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원고경상남도교육감 (소송대리인 동서법무법인 ○당변호사 ○○○)
피고경상남도의회 (소송대리인 법무법인 ○해 앤 세계외 1인)
주 문
1. 피고가 2004. 5. 25.에 한 경상남도 학교급식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그 효력이 없다.
2. 소송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이 유
1. 기초 사실
다음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거나, 갑 제7호증의 1, 2의 각 기재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이를 인정할 수 있다.
가. 피고가 2003. 12. 29. 주문 기재 조례안(이하 ‘이 사건 조례안’이라 한다)을 의결하여 원고에게 이송하고, 원고는 2004. 1. 17. 이 사건 조례안이 ‘1994년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1994, 이하 ‘GATT’라 한다) 제3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피고에게 재의를 요구하였으나, 피고는 같은 해 5. 25. 이 사건 조례안을 원안대로 재의결함으로써 이 사건 조례안은 확정되었다.
나. 이 사건 조례안은 먼저, 우리의 식재료와 이를 재료로 사용하는 가공식품을 ‘우리 농·축·수산물’이라고 정의한 다음(제3조 제2항), 교육감은 학교급식에 필요한 경비 중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예산범위 안에서 지원할 수 있되, 지원대상자로 하여금 안전하고 질 높은 학교급식을 위해 우리 농·축·수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지도하고, 이를 준수하는 지원대상자에게 예산을 배부하거나 식재료의 일부를 현물로 지원할 수 있으며(제5조), 지원을 받고자 하는 지원대상자는 우리 농·축·수산물 사용시 소요되는 총 경비와 지원받고자 하는 금액 혹은 물품을 기재한 신청서를 교육감에게 제출하여야 하고(제6조 제5호), 교부받은 지원금은 지원교부결정 내용에 따라 우리 농·축·수산물 구입에 사용해야 하며, 매학기마다 지원금 사용내역에 관하여 관할 교육청을 통해 교육감에게 보고하도록 하는 것(제8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2. 본안 전 항변에 대한 판단
이 사건 조례안이 GATT 제3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그 무효확인을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소에 대하여, 피고는 ‘세계무역기구(WTO) 설립을 위한 마라케쉬협정’(이하 ‘WTO협정’이라 한다) 부속서 2 ‘분쟁해결규칙 및 절차에 관한 양해각서’(Understanding on Rules and Procedures Governing the Settlement of Dispute, 이하 ‘DSU’라 한다) 제23조 제1항, 제2항 (a)에서는, WTO협정 위반 여부에 대한 판정은 WTO 분쟁해결기구(Dispute Settlement Body)만이 재판권을 갖도록 규정하고 있으므로 이 사건 소는 재판권이 없는 대법원에 제기된 것으로서 부적법하다고 항변한다.
그러나 재판권관할에 관한 DSU 제23조 제1항, 제2항 (a)는 WTO협정의 체약국들 사이에서만 효력을 가질 뿐이므로 체약국이 아닌 광역지방자치단체 의회인 피고가 제정한 이 사건 조례안이 GATT 제3조에 위반되는지 여부를 따지는 이 사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 따라서 DSU 제23조가 이 사건에 적용됨을 전제로 하는 피고의 위 항변은 이유 없다.
3. 본안에 대한 판단
가. 1994. 12. 16. 국회의 동의와 같은 달 23일 대통령의 비준을 거쳐 같은 달 30일 공포되고 1995. 1. 1. 시행된 WTO협정(조약 1265호)의 부속 협정(다자간 무역협정)인 GATT 제3조 제1항은, “체약국은 … 산품(products)의 국내 판매, 판매를 위한 제공, 구매, 수송, 분배 또는 사용에 영향을 주는 법률, 규칙 및 요건…은 국내생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입산품(imported products) 또는 국내산품(domestic products)에 대하여 적용하지 않을 것을 인정한다.”고 규정하고, 같은 조 제4항은 “체약국 영역의 산품으로서 다른 체약국의 영역에 수입된 산품은 그 국내에서의 판매, 판매를 위한 제공, 구입, 수송, 분배 또는 사용에 관한 모든 법률, 규칙 및 요건에 관하여 국내 원산의 동종 산품에 부여하고 있는 대우보다 불리하지 아니한 대우를 부여하여야 함을 인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각 규정에 의하면, 수입산품의 국내 판매에 불리한 영향을 주는 법률, 규칙 및 요건 등이 국내생산을 보호하기 위하여 수입산품 또는 국내산품에 적용되어서는 아니 되고, 수입국이 법률, 규칙 및 요건에 의하여 수입산품에 대하여 국내의 동종물품보다 경쟁관계에 불리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차별적인 대우를 하여서는 안 된다고 해석된다( 대법원 2005. 9. 9. 선고 2004추10 판결 참조).
그런데 앞서 거시한 이 사건 조례안의 각 조항은 학교급식을 위해 우리 농·축·수산물을 우선적으로 사용하도록 하고 그러한 우리 농·축·수산물을 사용하는 자를 선별하여 식재료나 식재료 구입비의 일부를 지원하며, 지원받은 지원대상자는 지원금을 반드시 우리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이는 국내산품의 생산보호를 위하여 수입산품을 국내산품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내국민대우원칙을 규정한 GATT 제3조 제1항, 제4항에 위반된다고 보아야 한다.
나. 이에 대하여 피고는, 이 사건 조례안은 학교급식의 질적 개선을 통한 성장기 학생의 건전한 심신 발달 도모와 전통 식문화에 대한 이해 증진 및 식생활 개선이라는 목적과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서, 안전성이 검증된 우리 농·축·수산물을 사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지 수입산품을 국내산품보다 불리하게 대우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므로 내국민대우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사건 조례안이 피고 주장과 같은 정책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러한 정책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이 수입산품을 국내산품보다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인 이상, 내국민대우원칙을 규정한 GATT 제3조 제1항, 제4항에 위배된다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다. 피고는 또한, 경상남도가 식재료를 현물로 조달하거나 식재료 구입비를 지원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 이 사건 조례안의 위 규정들은 GATT 제3조 제8항 (a)에서 예외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는 정부기관이 정부용으로 구매하는 물품에 해당하여 내국민대우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다툰다.
살피건대, GATT 제3조 제8항 (a)는 ‘본 조의 규정은 상업적 재판매를 위하여서나 상업적 판매를 위한 재화의 생산에 사용하지 아니하고 정부기관이 정부용으로 구매하는 산품의 조달을 규제하는 법률, 규칙 또는 요건에는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위 규정은 정부기관이 정부용으로 산품을 구매하는 경우에 그 구매에 관하여는 내국민대우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에 불과하므로, 이 사건과 같이 정부가 우리 농·축·수산물을 구매하는 자를 선별하여 그에게 그 구입자금을 지원하는 경우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 할 것이므로, 이 부분에 관한 피고 주장 역시 받아들일 수 없다.
라. 그렇다면 이 사건 조례안 중 일부가 위법한 이상 이 사건 조례안에 대한 재의결은 전부 효력이 부인되어야 할 것이므로, 그 재의결의 효력 배제를 구하는 원고의 이 사건 청구는 이유 있다.
4. 결 론
그러므로 원고의 이 사건 청구를 인용하고 소송비용은 패소자인 피고가 부담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대법관 김능환(재판장) 양승태 박시환(주심) 박일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