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심의 간이공판절차 적용이 위법하며, 상습성 판단에 있어 법리를 오해하거나 증거 없이 유죄를 인정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환송함.
사실관계
피고인이 상습적으로 처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거나 폭행한 혐의로 기소됨.
제1심은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보아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하고 유죄를 인정함.
피고인은 항소심에서 폭력의 습벽이 없음을 주장하며 사실오인 또는 상습성에 관한 법리오해를 주장함.
원심은 피고인에게 폭력의 습벽이 있음을 인정하고 제1심의 형량이 적절하다고 판단하여 항소를 기각함.
피고인은 수사과정 및 가정보호사건 심리기일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방어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진술함.
제1심 공판기일에서 피고인은 공소사실에 대해 "예"라고 답하면서도 "실랑이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때린 것은 아니다"라고 진술함.
피고인 변호인은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피해자 진술 및 상해진단서에 대해 증거 동의를 하지 않음.
핵심 쟁점, 법리 및 법원의 판단
간이공판절차 적용의 적법성
쟁점: 피고인의 진술이 공소사실 일부를 부인하거나 폭력의 습벽을 부인하는 취지임에도 간이공판절차를 적용한 것이 적법한지 여부.
법리: 간이공판절차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자백할 때 적용되는 절차임. 피고인이 공소사실의 일부를 부인하거나 핵심 쟁점인 상습성을 부인하는 경우 간이공판절차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함.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절차에서 적법한 증거조사를 거치지 않은 증거는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음.
판단: 피고인의 진술 및 변호인의 증거 부동의는 공소사실 중 일부를 부인하거나 최소한 폭력의 습벽을 부인하는 취지로 보임. 따라서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이공판절차로 심판할 대상이 아님. 제1심이 적법한 증거조사 없이 증거를 채택하여 유죄를 인정한 것은 위법하며, 원심이 이를 전제로 상습성을 인정한 것 또한 간이공판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증거 없이 유죄를 인정한 위법이 있음.
관련 판례 및 법령
형사소송법 제297조의2 (간이공판절차의 결정)
형사소송법 제318조의3 (간이공판절차에서의 증거능력)
형사소송법 제307조 (증거재판주의)
상습성 판단 기준
쟁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상습성의 의미와 판단 방법.
법리: 범죄에 있어서의 상습이란 범죄자의 어떤 버릇, 범죄의 경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행위의 본질이 아닌 행위자의 특성을 의미함. 상습성 유무는 피고인의 연령, 성격, 직업, 환경, 전과사실, 범행의 동기, 수단, 방법 및 장소, 전에 범한 범죄와의 시간적 간격, 그 범행의 내용과 유사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해야 함.
판단: 피고인이 처에게 빈번히 폭력을 행사한 사실은 인정되나, 피고인의 전과 없음, 공무원으로서의 근무 이력, 술·담배를 하지 않는 점, 피해자의 과도한 추궁, 부부싸움 과정에서 발생한 범행, 경미한 상해 결과, 피해 회복 노력 등을 종합할 때, 원심이 판시한 사정만으로 피고인의 폭력행위가 폭력 습벽의 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움. 환송 후 원심은 범행 경위, 배경, 원인, 결과와 더불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행, 혼인생활 과정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상습성 여부를 판단해야 함.
관련 판례 및 법령
대법원 1972. 6. 27. 선고 72도594 판결
대법원 1991. 6. 28. 선고 91도449 판결
구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
참고사실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이전까지 전과가 없음.
피고인은 대학 졸업 후 7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상당 기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며 징계처분을 받은 적이 없음.
피고인은 평소 술과 담배를 하지 않음.
피해자의 과도한 추궁과 감시 태도가 부부싸움의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함.
이 사건 각 범행은 대부분 부부싸움 과정에서 발생함.
피해자에게 발생한 상해는 1~3주 치료를 요하는 좌상, 타박상, 찰과상 등으로 경미함.
피고인은 피해자를 위해 손해배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함.
검토
본 판결은 피고인의 자백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에서 간이공판절차를 적용한 제1심의 위법성을 명확히 지적함. 이는 형사소송의 기본 원칙인 증거재판주의와 적법절차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볼 수 있음.
특히, 상습성 판단에 있어 단순히 반복된 행위만으로 상습성을 인정할 것이 아니라, 피고인의 개인적 특성, 범행의 구체적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전과 유무 등 다양한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함을 재확인함. 이는 폭력 범죄에서 상습성 인정 여부가 양형에 미치는 중대한 영향을 고려할 때, 신중한 판단이 필요함을 시사함.
변호인의 입장에서는 피고인이 공소사실을 명확히 부인하지 않더라도, 핵심 쟁점인 상습성 등 유죄 인정의 전제가 되는 사실을 부인하는 취지의 진술이 있다면 간이공판절차 적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일반 절차를 통해 증거조사가 이루어지도록 주장해야 함을 시사함. 또한, 상습성 부인을 위한 피고인의 개인적 특성, 범행 동기 및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등을 적극적으로 입증해야 함.
1. 상고이유에 대한 판단에 앞서 직권으로 판단한다.
기록에 의하면, 제1심법원은 피고인이 상습적으로 피해자인 처 공소외인에게 폭력을 행사하여 상해를 가하거나 피해자를 폭행하였다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자백한 것으로 보아 이를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것을 결정·고지하고, 형사소송법 제297조의2 소정의 방법에 따라 증거조사를 마친 다음, 형사소송법 제318조의3의 규정에 따라 제1심판결 거시증거들이 증거능력이 있는 것으로 보아 그 증거들을 종합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하였고, 이에 대하여 피고인이 항소를 제기하면서 항소이유로, “첫째 피고인에게 폭력의 습벽이 없음에도 제1심이 사실을 잘못 인정하였거나 상습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유죄로 인정하였고, 둘째 제1심의 형량이 너무 무거워서 부당하다.”는 사유를 들었으나, 원심은 “그 판시와 같은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에게 폭력의 습벽이 있음을 인정할 수 있고, 제1심이 피고인에게 선고한 형량도 적절하다.”고 하여 피고인의 항소를 기각하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은 이 사건 수사과정 및 가정보호사건의 심리기일에서 일부 공소사실을 부인하거나 또는 전체적으로 피해자가 먼저 피고인에게 시비를 걸거나 폭행을 하기에 이를 방어하거나 제지하는 과정에서 상해의 결과가 발생하였다는 취지로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고, 한편 제1심 제2, 4회 공판조서의 각 기재에 의하면, 피고인은 제1심 제2회 공판기일에서 공소사실에 관한 검사의 질문에 “예”라고 대답을 하면서도 “실랑이를 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사실로 일방적으로 때린 것은 아닙니다.”라고 진술하였고, 또 피고인의 변호인은 제1심 제4회 공판기일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공소외인의 수사기관에서의 진술 및 상해진단서에 대해서는 증거로 함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진술하였음을 알 수 있는데, 이러한 피고인 등의 진술은 결국, 공소사실 중 일부를 부인하거나 또는 최소한 피고인에게 폭력의 습벽이 있음을 부인하는 취지라고 보인다.
그렇다면 이 사건 공소사실은 간이공판절차에 의하여 심판할 대상이 아니라 할 것이고, 따라서 제1심 판시 거시증거들 중 피고인의 법정에서의 진술을 제외한 나머지 증거들은 간이공판절차가 아닌 일반절차에 의한 적법한 증거조사절차를 거쳐 그에 관한 증거능력이 부여되지 않는 한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삼을 수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1심은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아니한 채 이를 증거로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고, 원심은 위 증거들이 적법하게 증거조사를 마친 증거임을 전제로 피고인의 상습성을 인정하였으므로, 결국 원심판결에는 간이공판절차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형사소송법 제307조에 위반하여 증거 없이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법률 위반의 위법이 있다고 할 것이다.
2. 덧붙이건대, 범죄에 있어서의 상습이란 범죄자의 어떤 버릇, 범죄의 경향을 의미하는 것으로서 행위의 본질을 이루는 성질이 아니고, 행위자의 특성을 이루는 성질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대법원 1972. 6. 27. 선고 72도594 판결 참조),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2006. 3. 24. 법률 제7891호로 개정되기 전의 것) 제2조 제1항에서 정한 상습성의 유무는 피고인의 연령·성격·직업·환경·전과사실, 범행의 동기·수단·방법 및 장소, 전에 범한 범죄와의 시간적 간격, 그 범행의 내용과 유사성 등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할 것이다 ( 대법원 1991. 6. 28. 선고 91도449 판결 참조).
기록에 의하면, 피고인이 처인 피해자에게 빈번히 폭력을 행사함으로써 여러 차례 반복하여 상해를 가한 사실은 인정되나, 그러한 사정만으로는 피고인의 폭력행사가 폭력습벽의 발현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오히려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피고인은 이 사건 각 범행 이전까지 아무런 전과가 없고, 대학을 졸업하고 7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합격하여 상당기간 공무원으로 아무런 징계처분을 받음이 없이 근무하여 왔을 뿐 아니라, 평소 술과 담배도 입에 대지 않는 점, 피해자가 피고인의 외도를 의심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피고인의 부적절한 처신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하겠지만, 피해자도 지나칠 정도로 피고인의 잘못을 집요하게 추궁하거나 그의 행동을 일일이 감시하는 듯한 태도를 보임으로써 부부싸움의 한 원인을 제공한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있고, 이 사건 각 범행은 대부분 그러한 부부싸움의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에게 발생한 상해의 결과도 1~3주간의 치료를 요하는 좌상, 타박상, 찰과상 등이 대부분이어서 일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피고인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를 구타하여 생긴 것이라기보다는 상호 시비 중에 발생하였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점, 나아가 피고인이 피해자를 위하여 손해배상 명목으로 1,000만 원을 공탁하는 등 피해 회복을 위하여 나름대로 노력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원심이 판시한 여러 사정만으로 이 사건 각 범행이 과연 피고인에게 내재된 폭력습벽의 발현으로 인한 것이라고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확신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따라서 환송 후 원심으로서는 이 사건 각 범행의 경위·배경·원인과 결과 등과 더불어 피고인과 피해자의 성행, 혼인생활과정 등을 충분히 심리하여 과연 이 사건 각 범행이 피고인에게 내재된 폭력습벽의 발현인지 여부를 가려 보아야 할 것이다.
3. 그러므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하여 원심법원에 환송하기로 하여 관여 대법관의 일치된 의견으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