죄에 있어서 처분행위의 의미재판요지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고 그것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가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를 인식하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이 유
1. 이 사건 사기의 점에 관하여 상고이유의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살펴본다.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은 공소외 1 주식회사 제1영업소장으로 재직중인 자인바, 피고인은 기히 거래를 하던 서산에 이 대리점의 공소외 2가 동인이 제공한 담보물의 가액보다 과다한 외상대금이 있어서 고민을 하고 있던 중 공소외 3에게 공소외 2의 채무 중에서 3,000만원에 대하여 새로이 담보를 제공하면 대리점을 개설하여 주겠다고 제의하고, 공소외 3은 기히 공소외 4로부터 피해자 공소외 5 소유의 충남 서산읍 (주소 1 생략) 대지와 건물에 대한 등기부등본 등과 그의 인감증명서 3통을 수령하여 소지하고 있던 중, 1984.1.24.18:00경 충남 보령군 대천읍 대천리 소재 ○○○식당에서 근저당권설정계약서상에 피해자의 자필서명과 무인을 받기 위해 피고인, 공소외 3 및 공소외 4 등이 피해자를 만났으나 그 자리에서 피해자가 위 부동산을 대한제분주식회사에 금 4,000만원의 담보로 제공하기로 하였으니 공소외 1 주식회사에는 담보로 제공할 수 없다고 거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피해자에게 인감증명서만 없으면 근저당설정등기를 할 수 없으니 근저당설정계약서에 자필서명과 무인을 해놓았다가 위 대한제분에 위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할 수 없을 경우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대한 담보제공에 사용토록 하자고 하면서 위 같은 날 공소외 4가 가져온 피해자의 인감증명서 4통을 돌려주어 마치 근저당권설정을 하지 않을 것 같이 위 공소외 5를 속이고 이에 속은 동인으로부터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비롯한 담보설정에 필요한 제반서류에 동인의 서명과 무인을 받은 후 같은 달 25.12:30경 충남 천안시 (주소 2 생략) 소재 공소외 1 주식회사 사무실에서 공소외 3과 공모하여 기히 받아 놓은 피해자의 인감증명서 3통과 근저당설정에 필요한 제반서류를 공소외 3에게 넘겨주고 공소외 3은 피해자로부터 동인의 부동산을 위 회사에 담보제공하지 않는다는 정을 알면서도 피고인으로부터 위 서류를 받아 같은 날 18:00경 그 정을 모르는 위 대리점의 직원인 공소외 6에게 등기를 하도록 위임하여 같은 달 27 시간미상경 위 공소외 6이 사법서사인 공소외 7에게 위임하여 그 시경 위 공소외 7이 대전지방법원 서산등기소에 위 서류를 제출하여 위 부동산에 대하여 공소외 2를 채무자로 한 채권최고액 금 3,000만원의 근저당설정등기를 완료하여 위 공소외 1 주식회사에 동액상당의 이익을 취득케 하고 위 공소외 5에게 동액상당의 손해를 가한 것이다 라고 하여 사기죄로 기소하였는바,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뜨리게 하고 그 처분행위를 유발하여 재물, 재산상의 이득을 얻음으로써 성립하는 것이므로 여기서 처분행위라고 하는 것은 재산적 처분행위를 의미하고 그것은 주관적으로 피기망자가 처분의사 즉 처분결과를 인식하고 객관적으로는 이러한 의사에 지배된 행위가 있을 것을 요한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공소사실 자체에 의하더라도 피고인의 기망에 의하여 위 홍 한 표가 했다는 조사록을 볼 때 그의 부동산을 대한제분주식회사에 담보로 제공할 수 없게 된 것이 분명하게 되어 다시 그의 인감증명서를 피고인에게 교부할 때까지는 근저당권 설정계약을 체결할 의사가 있었던 것이 아님이 명백하다.
그렇다면 여기에는 앞서 말한 재산적 처분행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는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이 위 서류를 가지고 근저당권설정등기를 경료 해버린 후속적 행위가 다른 죄에 해당되는 것은 별론으로 하고 사기죄에는 해당되지 않으므로 이 사건 공소사실은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원심이 이 사건 사기의 공소사실에 대한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하여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한 것은 법률적용에 착오가 있다고 하겠지만 결론에 있어 원판결에 영향을 끼친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2. 사문서위조, 동행사의 점에 대한 상고이유를 판단한다.
원심판결에 의하면, 원심은 그 거시증거들에 의하여 피고인이 위 공소외 2로부터 위임을 받아 이에 기하여 그 명의의 이 사건 근저당권설정계약서를 작성하였다고 판시 하였는바, 기록에 대조하여 보면 원심의 이와 같은 사실인정은 정당하고 채증법칙의 위법이 없다.
3. 그러므로 논지는 이유가 없어 상고를 기각하기로 관여법관의 의견이 일치되어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대법관 윤일영(재판장) 최재호 배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